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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Mar 13. 2022

MaaS 혹은 슈퍼앱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

이동 수단의 연결, 그게 정말 소비자가 열렬히 원하는 것일까?

MaaS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믿음


MaaS(Mobility as a Service)는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업계를 포함한 IT 바닥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개념이다.


초기의 MaaS는 말 그대로 기존에는 구매하던 방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자동차 구매에서 리스 등)이 주로 예로 들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더 확장해서 이동 그 자체에서의 소비자 경험의 디자인 최적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MaaS가 뭔가요?"라고 모빌리티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합하여 최적의 이동방식을 제안하는 이동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이동서비스

하지만 MaaS가 정말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혹은 실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논의가 깊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MaaS가 실현되면 뭐가 바뀌죠?"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쉽게 나올 수 있는 답은 아래와 같다.

A) 출발지와 도착지만 지정하면 도착지까지 다양한 교통 수단의 믹스를 통해 f(최적의 이동 경험, 시간, 가격)을 제안하고 이를 하나의 앱에서 한 번에 결제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답들은 때로는 '이동의 혁신', '극도의 이동 편의성', '사용자 중심의 모빌리티 패러다임' 등 다소 모호한 수식어들이 더해지며 듣는 사람들의 귀를 끌기도한다.


이 답에 대해 "그래서 그게 얼마나 혹은 왜 가치있는거죠?"라고 한 depth 더 들어가보자.

A) 여정 과정에서 모든 이동을 연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이동 동선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은 이동의 맥락에 맞는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하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답을 들으면 어떤 이상적인 미래가 엿보이는 듯하다. 어차피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에 이쯤하면 이에 대해 더 얘기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게 정말 가치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MaaS가 되면 왜 그게 가능할까? 혹은 지금은 그게 안될까?


단순히 이동이라고 묶지말고 이동을 나누어서 생각해보자. 이동은 크게 3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1)일상의 이동
2)비일상의 이동
3)일탈의 이동

일상의 이동은 출근, 등교와 같이 우리가 매일 하는 이동이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방법은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미 알고 있다. 대부분 1~2가지의 이동 수단(버스와 전철을 대중교통으로 묶는다면 거의 1가지일 것이다.)으로 이루어지며 그리고 이 영역은 대중교통의 영향력이 매우 큰 영역이다. (혹은 자차) 이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비일상의 이동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교적 잘 모르는 곳으로의 이동이다. 주말의 백화점 외출, 친구들과의 약속을 위한 중심가 방문, 교외 데이트 등이 해당한다. 일상보다 이동 수단의 선택, 경험이 조금 더 중요해진다. 이동 수단의 믹스가 조금 더 빈번하게 발생하며 지불 의사가 더 올라간다. 이 영역에서 자차의 필요성을 카셰어링이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다.


일탈의 이동은 여행이나 출장이 대표적으로 비교적 먼 곳으로 특정한 목적을 띄고 가는 이동이다. 여러 이벤트와 이동수단의 믹스가 일어나고 이동 수단 및 가격에 대한 탐색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이동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나 두번째 이동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크게 불편함이 없다. 평소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다가 늦어서 택시를 타거나 정도의 변화가 있다. 낯선 곳을 가는데 필요한 믹스 대중교통, 자차 내비게이션, 주차장 안내 등의 서비스는 이미 자리잡고 있다. 이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사용자의 지갑을 열게하려면) 적은 가격으로 큰 경험의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다. 사실 이 영역은 이미 가용한 수단들은 뻔하다. 해당 수단 하나하나의 경험과 가격 차원에서의 혁신이 엄청 빡셀뿐이다.


*이 영역에서의 혁신이 이루어졌을 때 어떤 모습일까는 택시비가 지금의 1/10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택시를 타는 데 아무 부담이 없다면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불편함이 존재해도 편함을 겪어본적이 없어서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다른 차원의 편안함을 제공하는게 쉬울까? 그리고 그게 MaaS에서 말하는 통합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결국 MaaS에서 말하는 이동의 디자인, 통합 등의 개념은 세 번째 맥락에서 성립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이동 중에서 세 번째 이동은 가장 빈도가 적다. 다시 말해 이동의 비용은 높을 수 있으나 수량이 적어서 시장 규모가 정말 큰지는 의문이다.


 시장성은 차치하더라도 통합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MaaS의 전제 조건은 이동 수단의 통합이다.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맞춤형 최적의 인포메이션을 제안할 수 있고,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개념인데, 이게 정말 실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일탈의 이동에서 이용하게 되는 교통 수단을 떠올려 보면 고속/시외버스, 전철, 철도, 항공, 자차&렌트카 정도가 떠오른다. 이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철과 철도는 국가 인프라이다.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가 독점적인 이익이나 결제 구조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Universal Clipboard by Apple


(참고링크1, 참고링크2)

애플의 기기간 사용 경험의 심리스한 연결은 분명 위대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애플이 맥,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본인들이 직접하기 때문이다. 교통 수단의 통제력없이 과연 심리스한 경험 제공이 가능할까? 완전히 다 소유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의 통제력이 필요할까?


다양한 교통 수단들의 통제력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심리스한 UI구성과 결제 흐름을 만드는 것은 차별적인 능력이므로 이를 구현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보자. 사용자/소비자가 정말 이것을 열렬히 원하고 있는가?


 출장이라면 이동 그 자체가 목적이고,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니(내 돈이 아니니) 이 MaaS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행은? 여행은 본질적으로 여행의 모든 과정이 콘텐츠이고 이동(과정 포함) 역시 콘텐츠 중 일부이다. 여행 플랫폼 간 경쟁은 누가 누가 더 차별화된 콘텐츠냐를 제공하는 싸움이 되가고 있다. 이동은 여행이라는 큰 콘텐츠 중 일부일 뿐이므로 생각보다 부가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MaaS를 통해 여행 산업에 진입해 부가가치가 만든다면 사실 그건 MaaS 경쟁력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 덕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연결이 되었다고 해서 정말 사용자가 가치를 느낄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이 필요하다. 연결하면 가치가 생길거라는 것을 당연하다고 깔고 갈게 아니라는 것이다.



슈퍼앱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


 지난 5년여 시간동안 그랩의 사례는 많은 모빌리티 사업가들에게 이상적인 사례로 여겨져 왔다. 헤일링에서 시작해 핀테크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는 그랩의 존재는 유니콘을 유투브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랩이 슈퍼앱으로 진화한 것은 1) 해당 시장 환경에서 헤일링 서비스를 잘 제공하기 위해 공급자에게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했기 때문에 2)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다른 옵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장에서나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용자다.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최고의 이용 경험을 제공해주는 데 회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각각에서 일관성있게 최고 수준의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모든 이동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최고 수준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이것들을 심리스하게 연결하겠다는 MaaS 전략은 정말 가능할까? 나에게 MaaS는 세상에 정말 있을 법도 하지만 동시에 정말 있을까 싶은 그런 것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MaaS는 메이저리거 오타니 같은 것일수도 있다. 모두가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투수와 타자를 최고 수준으로 기량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했지만 오타니는 2021 시즌에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지 분명한 것은 MaaS 모빌리티 서비스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손쉽게 달성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뛰어난 잠재력과 엄청나게 피튀기는 실행이 뒷받침되어야만 겨우 가능할까말까할 것이다. 마치 야구 역사에서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경쟁력을 동시에 가질 수있다는  보여준  베이 루스와 오타니  뿐인 것처럼 말이다. (오타니에서 영감을 얻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더군다나 힘들게 증명한 그것이 만약 소비자,사용자가 정말로 열렬히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면 부가가치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MaaS에 대한 고민은 이용자 즉 우리의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동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무엇인가?"

"우리가 그걸 정말 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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