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혁신의 상징이 시간이 오래지나 레거시가 되어버린 현장을 보고 있다.
카카오톡은 10년대 스마트폰 혁명의 대표적인 제품이었고,
카카오는 10년대 스타트업 씬의 대표 기업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카카오 그룹 전체의 광폭 행보는 스타트업 씬에 긴장감을 주었고요.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사람들은 카카오가 더 이상 명확한 지향점과 그곳을 향해 강렬하게 달려가는 에너지가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특히 카카오의 2010년대를 목격하지 못한 1020에게 카카오는 이제 혁신과는 거리가 먼 기성세대가 되어버렸고 이 와중에 감떨어져보이는 급작스러운 변화에 당혹스러워하거나 우스꽝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톡의 대안을 만들길 기대하며 언급이 많이되는 회사가 토스라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카카오가 차지했던 그 스타트업 씬의 대표 기업 자리는 어느새 토스가 차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토스의 제품력과 HR 문화에 대한 찬반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그들의 에너지가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지난 5월 대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들에게 토스가 엄청난 선망의 대상이었던 게 기억나네요)
2️⃣ 이번 업데이트 방향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도 있긴하다.
회사의 사업적 맥락 차원에서 결정의 방향에 대해 공감하거나,
새로운 시도라는 점 (혹은 스타트업스러운 시도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하는 경우도 보입니다.
그리고 결국 카카오라는 거대한 인프라를 유저들이 쉽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므로 유저들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 할 것이고 이 또한 지나가고나면 남는 것은 지표와 성과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유저의 관점이라기보다는 기획자의 관점에 가까워보입니다.
3️⃣ 억까도 많다.
“(심심했는데) 너 잘 걸렸다” 싶은 반응도 많고, 특히 커뮤니티에는 조롱을 위한 조롱, 뇌절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들도 본인 제품 안 쓴다며 카카오의 슬랙 사용을 조롱하는 것이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업무용 메신저와 일상용 메신저는 완전 다릅니다.
그러니 카카오가 슬랙을 쓴다는 것은 카카오톡의 실패라기보다는 카카오워크의 실패입니다.
그리고 슬랙은 글로벌로 압도적인 제품입니다. 구글 닥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AWS 정도로 IT 업계 필수재 수준이라고 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워크에 쏟아부은 자원 정도로 슬랙과 경쟁하겠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예산 몇 백억 원으로 ChatGPT, 제미나이 따라잡는 AI 만들겠다는 얘기 비슷하게 들립니다.
개인적으로 카카오 공동체의 회사에 몸담고 있기도하고, 이와 비슷한 사건들을 겪어서 인지 마음이 아픕니다.
4️⃣ 경영진의 조급함이 문제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방향에 공감하는 것이지 UX에 대한 호평은 없습니다.
물론 카카오톡은 사용자 층이 엄청나게 넓어,
모두를 만족시키려다보면 엣지가 없을 수 밖에 없고, 때로는 유저를 리드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굳이 유저에게 비호감을 쌓을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탭은 이전과 그대로 두고, 콘텐츠 탭 안에 오픈채팅, 친구피드, 숏폼을 통합하고,
14세 미만은 숏폼을 아예 제한하고,
(14세 미만은 가입시 부모 동의가 필요하니 별도 인증 없이도 가능할 겁니다)
친구 피드 역시 최근에 대화 내역이 있는 사람의 업데이트 내역만 우선 보여줬다면 지금처럼 반응이 나빴을까요?
이걸 정말 내부적으로 몰라서 안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사업적으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싶었던 조급함이 시선을 가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유저는 기업이 본인을 돈으로 보는 지를 기가막히게 느낀다.
유저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걸 비싸게 파는 것과 팔던 것을 그냥 비싸게 파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애플은 비싸게 파는 걸 굉장히 잘하지만, 어쨌건 새롭게 창출한 가치 기반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가치 창출 없이 회사가 원하는 걸(대부분의 경우에 수익)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유저는 당연하게도 화를 냅니다.
1등 서비스도 순식간에 망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습니다.
특히 프리챌, 다음한메일, 싸이월드 사례는 너무 많이 다뤄져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의 실책에는 이 사례들이 끝없이 소환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들의 실책 대부분은 새로운 가치 제안 없이 그냥 비싸게 팔려고 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