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튼의 심정이 불혹이 되야 이해가 가다니.
제가 중학생시절, 정말 재미있게 본 만화가 있었습니다. YAWARA 로 유명한 나오키 우라사와 (아.. 요즘 세대에게는 MONSTER 로 더 유명하겠네요) 의 마스터 키튼(Master Keaton) 이라는 만화입니다.
주인공 키튼은 일본인 학자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입니다. 옥스포드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SAS (영국 특수부대)에서 훈련 후 서바이벌 교관으로 복무했습니다. 교수 아내와 사이에 딸이 있고 이혼한 후 일본에서 고고학 시간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꿈인 도나우강 유역 발굴을 하고자 자금을 모으기 위해 위험한 보험조사원 일을 하며 세계를 누빕니다.
사막에서 버려져도 별자리로 위치를 확인하고 비닐로 물을 만들어 생존하고, 킬러와 사투를 벌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그야말로 영웅입니다. 맥가이버의 다른 버전 같다고 할까요. (으음.. 맥가이버가 무엇인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모르겠군요 또르르 ㅜㅠ)
어릴 때는 키튼이 보험조사원을 하는 이유 따위는 생각치 않고 그저 멋지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들고서 인생을 살아보니 그게 마냥 그렇지만 않더라고요.
키튼이 하고 싶었던 건 고고학자가 되어 자신의 가설을 증명코자 도나우강을 발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이 SAS 에서 배운 능력을 살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위험한 일이니 만큼 보수도 높은 일 입니다.
그 역시 '좋아하는(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달랐던 것이죠.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취업후 제가 받았던 스트레스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바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과
돈이 되는 일이
인생에서 모두 다른게 저는 비극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일요일 19시부터 우울해지기 시작하는 여러분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니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 (아마도 회사원)이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인가요? (그럴리가요) 혹은 너무 잘해서 회사에서 매번 칭찬하나요? (그럴리가요#2) 아니면 돈을 엄청 줘서 닥치고 일하게 만드는 일인가요 (아하하하 ㅠㅜ) 네, 우리 모두 같을겁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습니다. 요즘 말로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 그 케이스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번다던가, 좋아하는 일인데 재능까지 있어서 잘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인생이 희극이 되죠. 보통 이런 분들이 인터넷 기사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동경하는 이야기니까요. 이제는 우주의 먼치킨같은 존재인 스티브잡스나 주커버그 정도 되야 위 3가지 조건이 다 맞아 보입니다.
직장생활하며 꽤 오랫동안 고민했던 이슈입니다. 아마 결론은 모두가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3가지를 하나의 일에서 찾지 않기로 했습니다. 각기 다른 일을 찾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즉 덕업일치는 포기한거죠).
좋아하는 일은 매일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것도 그 일환입니다. 잘하는 일은 아직 뭔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잘해야겠지만 그 전에는 지금 회사일을 잘 해야겠지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마저 나이를 먹을 수록 어렵다는 사실도 알아가고 있습니다.(ㅠㅜ) 돈이 되는 일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찾은 것 같습니다. 제 능력보다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서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다들 어떤 생각으로 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스터 키튼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키튼 이야기로 끝을 내 볼까요. 마지막에서, 결국 키튼은 자신의 학설을 증명하기 위해 보험조사원 일을 그만두고 그렇게 원하던 발굴을 시작합니다. 행복해 하면서 말이죠.
그때 멋있게 느껴졌던 그 장면을 가슴에 담은체, 어릴때 그를 동경했던 한 아재는 여전히 동경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만화를 처음 볼 때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그 중학생이 지금의 저를 보면 행복하다고 볼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언젠가는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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