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행기 탑승이 2019년 9월이니까... 비행기를 안 탄 지 곧 4년째다.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로,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못 탔다. 여기서 나는 비행기가 아닌, 인천국제공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한다. 결혼 전에는 친한 벗 H 양과 종종 공항에서 놀았다.
"날 좋으니까 go?"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까 go?"
우리도 안다. 날씨는 이유가 되지 않음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게, 어디 이유가 있어서일까. '그냥'이지. 나와 그녀도 공항에 가서 노는 게 그저 좋았다. 식당, 카페, 서점, 기타 상점 등 비행기 표가 없어도 진입(?)이 가능한 곳을 아낌없이 다녔다. 3층 출국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캐리어를 든 수많은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는 돈 주고도 못 샀다. 당장 밖으로 떠나진 못해도, 날 대신해 세상 구경하러 나가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대리 만족의 맛이랄까. (1층 귀국장에서의 사람 구경은 출국장과 다른 묘미가 있다. 피로의 빛이 역력하다. ㅎㅎ)
커피로 목을 축이고, 여행객 구경까지 했으니 다른 놀이도 즐겨야지! 한국 돈을 달러로 환전하기! 당장 해외로 나가진 않지만, 기분을 내기엔 이만한 '짓'이 없다. (음하하) "언니, 뭐하는 거야? 지금 당장 출국하는 것도 아닌데 환전을 왜 해? 또라이 아냐?" 등의 발언 없이, 환전을 기다리는 나를 당연하듯 바라봐 준 H 양이 있었기에 이런 짓도 가능했으리라!
이번엔 호텔 투숙이다. 공항 내에 있는 캡슐 호텔에서 반나절 묵은 적도 있다. 새벽에 출국 혹은 귀국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체크인을 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닙니다." 벌써 잊으셨나? 공항 '놀이'라고. (흐흐) 아무런 이유 없이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게 이 글의 관전 포인트다. 캡슐 호텔이라 좁지만 티브이, 칫솔, 비누, 드라이기 등 있을 건 다 있다. 가성비 짱이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영화 한 편을 봤다. 그때 어떤 영화를 봤더라... 이런! 보다가 잠이 들어 제목이 기억나질 않는다. 괜찮다. 그야말로 제대로 신선놀음을 즐겼다는 뜻일 테니.
해외에 나갈 일이 없어도, 얼마든지 최고의 놀이터, 쉼터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무슨 공항공사 직원처럼 말하는 것 같지만, 그만큼 공항을 좋아해서 그런 거니 오해는 마셔요~ ㅎㅎ
공항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b
이렇게 공항을 찬양하는 내가, 안 간 지가 곧 4년째라니... 아까 낮에 영종도에 갔는데 내 머리 위로 비행기 한 대가 슈웅~ 지나갔다. 오늘의 나처럼 눈앞에 대빵 큰 비행기를 보면 '아, 나도 비행기 타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대부분 할 테지만, 난 아니었다.
'아, 비행기 안에 탄 저 사람들은 공항으로 가겠지? 나도 가고 싶다... 인천국제공항... 앗! 오늘 글감으로 써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