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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ok Apr 01. 2016

비 오는 날

3-5. TOKYO






#도쿄타워


그렇게 폐장시간이 얼마 안납둔 시간 비 오는 날 혼자 언덕을 올라 도쿄타워로 향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우산도 없었다. 희뿌연 안개들 사이로 오히려 더 영롱한 불빛을 시뻘겋게 쏘아 올리는 타워가 저 멀리서도 공기를 진동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빨간빛에 이끌려 무엇에 홀린 듯 전망대에 올랐고 꽤나 높지 않은 어중간한 높이에서 서서 내려다 보기보다 같은 어깨 높이로 건물들을 견주어 보았다. 흐린 날에도 도쿄 시내는 꽤나 멀리 내다 보였고 가보지 못한 레인보우 브릿지까지 멀지 감치 구경할 수 있었던 거리였다. 특히나 정신없이 창문에 쏘아대는 은하수 배경영상과 효과음은 그냥 조용히 감상하면 더 좋았을 풍경들을 애니메이션도, 현실도 아닌 어중간한 세계로 만들어 버리는 매력이 있었다. 어째 어색한 침묵을 싫어해선지 부족한 야경을 조금이나마 과장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내려와 처음으로 텅 빈 느낌의 도쿄에 녹아들었고 생경하리만치 조용했던 도쿄가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글. 사진 by Jin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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