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SHANGHAI
머리를 자르고 나서의 마음은 심플하게 둘 중 하나다. 새로운 모습에 흡족하거나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삭발 충동이 일거나. 머리를 맡긴다는 건 순간 내 모든 걸 맡기는 셈과 같아진다. 이미 잘려 흩어진 머리카락은 도로 가져다 붙일 수 없다는 건 우리가 복구 불가의 사이에 놓일 수 있음을 뜻 하니까. 항상 파격적인 컷을 꿈꾸며 기분 전환하고 싶은 내 마음과 위험한 짓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이발사의 마음 그 어중간한 지점에서 내 머리는 길을 찾는다. 길거리 어디선가 꽤나 많이 보았던 그 모습들 그대로.
글. 사진 by Jin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