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코끝을 스친 어느 날, 북토크를 위해 길을 나섰다. 장소는 인천에 있는 <책방 건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배우 손예진 님이 나와서 “어서 와, 따뜻한 차 한 잔 줄까?” 하고 말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역시나! 아름다운 책방 대표님이 내게 따뜻한 차 한 잔과 달달한 도넛을 건네주셨다.
잠시 뒤,
- 띠리링
북토크가 시작되려면 아직 20분이나 더 남았는데 누구지? 궁금해 고개를 돌리자 내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왔다. 세상에... 군대 동기만큼 끈끈하다는 조리원 동기, '조동'이 나타났다. 부담 줄까 봐 북토크 소식을 따로 알리지 않았는데, 그녀가 와주다니.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 꽃다발이라니… 감동이었다. 그녀가 함께여서일까. 북토크가 성공적일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이어 한 분 한 분 자리를 채워주셨고, 11시가 되자 북토크를 시작했다. 책 <에세이 글쓰기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미니 글쓰기 강의까지. 한 분의 격한 호응과 반응 덕분에 (누가 보면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줄 알았을 정도) 더욱 편안하고 활기차게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 독자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알차게 준비한 시간이 어느새 끝을 향했고, '소감 및 다짐'의 시간이 왔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목표를 나누는 시간이다. 각자 자신의 목표와 다짐뿐 아니라, 북토크 소감도 긍정적으로 화답해 주셔서 부끄럽긴 했지만, 참 감사했다. 한 분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님, 사실...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북토크는 핑계예요. 그냥 친구랑 이거 끝나고 점심 먹으려고 온 거거든요. 근데 오길 정말 잘했네요! 작가님이 주신 동기부여에 완전히 영업당했어요~~~”
엄마들이 “아이만 보고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요, 호호~"라고 말하듯, 나도 이들과 나눈 대화에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끝나고 쌈밥은 맛있게 흡입했지만.
나와 쌈밥을 나눈 사람은 ‘찐 독자’ 라이콘 님이었다. 그녀와는 2년 전 가을, 온라인 글쓰기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로 내가 진행하는 모임과 프로그램에 꾸준히 함께해 주신 분이다. 마음은 있어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 마음을 직접 보여주는 그녀가 이번에도 서울 서대문에서 일부러 와주셨다. 얼마나 감사하고 든든했는지 모른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북토크는 사람 냄새나는, 진솔하게 소통하는 자리였다. 오랜만에 웃고 떠들며 내 진짜 모습을 드러낸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강연이나 강의할 때 지키고 싶은 철칙이 있다.
오신 분들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대 헛되게 하지 말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 이상으로 보답하자.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자.
북토크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걸 보니, 내 바람대로 어느 정도는 성공한 듯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있는데, 책방 대표님이 메시지를 보내셨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꼭 와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언제든지 불러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