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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혼자산다> 코쿤 님 모교 강연 편을 보고

<에세이 글쓰기 수업> 저자 이지니가 느낀 것

by 이지니

MBC <나혼자산다> 코쿤 님 모교 강연 편을 보고







요즘은 글보다 영상 하나에 마음을 붙잡힐 때가 많다. 어제 오후, 여느 때처럼 점심 식사와 친구가 돼 줄 OTT를 열었다. 단 30분의 달콤한 여유다. <나 혼자 산다>에서 코드 쿤스트(코쿤) 님이 자신의 모교인 인천연수고등학교에 강연하러 가는 장면을 봤다. 학교 이름을 굳이 넣은 이유는, 내가 졸업한 인천'연수'여자고등학교와 이름이 같고, 동네도 같아서다. 나는 여자인데, 내가 졸업한 학교가 나온 것처럼 반가다.






강연을 준비하는 코쿤님의 모습, 강연 당일 학교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자랑스러운 선배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후배들의 표정, 정겨운 학교의 풍경까지— 어느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진심이 묻어 있었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선배님!" 하고 부르며 다가가는 후배들의 외침 속에는 설렘과 존경, 반가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든 장면이 참 따뜻했고, 먹먹했다. 보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와... 나도 언젠가 저렇게, 내 모교 강연장에 서보고 싶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코쿤님... 내 중학교 후배더라. 인천연성중학교. 나랑 같은 학교 출신이었구나. 괜히 더 반가워졌다. 그 반가움 끝에, 내 마음 한쪽에서 오랜 꿈 하나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 나의 학창 시절은 늘 '글'이 있었다.


인천 동막초등학교 6학년. 처음으로 “너는 일기를 참 재밌게 쓴다.”라는 칭찬을 담임 선생님한테 받았고, 그날 이후, 일기 쓰기에 더욱 진심을 다했다.




인천 연성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 선생님이 수업 시작 전 한 편의 글을 읽어주셨다. “너희가 제출한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서 읽어 줬어.”... 그 글은 내 것이었다.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라, 선생님이 읽은 글이 '이지니'가 쓴 글이라는 것에 아이들은 더욱 놀랐다.



인천 연수여자고등학교 시절, 친한 벗 두 명과 함께 교환일기를 썼다. 그때 썼던 일기장이 지금도 내 책꽂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10권은 훌쩍 넘는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저 의미 없는 이야기들의 연속일 뿐이다. 하지만 일기장 속의 우리는 누구보다 솔직했고, 자유로웠다. 꾸미지 않았고, 감추지도 않았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에 진학하게 된 건 100% 엄마 덕분이다. 수능 성적으로는 딱히 갈 만한 대학이 없어 보이니, ‘글쓰기’라는 실기 전형에 나를 밀어 넣으셨다. 덕분에 실기와 면접 점수가 당락을 갈랐고, 감사하게도 합격했다. 사실 그때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될 거야’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활자가 좋았고, 문장을 쓰는 일이 즐거웠다. 그리고 하루하루, 주어진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건너왔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












요란한 영상이나 화려한 수식어 대신, 학생들에게 조용히, 진심으로 말을 거는 시간. 삶이란 무엇이고, 글이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내 이야기를 통해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무대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지금도 매일 글을 쓴다. 누군가의 ‘선배’가 될 자격을 얻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꼭 ‘그 자리’에 서기 위해.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보다, 한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말 한 줄. 수많은 정보보다, 마음을 다해 들려주는 이야기 한 편.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강연, 그런 글쓰기다. 오늘도 묵묵히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쌓는다. 언젠가 내 글과 말이, 누군가에게 작지만 단단한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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