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아. 아니, 혼자가 더 좋은 그곳
두바이 생활 4년 차가 되었다. 두바이는 보통 워킹비자를 3년에 한 번씩 갱신하는데 처음 도착해서 신체검사를 받고 비자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3년 후에 다시 이 비자를 갱신하러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두바이에서 일을 시작한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20대 때의 해외 경험을 위해 최소 1년 최대 2년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초 다시 같은 병원을 방문해 피검사를 위해 팔뚝을 내놓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니 3년이라는 시간이 어쩜 이렇게 덧없이 흘렀나 허무하기만 했다. 못 미더운 인도 간호사와 두꺼운 주삿바늘,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백 프로 멍들겠다 싶은 마무리 까지. 어쩜 그리 3년 전과 같은지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두바이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어딘가로 떠난다. 여행과 출장과 비행 등의 이유로, 여기저기로. 두바이 자체가 수많은 주변 중동 아프리카 국가의 허브 역할을 해서 일까? 언제나 머무는 사람보다는 거쳐가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는 어디로 떠날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물가가 저렴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동유럽 도시들은 대부분 다녀왔고 미국이나 호주로 가자니 너무 멀었다. 이탈리아는 가보고 싶었지만 비싼 물가가 부담스러웠고, 절대 혼자서는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프랑스와 스위스는 제외. 남들이 다들 좋다고 하지만 나는 가보지 못한 곳이 어디 있나 생각해보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떠올랐다. 그래, 맞아 바르셀로나. 물가도 저렴하고 볼 것 많은 그곳. 정말 나 빼고는 다 다녀온 듯 한 그곳 말이지.
목적지를 바르셀로나로 대충 정한 어느 주말, 지인들 앞에서 이번 달 말에 바르셀로나에 갈까 생각 중이라 하니 다들 ‘바르셀로나 너무 좋지’, ‘지금 가면 너무 좋겠다’, ‘내가 맛집 정보 알려줄게 연락해라’ 등등 정말 나 빼고는 다 바르셀로나 전문가인듯한 면모에 잠시 당황했다. 여행깨나 해본 줄 알았던 나였는데 ‘바르셀로나 여행’이라는 것을 미리 경험한 이들 앞에선 비행기 처음 타는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달까. 잘됐지 뭐. 이들이 추천한 곳들만 돌아다녀도 시간이 모자라겠다. 이번 여행을 위해선 굳이 여행 블로그를 뒤적거리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가로수가 어느 도로에나 있다는 점이었다. '두바이'라는, 모든 것이 아티피셜인 도시에 살고 있다 보니 나무 한 그루에도 감동할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여하튼, 시내 중심가나 관광지가 아닌 곳까지 저렇게나 예쁘게 가로수로 도시를 가꿔 놓았다는 점에 놀라기가 무섭게 숙소 사장님에게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바르셀로나의 대부분의 도로는 가운데 넓은 보행도로가 따로 있다는 점.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이 걷고 있는 보행로는 차로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양쪽으로 겨우 2차선 정도 되는 차로가 일방통행으로 오가고 있다. 도로 중심에 위치한 보행로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보행자들은 누구와 부딪히거나 서두를 필요 없이 여유롭게 걸어 다니고 한켠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줄지어 심긴 가로수는 그늘 역할을 해주며 몇 걸음에 한 개씩 벤치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놀란 점은 바르셀로나의 신호 체계였는데, 바로 성인 평균 속도의 걸음이라면 줄지어 나오는 횡단보도를 기다림 없이 건널 수 있게끔 신호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실제 숙소 근처의 지하철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오는 동안 세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는데, 키가 작고 걸음이 빠르지 않은 내 기준으로 아주 조금 서두르면 기다림 없이 신호가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놀라웠다. 도시란 이런 거겠지? 시민은 세금을 내고 도시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게다가 이런 창의적이고 '사람 프렌들리'한 서비스라면 참 행복하겠다. 여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카탈루냐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평소에도 하루에 몇 잔씩은 커피를 마셔댄다. 나의 주종목은 카페라테, 연하게, 무지방 우유 절대 사절, 기분에 따라 설탕을 넣지만 거의 넣지 않음.
혼자 여행을 자주 하다 보니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저녁을 먹을 기회는 거의 없지만 아침식사는 야외 카페에서 자주 하는 편이다. 특히 여름이 오기 전과 후, 여전히 쌀쌀함을 느끼는 5월 즈음과 10월 즈음의 아침을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 한기를 느낄 때쯤 비치는 햇빛 한 조각을 느낄 때, 또 조금 덥다 싶을 때쯤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 커피 한잔만 앞에 있다면 몇 시간이고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그 순간에 여행의 절정을 느낀다고 말하는 단순함 때문인지 아직도 혼자 하는 여행이 더 행복한 걸지도.
나라마다 조금씩 커피 문화가 다른 것은 알았지만 바르셀로나의 커피 스타일에 적응하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일단 여기 사람들은 카페라테 같은 연하고 우유 듬뿍 넣은 커피는 즐기지 않는 듯했다. 거의 에스프레소, 아님 더블 에스프레소, 아니면 카푸치노. 나는 평소 카푸치노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일단 우유 거품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왜 거품을 마셔야 하지? 아무것도 아닌 거품인 것을?'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일단 쓴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한결같은 입맛 때문이 더 큰 이유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부득이하게 카푸치노만 마시게 되었다. 일단 커피 전문점이 아니면 라테를 잘 판매하지 않았다. 물론 이래저래 설명했다면 비슷한 걸 얻어마실 수 있었겠지만 언어도 잘 안 통하는데 길게 설명하기도 싫고 해서 라테와 가장 가까운 카푸치노만 외쳐댔다.
처음 마신 커피는 실패.
pannus라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시켰는데, 무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 두바이에서도 'COSTA COFFEE'나 'Caribou Coffee'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라테를 주문할 때, 기본적으로 무지방 우유를 넣어 주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 왜? 같은 서비스직 종사자로 그러기 싫지만 언제나 다시 돌려보낸다.
바르셀로나 첫 커피는 실패, 대 실패.
두 번째 마신 커피는 성공적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디저트로 마신 카푸치노.
커피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역시나 작은 잔에 거품 가득, 그 위에 초코 가루 솔솔솔.
대학생 때 동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카푸치노는 위에 꼭 시나몬 가루를 뿌리는 거라고 배웠었는데, 그것도 나라마다 다른가보다. 바르셀로나는 언제나 초코 가루을 뿌려주더라고.
곧 제대로 언급할 가우디의 작품, 카사 밀라 안에 위치한 커피숍이다. 카사 밀라는 입장료 자체가 꽤 비싸기 때문에 입장권을 살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1층에 커피숍이 있는 걸 보고 얼른 들어왔다. 바깥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는데 바로 옆 커피숍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여기서는 카푸치노가 3.5유로로 보통의 1.5-2유로 정도 하는 타 커피숍에 비해 두배 정도 비싼 편이지만 그 유명한 카사 밀라에 들어와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겐 스타벅스가 있다.
로컬 커피숍만 찾아다니다 보니 낯선 메뉴판에 괜히 졸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 당당하게 들어가 만만하게 주문할 수 있는 바로 그곳. 여유롭게 일상에서 먹던 라테도 한잔 하고, 와이파이 연결해 카톡 답장도 남기고 인스타그램 업로드도 하니 역시 다시 여행할 힘이 났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된 '메누델디아'. 해물 빠에야와 타파스보다 내가 더 기대한 바로 그것.
메누델디아는 스페인어로 '오늘의 메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점심 특선 정도가 될까? 그런데 이 대단한 메누델디아는 점심이라고 얼마 깎아 주는 정도가 아니라 9유로~12유로 정도로 아주아주 저렴한 데다 무려 음료(와인 포함), 식전 브레드, 애피타이저, 메인 메뉴, 디저트를 풀코스로 제공해준다.
첫 번째 레스토랑. 워낙 와인이 싸고 좋은 스페인이다 보니, 어딜 가도 와인맛이 보통은 된다. 그리고 빵이 어찌나 맛있던지. 와인과 빵으로만 배를 채울 것 같아 마지막 한 조각을 남겨두고 손을 뗐다. 나는 버섯 치즈 리조토와 그릴드 튜나를 주문했다. 이 곳은 특이하게 애피타이저 따로 메인 요리 따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리 중의 두 개를 고를 수 있었다. 타파스처럼 적은 양이 나오겠지 싶었는데 디쉬 하나에 1인분은 되는 것 같았다. 결국 남길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맛집 까지는 아니어도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맛이랄까? 특히 리조토는 버섯과 치즈의 향이 가득했다. 스페인 요리답게 둘 다 조금 짜긴 했지만, 그럴 때는 와인 한 모금씩 마셔주면 마셔주면 된다. 맛있는 음식 한가득에 와인 한 모금.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음미하는 행복한 점심식사였다.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식당.
'메누델디아'라는 글자를 보고 여기다 싶어 들어왔다. 자세히 보면 테이블이며 의자며 많이 낡아있지만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가꾼 표가 나는 곳이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꽃은 어쩜 전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오늘 아침 사다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싱싱했다. 벽에 걸린 그림도 느낌이 좋아 한참 들여다봤는데 자세히 보니 판매하는 작품이었다. 저렇게 정성스럽게 준비된 테이블을 보면 누구라도 지나가다 앉고 싶을 것 같았다. 내가 올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나갈 때쯤엔 꽉 차더라고.
역시나 레드 와인.
게다가 눈물 나게 맛있는 바게트 빵. 테이블마다 비치된 올리브유 몇 방울 떨어뜨려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와인과 빵이 이렇게 맛있는 조합이었는지 바르셀로나에서 깨달았다. 올리브유의 향이 이렇게 향긋했는지도 말이야. 이 집에서는 소고기 요리와 아스파라거스를 시켰는데 소고기가 익히지 않은 채 나와서 조금 낯설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민트 콜드 숩은 입맛에 잘 안 맞아 그대로 남겼더니 식사를 다하고 그릇을 치우던 사장님의 눈초리를 호되게 맞아야 했다.
혼자 여행하는 일이 많다 보니 맛집 찾으러 다닐 일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괜찮은 맛집이라도 혼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먹기는 싫었기 때문에. 대단한 미식가가 아닌 이상 맛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혼자 먹었을 때 보다 여럿이 먹었을 때가 훨씬 맛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었을 때가 훨씬 더 맛있고. 그래서 보통 여행 전에도 맛집 리서치는 많이 안 하고 가는 편이다. 이번 여행에도 역시 어딜 가든 타파스, 빠에야, 하몽, 추로스 등 스페인에서 유명한 먹거리들을 한 번씩만 먹고 오는 것이 목표였지, 특정한 어떤 곳을 가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여행 셋째 날 때쯤, 가우디 투어에서 만난 분들과 투어 중간 점심 식사를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나이 또래 비슷한 몇 명끼리 모여 어디 갈까 이야기하던 도중 무려 권혁수가 먹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명 꿀 대구 집이 투어 장소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맛집이니만큼 사람이 많겠다 싶어 서둘러 발을 옮겼지만 대기 인원이 가게 밖까지 나와있는 모습을 보고 오늘은 안 되겠다며 포기했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고 기다릴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근처 타파스 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곳도 나름 맛집이었다는 사실.
'타파스'는 요리 이름이 아니라 한입 거리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스타일의 음식을 통칭하는 단어다. 원래는 술안주로 맥주와 함께 제공되던 요리였는데 지금은 스페인의 독특한 요리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저 길쭉한 조개 요리. 우리나라에선 맛조개로 불리는 바로 그것.
버터와 허브로 간단하게 맛을 낸 요리인데 한국인들 입맛에 아주 딱 맞았다. 모두가 감탄하면서 먹었다. 또 바게트 빵과 소고기 스테이크, 크랩이 들어간 빠에야를 주문해서 먹었다. 바에 앉아서 먹다 보니 직원들이 그때그때 괜찮은 메뉴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타파스는 대부분 짜다. 음식이 짜면 술이 더 들어가게 되었으니, 일부러 짜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맥주 한잔씩.^^
본론으로 돌아가 여하튼 그 유명한 꿀 대구를 먹어보지 못해 다들 아쉽다며 다음날 점심에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다시 만나기로 했다. 스페인 사람들의 점심은 우리보다 좀 늦어서 이들은 보통 2-3시에 식사를 하니까, 오픈 직후인 11시-12시쯤 오면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예상이 적중하였다.
그렇게 붐비던 레스토랑이 아주 한가하다. 옆 테이블, 앞 테이블, 뒷 테이블 다 우리와 같은 마음의 한국인 여행객들. 역시 부지런들 하다.
같이 오게 된 대학생 동생은 환타를 마시고 나를 포함한 직장인들은 대낮부터 샹그리아.
스페인식 샹그리아는 여기서 처음 먹게 되었는데, 요거요거 만만하게 봤다가 큰일 날뻔했다. 와인에 사이다 탄 맛이겠거니 했는데 그거보다 훨씬 도수가 높았다. '럼'같은 다른 종류의 술을 섞은 게 분명해. 벌컥벌컥 마시다가 몇 시간 동안 얼굴이 벌게져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드디어 만나게 된 꿀 대구 요리. 구운 대구 위에 토마토소스, 크림소스가 올라가고 꿀로 마무리한 비주얼.
한입 먹고 모두들 아이컨택.
감탄 감탄.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진정으로 맘속 깊이 감동.
맛집이랍시고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것도 정말 싫어하고 그 특유의 갑질도 싫어서 잘 찾아다니지 않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맛집에서 먹은 식사에 만족했다. 대구살도 탱탱하고, 토마토소스의 상큼함이 크림소스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거기에 꿀로 달달한 마무리.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누가 먹어도 좋아할 만한 그런 맛이었다.
나에게 바르셀로 나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찍은 인증샷들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 모습이 다른 유럽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달라 의아해했었다. 다들 너무 멋있고 감동적이라는 후기를 남겼지만 뭔가 내 눈으로 직접 봐야 얼마나 멋있고 볼만한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이 가우디라는 건축가는 얼마나 대단하길래 바르셀로나에 오는 관광객들이 하루짜리 '투어'를 해가면서 까지 보고 가려는 건지 직접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랬다.
직접 봐야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건축가이자 신앙인이자 사람이었는지는 현지에서 작품을 보고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니 피부로 와 닿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가우디를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로 꽉 채워진 성전의 외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예수님의 탄생, 죽음, 부활에 이르기 까지, 성당 자체가 말씀이었다.
가우디 특유의 예술성이 느껴지는 카사 바뜨요와 카사 밀라.
지금 봐도 무척이나 독특한 스타일의 건축인데 그때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특히 오른쪽에 있는 카사 밀라는 당시 비행기 격납고와 비교당하며 수많은 비난과 조롱을 당했다고 한다.
가우디의 천재성과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던 구엘 공원.
기존의 상식을 깨는 설계에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못마땅해했을까?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설계가 완벽한 계산하에 진행되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지금 보아도 너무나 독보적인 그의 작품들.
그는 건축가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운 것 같다.
말년에는 다른 일반 건축 의뢰는 전혀 받지 않고 바로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전 건축에만 힘을 쏟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직도 완공되기까지는 몇 년 더 걸린다고 하던데, 완공된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바르셀로나는 한번 더 오지 않을까 싶다. 신과 자연을 사랑한 천재 예술가 가우디를 만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 두 달 동안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식의 여행이 아니라면 단독으로 방문했을 때 가장 만족도가 높은 도시가 바르셀로나 아닐까 싶다. 예술, 자연, 음식, 쇼핑, 휴양까지 종합 선물 세트로 누릴 수 있는 곳. 이 도시에 대해 언급하지 못한 이야기가 수두룩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들은 직접 만드시기를 바라며 첫 번째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마지막 날 저녁.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던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나오니 저렇게 비가 내리고 있더라.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던 그날 저녁.
왠지 하루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얼른 집에 가서 내 집이 무사한지 확인해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여행 막바지. 여행 끝에는 항상 돌아갈 곳이 있고 돌아가 일 할 곳이 있다는 감사함을 느낀다.
일터로 다시 돌아갈 생각에도 어쩐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