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크기를 감당해야 성장한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춘다
"저는 지훈 씨가 3년 차 때 진짜 일을 잘할 것 같아요."
임직원분들과 가진 티타임 시간에 공백을 깨고 내 옆에 있던 과장님이 불쑥 저런 말을 꺼냈다. 당시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실수를 반복하는 신입사원이었고, 파워포인트로 제안서를 작업하고 엑셀로 장표를 만들면 엄청 버퍼링이 걸려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며 자라고 있었다. 아니 자라기보다는 눌리고 있었다. 오늘은 S선배에게 구박을 당하고, 다음 날에는 J선배가, 그다음 날은 N선배가 구박을 하는 식이었다. 당시 하도 욕을 많이 먹어 선배들이 판단하기에도 '지훈 씨가 곧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만두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과장님의 저 말은 나를 더 강한 버티기 선수로 만들어주었다.
선배들에게 깨지면 다 보이는 자리에서 깨졌기 때문에 과장님이 늘 그 광경을 지켜봤다. 욕을 먹을 때마다 과장님이 늘 내 표정을 살피는 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이 분이 먼저 퇴근한 후에 술 한잔 하자고 나를 불러내곤 하셨다.
"지훈아, 회사 생활하기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지?"
"아... 괜찮아요..."
"웃기고 있네... 뭐가 괜찮아. 근데... 지훈아 버텨라. 형이 보기에는 너 진짜 잘할 것 같아. 형 실망시키기 말고."
"아.. 네.. 알겠습니다!"
"술이 엄청 달지?"
"더럽게 쓰네요..ㅎㅎ"
"이 자식이 어디서 더럽게라고!ㅎㅎㅎ"
그때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졸아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싫지만 이 형님이 해주시는 말의 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나쁜 경험, 좋은 경험 다 쌓여서 좀 더 어른이 되었을 때 내 말로 형님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안에는 여러 말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 당시 내 그릇에는 모진 말이 더 많았지만, 그 말들은 억지로 치우고 얼마 없는 '형이 너 믿는다'나 '지훈 씨는 3년 차 때 진짜 잘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나에게 늘 했던 말 '지지 말자'와 같은 말들만 붙잡고 살았다. 그 덕에 2년 차부터 제안서 작업도 안정적으로 하고 영업부터 전체 교육 운영까지 잘하게 되었고, 3년 차 때는 물 들어온 고기처럼 일을 술술 풀어나갔다. 생각해보면, 과장님이 내게 했던 말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이었다. 실수 투성이인 나에게 잘한다라는 얘기는 맥락이 안 맞는 얘기였으니까. 그런데, 그래서 그 말들이 더 인간적이고 좋았다. 근거가 있어서 나에게 잘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잘할 수 있다는 얘기가 참 멋졌다.
여전히 과장님과 나는 동종업계에서 일 하기는 하지만, 함께 일하지는 않는다. 다행히 경쟁업체로 만나지도 않았다.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는데도 늘 편하고 좋다. 지금은 과장님과 가끔 만나 인생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현인과 고인들의 멋진 명언도 있지만, 내게는 당시 과장님이 해준 근거 없는 저 말이 가장 멋진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과장님이 해준 말의 크기보다 더 성장한 사람이 되었다. 이 분 외에도 내 그릇에 말을 채워주는 몇 분이 더 계신다. 내가 어린 나이에 교육사업을 시작해 주변의 시선에 흔들릴 때,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버텨요'라고 내 흔들림을 잡아준 강사님도 있다. 이 말이 너무 큰 힘이 되었고 업계에서도 실력이 탄탄한 강사님과 함께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영업을 뛰었다. 그리고 이 강사님에게 일을 드리며 교육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있고 여전히 하고 있다. 내게는 멘토 같고 친구 같고, 멋진 강사님으로 존재하는 분이다. '우리 아들 무조건 믿는다'며 늘 내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버지도 있다. 나와 모든 삶을 공유하는 없어서는 안 될 내 절친이다. 지치고 힘들 때도 계절을 함께 걸어가자는 나의 말에 '우리 함께 계절을 걸어 나가요'라며 고맙게 손을 잡아준 소중한 사람도 있다.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나는 이 고마운 분들의 믿음과 함께 하고 싶어 실력을 키우기도 하고, 내가 걸어가는 길에 당황하지 않는다. 하루의 시작을 좋은 마음으로 열고 좋은 사람들을 담는다. 그리고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다짐한다.
말은 무게가 없다. 어떤 말은 내게 담아두었어야 했으나 튕겨나가기도 하고, 어떤 말들은 가볍게 들어와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말은 너무 고맙게도 내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고마운 말을 해주는 사람들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로서, 강사로서, 그리고 인간적인 한 사람으로서 힘이 되고 삶을 버티는 말을 하려고 한다. 좋은 말을 담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릇부터 만들어주려고 하고, 나쁜 말로 그릇이 깨질 위기에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말로 나쁜 말을 튕기게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말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로 누군가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참 행복한 사람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