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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Feb 13. 2020

독박 육아에도 단비는 내린다.

이런 가족, 이런 사랑


밤 11시 , 띡띡띡띡..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이미 준이의 입이 귀에 걸려있다. 아기의 시선은 언제 자신을 향해 열릴지 모르는 안방 문을 향해있다. 분명 녀석, 이미 잠들어도 한밤중이어야 맞는데 아빠를 기다린 건가.


우한 폐렴 때문에 옷을 갈아입은 뒤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안방 문이 살포시 열린다. 침대 헤드를 잡고 서있었던 준이는 해처럼 환한 미소와 더불어 팔을 휘저으며 특유의 소리를 낸다. 기쁘다는 의미겠지. 이미 애초에 육퇴를 했어야 했는데.. 신랑 품에 폭 안겨 아빠의 귀환을 온몸으로 기뻐하는 아기를 보니 어느새 피곤은 쓱 사라지고 입가에 미소가 훅 번진다. 먹고 놀고 자는 일상이라지만 어둑 히 밤이 내리고 달이 차오를 때면 분명 자신을 씻겨주고 놀아주던 아빠. 아기도 몹시 그리웠을 테지..

신랑이 툭하고 검은 봉지를 내민다. 열어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이즈업 아카페라 카페라테~ 마시기도 전에 이미 육아의 스트레스 저 멀리 날아가버린 느낌이다.  하루 종일 독박 육아로 힘들었을 나를 위해 챙겨 온 그의 마음을 마시니 메말랐던 마음이 다시 소생되는 기분이다.


얼굴에 비벼대고 꼭 끌어안으며 아기와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던 그가 나는 좀 쉬라며 작은 방에 밀어 넣고는 어깨에 아기띠를 두른다. 이 방을 제외한 집안의 모든 불은 소등 한채 아기를 재우는데 그 스킬이 보통이 아니다. 이미 잘 시간이 훌쩍 지나 피곤해서였을까. 십여분 쯤 후, 거실에 불이 켜지고 샤워기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아빠를 만난 안도감에 아기가 쉬이 잠이 들었나 보다. 내가 재울 때는 어쩜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찌나 잠을 이기려고 노력하던지 참..


한 사람을 키우는 일은 정말 고되다. 뱃속에 있을 때가 나았다 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한 영혼을 키워내는 일이기에 모든 면에서 에너지 소진이 장난이 아니다. 숟가락만 갖다 대면 그저 좋아 입을 쫙 벌리던 아기가 갑자기 어느 날은 이유식을 거부해 애를 태우기도 하고 통잠을 자던 아기가 새벽에 몇 번이고 깨서 울면 또 달래서 재우고 우리는 피곤으로 찌들고ㅋ


아기와의 삶은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해도 아기의 컨디션에 따라 그때그때 계획이 수정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게 발버둥 쳐도 되지 않던 내려놓음이 육아를 통해 더 내려놓을 수밖에 없음이 되더라는 슬픈 깨달음.


그래도 이 고된 육아를 경험하며  나는 안팎으로 더 단단해졌다. 과연 내가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몰라서 울고 힘들어서 울고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제는 그 어떤일이 일어나도 잘 놀라지도 않으니... 언제까지 피곤해야 하나 싶다가도 오늘 같은 소소한 감동의 단비가 한번씩 내려 주면 그래도 좀 살만하네 싶은걸 보면 어떤 환경이든 적응의 문제인가 싶고.육아를 통한 깨달음과 더불어 내 인생에도 다시금 경력단절이 아닌 커리어의 단비가 쏟아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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