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야구선수 되다...
첫 아이가 아들이라는 소리에 우리 아버님이 좋아하셨지 성별에 대해서 나는 별 감흥은 없었다. 딸이든 아들이든 아이가 생겼다는 것에 그냥 기뻤다. 아들이 태어나고는 100일까지 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붙잡고 밤새 안고 있어야만 했고 잠을 재우기 위해 아이를 안고 어화둥둥 하느라 나의 무릎에 물이 찬 사실은 아직도 출산스토리와 같이 나오는 모험담이다. 하지만 첫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많았다. 아이가 남자들처럼(?) 자동차를 좋아하고 공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돌잔치에서 골프공을 잡았을 때는 아 아들이구나! 했다. 엄마 마음이야 돈을 잡았으면.. 혹은 판사봉을 잡았으면.. 아님 실이라도 잡지.. 했다.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의 관심사는 여러 가지로 옮겨졌는데 흥미로웠다. 자동차를 매우 좋아했다가 공을 매우 좋아했다가 숫자와 알파벳에도 관심을 가졌고 4살에 알파벳을 다 외우고 5살에 시계를 볼 줄 알고 글씨를 읽으니 "내 아이는 천재였어!"라고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그 말도 해보았다.
주위에서 하도 학교 가기 전에 축구를 배워야 한다며 그렇게들 조언을 하셔서 6살 겨울부터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발로 공을 차고 뛰어다니고 귀엽기만 하던 아들이 7살, 8살이 되자 엄청난 집중력과 다른 친구들보다는 아주 쪼금 뛰어난 운동신경이 보였다(엄마의 콩깍지일 수도...).
"오호! 미래의 손흥민!?"이라며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그 말을 하며 엘리트반에 가입시켰다(생각해 보니 나의 실행력 또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선수의 길이 얼마나 험한지 모르고 엘리트라니...).
집에서도 내내 축구만 하고 (1층이라 다행) 탱탱볼로 여기저기 뻥뻥 차대는 것이 아들의 일상이었다. 일하고 온 나는 1시간 동안 계속 공을 차고 막아야 했다.
그런데 나날이 시간이 지나고 8살이 되고 축구를 대하는 아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코로나로 장기간 축구를 나갈 수 없었고 나가기 시작했을 때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레슨을 해야 했다. 또 결정적으로 축구는 굉장히 몸싸움이 심한 운동이지 않는가? 아이들의 축구도 예외는 없었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몸싸움을 하지 않고 뛰어다니기만 하는 게 아닌가? 악착같은 모습도 없어지고 공에 대한 집념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우리 아들! 자기 몸 하나는 끔찍하게 아끼는 스타일이었다. 예민하고 소심보이가 다칠 까봐 걱정돼서 몸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축구 그만할래?"
"응"
바로 대답하는 아들...
'그래 그만하자. 네가 싫다는데.. 뭐.. 그래 이제 공부하자! 공부!'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아빠의 영향인지 뭐인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야구에 빠진 아들! 아빠가 두산팬이긴 한데... 그래 매일 야구를 보여주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또 미친 듯이 스펀지 테니스공을 마구마구 던져대기 시작했다. 또한 아빠와 축구를 했다면 이제는 캐치볼 지옥에 빠졌다고나 할까? 캐치볼 지옥에서 나오지 못한 아빠가 결정을 했다. 바로 아빠들과 하는 야구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게임을 하는 이 야구팀은 사회인 야구를 하는, 야구를 매우 좋아하는 아빠들이 감독도 하고 코치도 하는 야구팀이다. 점점 더 야구를 사랑하게 된 아들.
그때 내가 무엇을 해주어야 했을까?
그 당시 친구들과 놀 수도 없었고 학원을 보내기에도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었다. 축구까지 안 가게 되니(물론 한 달에 한 번 경기와 주말에 아빠와 야구를 하기는 했지만) 집에 내내 있고 어디 나가기도 싫어하고 더 소심해지고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집돌이인 아들이 어느 순간 '안 되겠다'라는 자동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들이라는 어떤 프레임이 갇혀 아들을 바라본 것일 수도 있겠다. 활발하게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주도적이기를, 내가 원하고 바랐던 아들의 모습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축구를 그만두고 1년 만의 일이었다. 10살이 되던 아주 무더웠던 여름
"너 이럴 거면 그냥 가서 운동이나 해라"하고
한 5분 검색했나? 네이버 검색창에 000 시 야구, 000구 야구를 검색하고 바로 감독님이라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고행길로 발을 들이는 순간...이다.
" 네 오늘 바로 테스트 오실래요? OOO야구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
그렇게 약속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갔다.
남편은 왠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미적미적거렸는데 클럽야구에 대한 불신이 있는 듯했다. 한 10분 정도의 잠깐의 테스트를 하고 감독님과 상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