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과 인생길은 같다.
"소망아 산책 가자~"
내가 목줄을 갖고 소망이한테 오면 소망이는 꼬리펠러를 붕붕 날리면서 헐레벌떡 뛰어온다.
산책이 그렇게 좋은지 산책 나갈 때 진정시키는 게 참 어렵다.
어릴 때는 목줄 하는 게 낯설어서 그렇게나 싫어하더니 이젠 목줄 하면 밖에 나간다는 걸 알아서 목줄에 목을 마구 갖다 댄다. 그래서 목줄을 딸칵 착용하면 목줄 매자마자 폴짝 점프해서 안긴다. 얼른 나가자는 뜻이다.
그렇게 산책을 나가면 소망이는 나를 안 보고 앞만 보고 간다. 나랑 눈 좀 맞추고 걸음 맞추면서 같이 걸으면 좋겠는데 소망이는 원래 가는 산책코스로 쭉 걸어간다. 어쩔 때는 너무 좋아서 혼자 줄을 질질 끌면서 앞으로 가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목도 아프고 다리도 상하는데 그럴 때마다 걱정되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건 나다. 내가 소망이를 계속 쳐다보고 불러도 소망이는 나한테 눈길조차 안 주고 신나서 앞만 보며 간다.
그래서 내가 소망이랑 눈을 맞추고 걸음을 맞추기 위해 걷다가 멈춰 서기도 하고 원래 가던 산책길이 아니라 방향을 바꿔서 걷기도 한다. 소망이가 원래 익숙하게 가던, 자신이 생각했던 그 코스가 아니라 다른 코스로 내가 방향을 꺾는다. 그러면 종종 싫다고 버티거나 반항을 하기도 하는데 방향 바꾸는 걸 계속 반복하면 그제야 내 눈을 보면서 나랑 걸음을 맞춰 걷는다. 원래 생각해 두고 가던 길에서 벗어나 생각 못한 길로 방향을 꺾을 때 그제야 혼자 하는 산책이 아니라 나랑 같이 걷는 산책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종종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차가 지나가거나, 흥미로운 물체가 놓여있는, 소망이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 재미있는 뭔가가 있으면 마구 줄을 끌면서 간다. 또 나를 안 본다. 아무리 불러도 내 목소리도 안 듣는다. 그럴 때 내가 다른 곳으로 가자고 이끌면 두 발로 일어서기까지 하면서 가기 싫다고 표현하거나 목줄 빼달라고 뒷발로 목줄을 긁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소망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행복하면 나도 너무 좋지...
그런데 소망이가 관심 갖는 것들이 소망이한테 위험한 게 많고, 목줄을 푸는 것도 소망이한테 위험해서 원하는 대로 해줄 수가 없다. 아이들한테 가면 아이들이 소망이 보고 소리 지르거나 돌을 던지는 장난을 치거나 소망이를 건드릴 수도 있다. 다른 강아지한테 가면 싸움이 날 수도 있고, 자동차에 가까이 가면 위험하고, 풀숲에는 진드기나 해충이 있다.
목줄이 갑갑하고 저 멀리 다른 게 더 흥미로워 보여도 목줄을 한 채 나랑 같이 있는 게 소망이한테 안전하다. 아무도 없고 관리가 잘 된 강아지 운동장이 아닌 이상 밖은 소망이한테 위험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끌려고 하지만 이미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에 관심을 뺏긴 소망이한테는 내 목소리가 전혀 안 들린다. 내가 옆에 있다는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소망이 시선을 끌 게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러면 그제야 내가 옆에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내 목소리를 들어주고, 나랑 눈을 맞춰주고 걸음을 맞춰서 걷는다. 그러면 우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산책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강아지랑 산책할 때면 하나님과 함께 걷는 인생길을 떠올리게 된다. 나도 소망이처럼 내가 아는 길, 내가 계획해 둔 길, 흥미 있어 보이고 내가 원하는 길로 마구 달려갈 때 하나님 음성도 안 들린다. 저기 가면 다 잘 될 것 같고 나한테 다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목이랑 다리에 무리가 가도 온 힘으로 버티는 소망이처럼 내 몸이 상하는 줄도 모르고 버티기도 하고, 내 생각과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트시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고 내 안전을 지켜주는 주님의 명령이 나를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거슬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할 때는 주님이 옆에 계시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하나님은 어떻게든 내가 주님의 존재를 기억하게 하시려고,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려고 나를 아무것도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신다. 그리고는 늘 내 옆에 계셨고 나를 지키셨고 나와 동행하셨고 나를 바라보셨던 주님을 느끼게 하신다. 나는 그때야 주님의 존재를 인식하고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과 눈을 맞춘다.
험하고 악한 이 세상에서 내가 안전하게 완주하는 방법은 주님 옆에서 주님과 눈 맞추고 걸음 맞추며 걷는 것이라는 걸 우리 강아지랑 산책하면서 다시금 떠올렸다.
주님보다 앞서지 말고, 함께 걷는 길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고 주님과 같이 걸어야지. 나를 보시는 그 시선에 눈을 맞추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