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 아니지 응원하기 해 주신 독자님을 위한 고민상담
어제, 제 브런치 최초로 저한테 "응원하기"를 해 주신 분이 나타났습니다!
늦은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평소와 다른 브런치 앱의 알람에 당황했습니다. 누가 악플이라도 단건가 두려움에 떨며 앱을 켰는데, 저한테 무려 천 원을 보내주신 분이 있었던 거죠!!
브런치를 8년 동안 했고 제 구독자가 오늘 기준으로 3,291분이 계십니다만 무려 첫 응원하기 사례였습니다. 구독자 수만 명의 괴수 브런치 작가님들이야 몰려드는 응원하기 수입에 무덤덤하실지 모르겠으나.. 저한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아.. 이 기능을 정말로 써 주시는 분이 있다니.. 이렇게 감사할 수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는데요. 응원하기를 해 주신 고마운 독자님께서 본인 질의사항도 남겨주셨습니다.
입금이 되었으면 움직이는 게 프로입니다. (저 천원은 제게는 천만 원 같은 느낌)
어젯밤부터 독자님의 질의사항에 대해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까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종종 대학생, 취준생 분들에게 직장생활 관련 강의를 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제 교과서적인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 가슴 뛰는 것을 찾아 하세요 ~ 뭐 이런 TED에 나올 법한 답이 그거죠. 정론입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답이고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또 달라집니다.
하여,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한 제 매우 현실적인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강의할 때는 기존 답은 못쓰겠...)
이 세상의 모든 직업은 다음 3가지 중 하나입니다.
내가 잘하는 것 (요즘말로 재능충)
내가 좋아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우리 삶의 비극은 이 세 가지의 교집합이 잘 없다는 겁니다.
예시를 들어볼까요. 저는 브런치 구독자분들도 많고 지금까지 책 4권, 논문 2권, 수많은 기고문을 썼습니다. 일반인보다는 글쓰기를 잘한다고 해도 되겠죠. (부끄)
또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니 8년 동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열심히 했습니다.
다만 돈이 안됩니다. 책 인세 해봐야 한 권에 100만 원 되려나요. 기고, 강의 다 해도 생업으론 어렵습니다. 작가로 먹고사는 건 극소수의 슈퍼 작가님들이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교집합이 있었다면 저도 전업작가를 했을 겁니다. 아니니 생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 거죠.
살아보니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빨리 저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게 인생에서 정말 x100 중요합니다.
잘 모르겠으면 최소한 반대의 것들이라도 빨리 알아야 합니다. 즉 내가 잘 못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돈이 안 되는 것을 깨우치는 거죠.
나이가 든다는 게 다른 게 아닙니다. 이런 걸 알아가는 겁니다. 나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꼰대 같네요)
질문 주신 구독자님도 깊게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40 전에 답을 찾는다면 대박이고요. 힘들면 일단 소거법으로, 하나씩 지워나가기라도 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취준생 분들께 늘 주장하던 부분인데요. 이다음 내용은 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인데,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돈.
우리가 하고 있는 직장생활의 본질은 자아실현 읍읍 돈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있죠.
이 돈이 작지만 매우 소중한 때가 있는데요. 바로 주니어 시절입니다. 똑같은 돈 100만 원이라고 해도 사회 초년병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제가 체감하는 차이는 매우 큽니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고서라도요.
지금 돈 100만 원이 있다고 해서 제 인생이 막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만, 20년 전 제가 100만 원이 생겼다면 저한테는 이게 큰 기회가 되거든요. 그걸로 투자를 해도 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때 사용한 100만 원은 20년 후에 큰 변화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20년 전에 비트코인 100만 원을 샀어야.. 아 그때는 없었네요)
즉 같은 돈이지만 가치가 다른 겁니다. 주니어 시절과 시니어 시절에는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거죠. 이 이야기를 왜 드리느냐. 주니어 시절에는 돈을 쫓는 게 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아니 전 세계 최고의 가치는 돈입니다. 이것도 제가 매운맛으로 글 쓰려고 벼르고 있는데요. 탐욕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죠.
독자님께서 1년 차로 이직을 준비한다고 하셨는데요. 기업입장에선 1년 경력은 경력직으로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창업하신 것이 아니라면 1년 경력을 엄청난 성과로 포장하기도 어렵고요. 그러니 이직을 준비할 때 재직 중인 산업군만 보지 않고 신입의 마음으로 전 산업군을 보길 권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돈도 많이 준다면 최고지만 육각형 자리가 없다면 1순위를 돈으로 두세요. 지금 내 입장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비싼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 중에 가장 비싼 자리를 잡았다면, 그다음은 자신의 생활을 수입에 맞춰야 합니다. 월급을 받으면 자기 계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지출을 통제하세요. 더 받으면 더 받는 만큼 저축을 하거나 자기 계발에 투자하셔야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의 100만 원과 제100만 원은 가치가 많이 다릅니다.
생활이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그때 앞의 3가지 항목을 챙기는 거예요. 난 뭘 잘하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고민하세요. 먹고사는 게 해결된 후에 고민해야 고민의 효율이 좋습니다. 당장 삶이 팍팍하면 미래를 설계할 여유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면 삶은 더 힘들어지고요.
돈은 복리효과가 무섭다고 하죠. 저는 삶 속에도 복리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의 고민과 노력은 나이를 먹으며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지금 위에 쓴 모든 내용은 제가 살면서 체감했기 때문에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엄청난 위인이 되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젊은 시절 저보다 더 노력한 친구들이 지금 훨씬 잘 되어 있는 걸 보면서 느끼는 반성이에요.
아주 먼 훗날, 독자님이 이 글 덕에 잘 되었다고 댓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조언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응원 감사해요!
Ps
쓰다 보니.. 저한테 '응원하기' 해주시는 분께는 고민상담도 해드리고, 나중에 조촐하게 자리 만들어서 오프라인 고민상담 같은 거 해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의 많은 응원 기대하겠습니다. (3천 명 앞에서 고민상담! 도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