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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Oct 28. 2018

학교는 3 주체의 꿈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1편)

학생 다모임, 민주 시민 교육의 첫걸음

 우리 학교는 다행복학교(혁신학교) 2년 차이다. 예비학교까지 치면 3년 차이다.  다행복(혁신)학교는 교육의 3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이때까지의 관행적이고 형식적인 활동들을 걷어 내고 오로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교사들은 관리자와,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이를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냥 하던 대로 살면 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학부모의 자발적 모임을 지원하고, 교사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 그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조용해도 발은 호수 밑에서 허우적대는 백조처럼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며칠 전 3학년 학생들이 모두 강당에 모여 두 번째 전체 다모임을 열었다. 학생 다모임은 올해 처음 시작한 활동이다. (그래서 아이들도, 교사도 낯설고 힘들다.) 이번 토의주제는 <복도 놀이 문화 만들기>였다. (안건은 복도 자유게시판에 학생, 교사가 쓴 글 중에서 채택된다.) 의견을 낸 J선생님의 안건 설명이 이어지고 다섯 반을 섞어 만든 11개 마을에서  '각 마을별 토의'가 시작되었다.

 사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몇 가지 방안도 못 낼 줄 알았다. '놀아라' 해도 '놀게 없어요'를 외치는 아이들이고 그동안 딱히 장난감 외에는 놀이 문화가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각 마을마다 적게는 십여개, 많게는 30여개의 놀이를 내놓았고 가능하면서 가장 많은 의견을 모은 놀이를 마을 별로 돌아가며 발표했다. 방과 후에 교사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먼저 [끝말잇기판]이나 [수수께끼판]과 같이 바로 시행 가능한 것을 다음날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한 놀이 중 필요한 물품들을 신청했다. 이제  물품이 오면 적정한 장소에 설치해 줄 예정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들


 며칠 전 3, 4학년 아이들이 노는 소운동장에서 자꾸 3, 4학년들이 싸우는 일이 생겨서 선생님들이 임의로 노는 요일을 분리하였다. 아이들에게 그 내용을 통보하였을 때 우리 반 몇 명 아이들이 왜 자신들과 의논되지 않았냐고 항의를 하였다. 처음에 나는 당황하였지만, 즉시 사과하였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렇게 정하게 되었다고. 다음에는 시간을 두고 너희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겠다고. 교사들의 업무는 많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각양갹색이고 큰 목소리를 내는 아이와 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 등 다양하다. 교사들도 민주적 학교, 학급 운영은 처음이라 아이들과의 소통을 놓칠 때가 많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무조건 차단하기 위해 교사 주도로 놀이 날짜를 나누는 것보다 3,4학년 다모임을 통해 함께 규칙을 만들어 갔다면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에게 민주적 시민 의식을 키워주는 것은 다행복학교의 중요한 목표이자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교직원 회의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체서 만들어 가고 있고, 아이들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충분히 회의를 거치거나 의견조사를 하여 결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도 막상 교사다모임 시간에 아직 다양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몇 명의 목소리가 다수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일의 결정에서 속도는 느리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에 대한 회의적 시선과 거부 반응은 외부의 저항만큼이나 동료 내부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힘을 내며 이렇게 말해본다. 쉬이 가는 길이라면 벌써 이루어졌겠지. 그리고 방법이 벌써 나왔겠지.  그래서 우리는 3년 전부터 이렇게 모였고, 이야기 나누었고, 부딪쳤고, 힘겨웠나 보다. 그래도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아무도 싫다고,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쉽지 않다는 걸, 상처 받기도 한다는 걸 겪으며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혹자는 걱정한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키우면 교육의 본질이 무너지거나 아이들에게 끌려다니게 되지 않을까 하고. (아니 내가 더 걱정하는 부분인지도.ㅠㅠ) 하지만 믿는다. 우리가 서툴고 경험이 없어서 겪는 부작용이니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건 안된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논의가 사라지면 유행으로 남는다. 남이 한 걸 그냥 가져오면 추상이 되어 버린다.



어떤 특정 학교를 모델로 삼기보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치열한 경험과 뜨거운 논의 속에서 교육 3 주체의 행복을 추상의 개념이 아닌 삶의 현실로 일궈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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