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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ok Apr 07. 2016

불법체류자

4-1. SHANGHAI






#그문턱에서


도쿄에서 마지막 날 밤 사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7일이 넘도록 여전히 적응하지 못했던 시차도 있었지만 아침 일찍 타야 하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잘 못 잠들었다간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실상 밤을 세우는 편을 택했다. 그리 계획적인 성격이 아닌 나는 그제서야 상해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고 꽤나 식겁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선 비자가 필요하단 사실을 그제야 알았던 것. 그것도 비행기 출발 6시간 전에. 


4년 전 유럽여행에선 당연히 비자가 필요한 나라가 없었고, 미국 여행 때는 교환 학생 신분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여행했기 때문에 그 필요성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런던과 베를린 일정 조정하기 위해 상해 비행 편을 위해서 지불했던 charge와 국제전화비만해도 꽤 되었기에 당장 돈 생각부터 스쳐 지나가더라. 비자 발급은 보통 자국에서 대행사를 통해서 많이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 죽었다 깨나도 일본에서 해결책을 찾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지푸라기 잡는 심정에 잠도 달아난 채 무한 서칭을 계속 해대었다.


그러던 와중 상해에는 72시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는 글을 보았다.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 나는 나의 체류시간을 세어보았다. 정확히 71시간 정도, 1시간 내외 차이로 무비자 체류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 조건은 환승지의 개념 (In 도시와, Out 도시가 달라야 하는 것)으로만 가능 하단 것도 아슬아슬하더라. 만약 런던, 베를린 일정을 조정하며 상해 체류시간을 기존 5일에서 3일로 줄이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던 입국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 서칭을 더해보니 때마침 올해 2월부터 무비자 체류 기간이 기존 3일에서 6일(144시간으)로 늘어났단 추가 희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상해에 도착하였다. 희뿌연 먼지 대신 드넓은 대륙 어디선가 불어오는 모레 먼지와 공해들이 한대 섞여 묘한 상해만의 누런 색깔을 만들고 있던 그곳에. 그리곤 쿨하게 무비자 체류에 대해 도장을 찍어줄 줄로만 알았던 심사대에서 또 한 번의 문턱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꽤나 디테일한 행선지와 연락처 조사를 하는 거였다. 그리곤 같이 체류문제로 발이 묶여있던 미국인 여자 친구는 10분 만에 통과해서 보내주더니 나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30분간을 앉아서 더 대기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서양인보다 한국인에 대한 불법체류를 더 민감하게 다루는 그들이 달갑지는 않게 느껴지며.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던 그들은 결국 상해 외에 다른 도시로 벗어나지 말 것을 당부하며 굳은 표정으로 오케이 입국 오케이 사인을 주었다.


아직 공산주의 체제의 색채를 많이 띄고 있는 나라였다는 걸 너무나도 간과했던 나였고. 그저 역사책에서나 밝히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이념의 한 중심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마지막 도시인 상해와의 쿨하지 만은 않은 체류가 시작되었다. 여행보단 더 어울리는 단어 합법적 체류자라는 신분과 함께. 



글. 사진 by Jin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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