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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Sep 11. 2024

아침 라디오에 보낸 댓글 하나가 만든 작은 기적

책 <에세이 글쓰기 수업> 저자 이지니

아침 라디오에 보낸 댓글 하나가 만든 작은 기적








어릴 적, 당시 엄마가 즐겨 듣던 라디오를 결혼한 지금까지 쭉 듣고 있다. 오늘 아침, 서울에 특강이 있어서 새벽 6시에 일어나 라디오를 켰다.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와 동시에 라디오 소리는 내 배경음악처럼 여느 날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DJ의 익숙한 목소리가 아침 공기를 타고 스며들었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보이는 라디오로 함께하세요!"​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려들었겠지만, 오늘은 유난히 여유로웠다.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고, 고요한 아침 식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문득, 유튜브로 한번 라디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넘게 들어온 라디오를 눈으로 본다는 것이 묘하게 설레었다. 나는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를 켜고, 보이는 라디오에 접속했다. 화면 속 스튜디오가 눈앞에 펼쳐지자 반가움과 신기함이 교차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주저 없이 댓글 창을 열었다.





"샬롬~ 극동방송을 들은 지 30년이 넘은 11년 차 전파 선교사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보이는 라디오에 참여했네요~"













어색할 법도 한 이 첫 댓글을 남기고 나는 별일 아닌 듯 일어나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양치 중이던 내 귀에 DJ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지니 작가의 글쓰기 카페'라는 아이디를 쓰신 분의 댓글이에요~~~~"​





헉!!! 나다! 정확히 내 유튜브 채널명까지, DJ 님의 부드러운 발음으로 내 댓글이 소개된 것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분이 밀려왔다. 손에 칫솔을 쥔 채, 나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사실, 어릴 적에는 라디오에 사연을 자주 보내곤 했었다. H.O.T 장우혁 오빠가 읽어주기도 했고, 이본 언니가 소개해 주기도 했으며, 붐과는 전화 연결까지 해 봤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많았고, 마음의 여유도 있었다.




지금은? 마흔이 넘으니 아이들 육아에, 살림에, 일에 치여 단 두 줄의 사연조차 보내기 어려워졌다. 바쁘다는 건 사실 핑계고, 내 마음속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단순한 댓글 하나가 다시금 내 삶에 작은 기적을 불러왔다. 사연이 소개된 지 1분도 채 안 되어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 방금 라디오에 사연, 너지?

- 어 ㅎㅎㅎ

- 대박!!!​






방송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한 줄 남짓한 글이 온 세상에 알려지는 느낌이었다. 작은 것에서 시작된 성취감이 몰려왔다.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갔다는 신호 같았다. 라디오에서 내 사연이 방송되는 그 짧은 순간, 내 일상은 특별해졌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면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 한두 줄이라도 좋으니, 어디든 글을 써보라고. 글을 쓰는 그 자체가 당신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할 거라고. 그리고 오늘 아침 내 경험이 그 말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 주었다.



아침에 보내온 이 작은 선물을 통해, 가끔은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멈춰 서서, 라디오에 한두 줄 글을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짧은 순간이 우리에게 특별한 기적을 안겨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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