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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친니 Mar 24. 2022

조급한 엄마가 느린 아이를 키운다는 것

답답하거나 혹은 내려놓거나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취업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에 나의 장단점을 ‘급하지만 신속함’이라 쓸 만큼 여유롭고 느긋한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이런 나에게 느린 아들은 답답하게 느껴져서 나는 더욱 조급해지고, 아이는 이러한 엄마 때문에 호들갑스럽게 변해갔다. 이해하지 못하고 급하고 서두르는 엄마의 페이스에 말려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기다려주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 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왜 대답을 못 할까?
왜 내 말을 못 알아듣지?

 

 아이에게 화만 내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여러 번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단번에 이해 못 했던 나의 유아기 시절을 잊었나 보다. 나도 유치원생 때에 말을 제대로 못 해서 “네가 하는 말 이해 못 하겠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나를 기죽이게 했던 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아들이 나의 언어 실력을 닮았나 보다. 아이를 답답해할 게 아니라, 나의 과거를 떠올려보니 아이 또한 얼마나 답답할지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가 단어를 인지하기 위해서 만 번 이상 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아이의 속도에서 맞춰나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첫째는 비록 초보 엄마 밑에서 눈물도 많이 흘려가며 언어 발달을 해갔다면, 둘째는 아직 어리다 보니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언어 자극을 해줄 수 있었다. 두 돌 지나고부터는 둘째도 얼른 말이 트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말을 따라 하게 많이 시켰다. 첫째 때엔 내가 귀찮아서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가 표현하기도 전에 바라는 대로 다 해줬다면, 둘째는 말로 표현해야 해 주었다. 그랬더니 둘째는 첫째보다 인지도 빠르고, “이게 뭐야? 엄마 어디? 이리 와.” 등의 짧은 문장 표현을 한다. 같은 시기를 놓고 보면 둘째가 훨씬 빠르다. 내가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첫째를 대했더라면 하는 미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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