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훈련 시작
아이가 준비됐을 때, 시작해도 충분하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해서든 성공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기저귀 벗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말이 늦은 아이에게 너무 급하게 하지 말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전혀 기저귀를 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겨버렸다.
주말에 볼 일이 있어서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혼자 외출을 했다. 돌아와서 낮잠 자는 큰 아이를 보는데, 엉덩이 부분이 뭔가 작아 보였다. 기분 탓인가? 하고 말았는데, 남편이 말하길
“기저귀 안 한다고 해서 빼 줬어.”
남편의 말을 듣자마자 너무 놀랐다. 그동안 내가 장난으로 라도 기저귀 말고 바지 입을까? 팬티 입을까? 물어보면 싫다고 하면서 스스로 기저귀를 가져와서는
“기저귀, 기저귀.”
라고 말하면서 채워 달라고 하던 아이인데, 너무나도 간단하게, 한 순간에, 쉽게 뗐다.
더 이상 기저귀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수는 3일 연속 여러 번 반복했다. 실수했을 때 크게 화내지 않고, 아기 소변기에 한 번이라도 잘 싸면 칭찬을 많이 해줬다. 그랬더니 1주일 만에 실수 없이, 46개월 동안 함께 했던 기저귀와 작별했다. 심지어 밤에는 소변 실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기특하다. 하지만 아직 대변은 어려운지, 대변 성공은 못 해봤다. 대변을 일부러 참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 아이에게 너무 압박 주지 않으며 느긋하게 생각했다.
소변 가리기 성공 후, 대변 가리기까지는 6개월이 걸렸다. 내가 좀 더 엄하게 대했더라면 더 일찍도 가렸을 텐데, 아이에게 너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말도 늦은 데다가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매일 울었던 아들. 집에 와서 만큼은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보통 대변은 참고 참다가 집에 와서 방에 숨어서 쌌고, 밖에서도 실수는 종종 했다. 팬티에 못 싸게 하면 일부러 참기도 해서 변비 증상도 생겼다. 나도 슬슬 지쳐가던 5개월 차, 변기와 대변에 관련된 책을 읽어줬다. 똥은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자꾸 참으면 장에 쌓여가고 배가 아프다고 했더니, 본인도 참을 수만은 없다고 깨달았나 보다.
대변을 싸려고 몰래 방으로 들어가면 나와서 변기에 앉으라고 했다.
“똥이 마려우면 변기에 앉는 거야.”
변기에 앉는 것부터 적응시켜 나갔다. 변기에 앉으면 힘을 주는 건지 참는 건지 안 나온다고 해서 매번 실패했다. 한 번은 변기에 5번 넘게 앉았는데도 실패했다가 다음 날 유치원에서 성공했다. 유치원에서도 10번 정도 변기에 앉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선생님께서 엉덩이를 주무르며 마사지를 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성공했다. 집도 아닌 유치원에서 대변을 성공했고, 그 날 이후 똥이 마렵다는 표현을 자신 있게 하고 스스로 변기에 앉기 시작했다.
말이 늦은 아이의 배변훈련을 준비하고 있다면, 아이가 준비되었을 때에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36개월에는 무조건 떼야한다, 그냥 기저귀를 벗겨 놓고 하면 알아서 하게 되어 있다 등의 이론상 말에 조급해 말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처음엔 그랬지만,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먹고 시작하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보다 더 수월하게 배변훈련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