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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ug 01. 2019

교사를 꿈꾸시는 분들께

 

  방학이 되어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립니다.  이렇게 방학을 통해 충전을 시작니다.  일주일 정도 충전을  교사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문득 어리석은 한 선배가 몇 여 보고 싶어져서 이 글을 씁니다.  다소 주관적인 의견임을 참고하셔서 너그러이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교사를 꿈꾸지 않는 분들도  교사의 잡담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곁눈으로 슬쩍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교에서의 저의 하루를 대강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침 8시 30분 전후로 학교에 도착해 8시 40분부터 아침 활동 지도로 하루를 합니다.  아침 활동은 주말이야기 나누기, 독서, 줄넘기, 칭찬 샤워 등으로  요일별로 다르게 이뤄집니다.  그리고  9시부터 1교시가 시작되고 일주일에 두 시간 영어전담 수업을 제외하고는 이들이 하교하는 오후 2시 전후까지  그야말로 의자에 엉덩이 붙일 여유 없이 폭풍 같은 한나절지나갑니다.   중간에 10~20분 정도 쉬는 시간이 2~3번 있지만 거진 학생들 안전 지도와 다음 수업 자료 준비, 메시지 확인, 학생 상담 등으로 물 한 모금 마실 틈이 잘 안 납니다. 그렇게 하루 에너지와 기력의 80%를 이때 쏟아붓습니다. 연한 일이죠. 가장 본질적인 시간이니까요.  폭풍이 지나간 자리가 그렇듯, 또는 예술가들 공연 후가 그럴까요?  아이들 하교 후 교실의 고요함과 적막감은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뒤섞여 교실의 먼지처럼 가라앉습니다.  나 또한 그 먼지의 일부가 된 듯 잠깐 멍해져 있다 정신을 차려보면 교실 바닥엔 청소 당번 아이들이 대충 치우다 남겨 놓은 쓰레기들이 굴러다니고,  교사 책상엔 검사해야 할 과제물들과 수업 중 활용한 교수학습 자료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깔끔한 선생님들은 항상 교실이 정돈되어 있는 것 같던데 저는 그게 잘 안됩니다.)  그것들을 대강 정리 어느 정도 깔끔해지면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비로소 의자에 풀썩 앉아 봅니다.  


  그리고 이제 또 나의 하루가 다시 시작됩니다.  책상 컴퓨터 화면는 적어도 다섯 개 이상의 메시지들이 빨리 처리 달라고 촉하듯 깜빡거리고 있습다.  일단  메시지부터 확인 후 처리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과제물들을 검사하고 일기장에 간단한 코멘트를 남깁니다. 그리고  제가 추진해야 할 업무를 점검한 후 아무 것도 없기를 기원하면서 교육청 업무포털 사이트를 엽니다. 기원과 반대로 대체로  2~3개 정도의 반갑지 않은 공문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확인하고 처리하는데 짧게는 5분, 길게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오후 회의나 상담이 없는 운이 좋은 날에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퇴근시간인 4시 40분까지 끝내질 때도 있습니다만... 그런 날은 자주 찾아오지 않습니다.  보통은 오후 6시까지 업무 처리 계속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 3부가 시작되는데,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일로 바로 다음날 수업 준비입니다.  이건 보통 집에 싸가지고 서 하는데  내용에 따라 1~2시간 정도 걸립니다.


    뭐 이렇게 썼다고 예비교사님들, 너무 겁내지 마세요.   업무량이 좀 많을 뿐 그렇지 않 선생님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 교사들은 퇴근시간까지 여유를 부릴 시간이 거의 없으니 칼퇴근을 하시려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쓸 마음의 각오는 하셔야 돼요.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아시겠지만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이 예전과 다르답니다.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입니다만 자녀 문제만큼은 누구나 그렇듯이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이 앞설 때가 많잖아요.  그리고 학생들의 논리나 주장이 합리적인 경우도 있지만 떼에 가까울 때도 많은 것도 참고하셔야 해요.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학생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 학부모에 대한 상담 능력과 단단한 강단이 필요해요.  이런 부분에서 저도 항상 한계에 부딪치지만요.  요즘 이런 문제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시는 선생님들이 종종 있고, 심하면 병가를 내시기도 해요.  작년에 두 명의 고등학생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다고 저희 교실에 하루 종일 참관하러 왔는데 저의 힘든 일상을 보고 복잡한 얼굴을 하고 돌아갔답니다.  그 아이들이 저로 인해 교사의 꿈을 지 않았기를 기도해 봅니다.


  그렇다고 꿈꿔오셨던 교사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해 보시라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교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이 많이 있는데 다 아시겠지만 그중 하나가 방학이에요.  예전과 달라서 요즘 학교는 정신적 육체적 강도가 정말 높아요.  방학이 다가오는 7월이 되면 교사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는 극에 달해요.  그 상황에서 방학이 없다면 견디기 힘들 정도랍니다.  물론 다른 일들도 그 이상 힘들 거란 걸 알아요. (제가 해본 많은 일 중에 가장 힘든 것은 저의 입장에서 신발 제조 공장 아르바이트였어요. 비록 두 달이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정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혹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방학기간이 일반 직장의 연가나 여름휴가의 개념이 아니라는 거예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방학기간에만 연가를 쓸 수 있고 그 외 시간은 41조 연수라고 부르는 개인 연찬 시간인데 이때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 결재를 받는데, 뭐 사실 계획처럼 빡빡하게 하진 않아요.  활동적이신 분들은 거의 모든 방학을 외부 연수로 잡기도 하지만, 저는 집순이라 어디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로 집에서 하는 원격연수를 많이 잡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문 온 것을 수시로 확인하고 처리를 해야 합니다.  며칠 전 들어가 보니 벌써 2개의 공문이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하아.. 그중 하나는 1학기 업무 실적 보고 11쪽 정도의 보고서를 다음 주까지 작성해야 하는데 벌써 머리가 아픕니다.   그 외 며칠은 학교에 출근 내지 출장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저의 방학 생활은 다른 선생님들보다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는 편이라 상당히 느슨하지만 마냥 편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서는 여유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저희 남편도 방학 때의 저를 보 좀 부러워합니다.  헝클어진 머리로 아침밥을 차려주면 저에게 이렇게 말한답니다.

 " 내가 나간 후 다시 잘꺼제?"

(절대 안 잡니다.)

 하지만 평소 제가 퇴근 후에도 업무를 보고 있거나 학교의 이런저런 상황을 말하면 상당히 안쓰러워하거나 갑갑해합니다.  저희 남편 회사가 일반 회사보다 좀 덜 경쟁적인 탓도 있고요.  교사는 방학이 아닌 기간에 연가를 낸다는 것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의 남편처럼 조금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인을 배우자로 두시면 조금 덜 힘드실 겁니다.  덕분에 집안 대소사나 아이 학교 참관, 상담 등의 문제는 남편이 거의 해결합니다.


  교직의 매력을 말하고 싶었는데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이야기가 가버리네요.  결론을 말씀드릴게요. 교직, 정말 보람도 크고 좌절도 소소히 있어요.  하지만 그 좌절, 이겨내는 마법의 약이 있어요.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까지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자세입니다. 그런 분이라면 교사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제가 조금씩 나이 들면서 느끼는 건데, 나이가 들고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쌓이게 되니까 아이들의 감각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아이들과의 공감 부분에서 나름 고전을 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나이 든 여자 선생님보다 오히려 나이 든 남자 선생님들께서 더 힘들어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좀 더 고정관념이 세지는 면이 있어서.

 50대에 승진을 할 게 아니고 정말 아이들의 미소만으로 60까지 행복한 교사를 꿈꾸신다면 그 꿈을 이어가기 위한 꾸준한 자기 연찬 노력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그릇이 정말 커야 합니다. 저도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라 학생들이나 다른 사람과의 소통 능력에 어려움을 많이 느껴왔답니다.

 

  어쨌든 방학이 좋네요. 다른 직장인 분들이 부러워하시는 만큼 행복한 방학 보내면서,  그분들이 억울하지 않으실 만큼 열심히 자기 연찬하겠습니다.  그래서 50대에 진입한 저 또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게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사를 꿈꾸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고 우리나라 교육의 보루 여러분심을 잊지 마시고  행복한 교사가 되어 주세요.(진정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시는 학부모님들, 부족한 교사들도 많지만 제 주변의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자기 연찬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 분이 없으시답니다.  더운 여름에도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직장인 분들, 그리고 열정적으로 연수 중이신 선생님들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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