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을 향한 여정

예민함과의 화해

by 지노

잘 지내셨죠? 갑작스레 기록을 중단했었습니다. 그만둔 것은 아니고 기록하는 행위가 저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거든요. 그 사이에 어느덧 새로운 해를 맞이했네요.


분명 생각을 정리했는데 마음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도 더 애쓰면 괜찮을 거라, 더 적극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하다 보면 나아질 거라 생각해 왔는데요. 그렇게 반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게 다 짜증 나더라고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직장에서의 괴로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그 괴로움 속에서 정리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보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종종 제 의도나 마음과는 다른 댓글들도 꽤나 신경 쓰였고요. 자연스럽게 잠시 쉬게 되었고, 이제는 다시 방향을 찾은 것 같아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고 계속해서 힘들다’라는 큰 틀 안에서 모든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늘 그래왔듯 이 틀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애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애쓰지 않기 시작한 순간부터 숨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애쓰지 않았던 건 앞서 말씀드렸던 기록이었는데요. 기록을 멈추고 나니 생각을 정리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 느껴졌습니다. 받아들이기 수월한 생각과 감정들이야 큰 상관이 없었지만, 최근처럼 스스로를 괴롭게 했던 것들은 오히려 정리가 제 자신을 가두는 행위였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에 갇히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꾹꾹 눌러 모든 것을 담던 생각의 물꼬가 트이니, 부정적인 감정들도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듣고, 병원을 다녀오며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며 생각과 감정들이 흘러가기 시작하니 이제 좀 알겠더라고요. 당연하게도 모든 문제는 제 자신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날뛰고 있던 제 감정이 문제였어요. 스스로가 참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 예민함을 잘 달래주어야만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제 자신을 참 많이 사랑하지만 참 많이 미워했던 이유가, 황홀한 즐거움과 죽을듯한 괴로움을 오락가락 전해주었던 타고난 예민함이었음을 다시 한번 온 마음을 다해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각자 살아가며 마주하는 숙제들은 모두 다르겠지만, 저는 이 예민함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평생의 큰 숙제였습니다.


평온해지고 싶습니다. 자연스러운 제 모습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놓아주어야만 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가며 매 순간을 살아내야만 한다는 것, 생각이 일순간 정리되자마자 곧바로 행동해야만 하는 것 등의 자기 확언에서 벗어나야만 했어요. 그것들은 제가 아니라 단지 제가 원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당위성과 의무감에 속박하고 있었어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소용돌이치는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온한 상태에서의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들로부터 이어지는 것이었어요.


지금과 다르게 살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여전히 일하는 건 즐겁고, 더 많은 것들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제가 선택한 직업, 제가 하는 일, 제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등 지금의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이 참 만족스럽고 감사해요. 그렇기에 늘 그래왔듯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낼 겁니다. 단지 앞으로는 무엇인가 모를 것이 막연하게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더 충만한 즐거움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평온해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기록들도 그렇게 만들어가려고 해요. 생각과 감정에 갇혀있기보다는 세상을 배워나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고뇌보다 행복을 연습할 수 있도록 기록해 보겠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회사 동료는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