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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프로 Nov 10. 2024

미친 거 아냐! 설악산 공룡능선 맨발등산 Part.3

찐프로 생각나누기 (2-3화/10회)

해변 근처에 숙소를 잡았고 신선한 해산물이 곁들여진

저녁 식사를 출정식처럼 즐기고 싶었다.

예를 들면 고등어구이, 간장게장

익힌 참문어와 참이슬

히~희망


하지만 속초 도착이 늦어졌기에 

근처 식당들은 문을 닫았거나 마감 중이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샐러드 캔맥주 하나로 출정식을 성대하게(?) 마무리했다.

현실


자정이 될 때까지불운은 계속됐다.

새벽 출발을 앞두고 잠시 눈을 붙이려고

불 끄고 누웠건만 ‘쿵쿵. 쿵쿵.’ 어두운 방으로

스피커 진동과 노랫소리가 퍼졌다.


남녀 혼성 듀엣은 신나게도 불렀다.

만취한 남성은 반 박자 늘어지고

혀 꼬인 목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외로운가 보다 느끼도록 만들었다.


특가라고 잡은 호텔 방인데, 그래도 명색이 호텔인데

이 상황이 말이 되나 싶었다.

인터폰을 들어 데스크에 항의 차 물었건만

돌아온 대답은 ‘복도 끝에 노래방은

임대시설이라 호텔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직원의

겸연쩍은 대답 돌아왔다.


사장. 아니 이성을 잃고

‘사장 새끼’를 부르 소란을 피울까 싶었지만

대사를 그르칠까 싶어 참았다.


자정지났으니 어제의 불운은

모두 사라지길 기대하다

 홀라당 깨서

짐을 꾸려 방을 나섰다. 


5월의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가

분노했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 주었고

곧 설악동 소공원에 도착했다.


비선대(들머리)에서 잠시 깊은 심호흡을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다만 사방은 무성해진 나뭇잎 아래

달빛마저 가려져서 라이트 불빛도 어둠에 먹혔다.

비선대 지나서 마등령으로


두 눈의 역할이 줄어드니 귀는 밝아졌다.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윙 하는 바람 소리가 더해졌고

어둠 속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뭐라도 튀어나올 듯해 쭈뼛하게 소름이 돋았다.

이럴 때는 앞선 산객의 라이트 불빛이라도 있다면

의지가 되겠지만 역시나 평일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오르다가 깊은 골짜기 사이로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올 무렵,

온몸은 소나기라도 맞은 듯 땀으로 축축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오르던 돌계단 위에서

잠시 멈췄다.


매년 그랬듯이 같은 지점에서 뒤돌아 사진을 찍는다.

 ‘와. 경치 끝내준다.’ 올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어떤 멋진 경치가

펼쳐질지 알지만, 또 뒤돌아보고 설렌다.


정상을 향해가는 길은 '단순 명료' 그 자체다.

외길이라 길잃는 일이 없어 단순하,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급경사가 눈에 확실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명료하다.


내가 힘에 겨워 ‘징 하구만!’ 구시렁댈 때

이 길에서 누군가와 눈마주쳤다.

우린 둘 다 헉헉대고 있었지만,

 맨발이라는 점에서 그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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