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은... 사랑하기 힘든데.. ^-^
병사들보다 무서운 초딩들이 있는 초등부에 가게 됐다!
우리 부부가 신우부에 마음이 있어서 병사들을 섬기는 신우부 교사를 하고 싶다고 우리 구역의 어느 집사님께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집사님이 신우부 교사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급한 게 초등부 교사라, 초등부에 사람이 부족한데 혹시 괜찮으면 초등부 교사를 해줄 수 있냐고 하셨다.
하.. 나는 애기들을 사랑하지도 않고 특히 초딩들...!! 좋아하지도 않고 유치한 거 딱 질색인데....
물론 초딩들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초등학생은 유치하고 말 안 듣는다는 생각이 있어서 유아부교사나 유년부(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는 해봤어도 초등부 교사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ㅠㅠ
초등부에 마음을 줄 수 있을까?
초딩들이 말 함부로 하고 버릇없이 행동하고 장난 심하게 쳐서 기분 상하고 사랑 못 주면 어쩌지...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초딩들 싫어서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초등부 가야지ㅜㅜ
나랑 남편은 초등학생들이 무서웠고 신우부가 하고 싶은데 신우부를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필요한 자리에 가는 게 하나님께 순종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초등부에 가겠다고 했다... 하하하
그리고 며칠 뒤 아파트 단지에서 어느 집사님을 만나게 됐다. 교회 소식을 굉장히 잘 알고 계시는 집사님이셨다. 집사님은 나한테 초등부 아이들이 새로운 선생님 온다고 엄청 좋아한다고 기대 중이라고 하셨다.
어머나... 이건 생각도 못했던 건데... 우리가 온다고 애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진짤까 진짜 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나?!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고맙고 감동이라서 두근두근 내 마음도 설렜다 ㅋㅋㅋㅋㅋㅋ
처음으로 초등부 교사로 갔던 날
아이들이 쓰는 교육관 건물은 교회 본 건물 바로 옆에 따로 있었다.
초등부 아이들은 1학년부터 6학년 총 20명 정도.
대형교회에 출석하다가 온 내가 볼 때는 인원 수가 굉장히 적어 보였는데 지난 몇 년 중에 가장 인원이 많은 편이라고 하셨다. 군인들 인사이동에 따라 아이들이 훅 빠지기도 하고 훅 들어오기도 해서 늘 변동이 있고, 올해 12월까지 이 인원으로 갈지도 미지수.
그리고 우리랑 같은 건물의 옆방을 쓰는 유치부 아이들은 4살부터 7살. 유치부도 약 20명.
초등부 목사님 한 분, 유치부 목사님 한 분에 교사는 유치부 초등부 합해서 9명 정도. 거기에 우리가 와서 11명. 그리고 여기도 신우들이 있는지 몰랐는데 군복 입은 병사 선생님들도 몇 명 있었다.
예배가 시작하자 율동하며 찬양을 했다.
나는 율동을 별로 안 좋아해서 청년부 예배 때도 워십을 절~대 안 했다.
율동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멀티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 워십을 하면 가사에 집중이 안 되어서 가사에 집중하면서 찬양하는 걸 선택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율동을 해야 아이들도 더 잘하기 때문에 율동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어색했다...
군교회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앞에 나서서 율동해 줄 선생님이 없어서 앞에 스크린에 영상을 틀었고 아이들이 그 영상을 보면서 율동을 했다.
찬양단이 따로 있어서 몇몇 아이들이 앞에 나와서 율동을 했는데 아이들이 자꾸 나를 보고 율동을 하는 것 같았다. '아 애들이 율동을 아직 다 못 외웠나 보다 내가 더 열심히 춰줘야지' 생각하고 열심히 율동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 뒤에 그 애들이 보는 모니터가 있었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율동을 한 게 아니라 내가 아이들이 보는 화면을 가리고 있었던 거였다 ㅋㅋㅋㅋ
미안하다 얘들아... 선생님이 처음 온 환경이 너무 낯설어서 내 뒤에 모니터가 있는 줄 모르고 너희들 시야를 방해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
초등부 설교는 눈높이 설교라 목사님께서 본 예배 설교보다 훨씬 쉽게 말씀을 나눠주시는 편이다.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유아부 봉사할 때도 설교말씀이 정말 이해가 잘 되고 1차원적인 설명 속에서 와닿는 게 많았는데 초등부 설교도 그랬다. 그리고 이곳 초등부 목사님께서 엄청 사랑을 담아서 말씀을 나눠주시는 게 느껴졌다.
예배가 끝나고 광고시간이 시작됐는데 문득 나랑 남편이 새로 왔으니까 앞에 나와서 인사를 시킬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말을 준비 안 했는데!! 어쩌지? 인사말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핸드폰을 꺼내서 급히 ai의 도움을 받아 짧은 인사말을 준비했다ㅋㅋㅋ 남편이 뭐 하냐고 하길래 AI가 인사말 적어준 걸 보여줬다 ㅋㅋㅋㅋ
역시나 광고 시간에 소개시간이 있었고 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앞에서 시선 받는 거 정말 부끄러워하는 스타일인데 애들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낯가리면 안 되니까...ㅠㅠ AI가 알려준 인사말 기억해서 최대한 안 어색하게 열심히 말했다.. 흐흐 그리고 남편도 인사를 자연스럽게 잘했다.
나중에 "오 어떻게 그렇게 인사를 준비 없이 잘했어?"라고 했더니 내가 AI 찾아본 거 보고 본인도 찾아봤다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
초등부에 간 첫날이라 바로 공과공부하지는 않았고 초등부 목사님과 간단히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목사님이 원하는 학년이 있는지 물으셨는데 우리 둘 다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고 1학년이든 6학년이든 다 어려울 것 같아서 ㅋㅋㅋ 그냥 정해주시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1학년을 맡고 남편은 5학년을 맡기로 했다.
목사님은 아이들이 흰 도화지라고 생각해서 아이들한테 말을 할 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고민하고 말하신다고 했다. 말씀 들을 때도 그 사랑이 느껴졌었는데 대화 나눠보니 진짜 너무 좋은 목사님이셨다.
1학년이라니...
나도 1학년 때 초등학생 된다고 엄청 좋아했고, 책가방 싸서 학교에 가고, 수업이라는 걸 듣고, 친구랑 운동장에서 놀고, 난생처음 문방구도 가보고, 수업이 다 마치면 학교 정문에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데리러 오셔서 각자 엄마아빠 찾아서 손잡고 집에 갔던 그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라니...! 너무너무 신기했다.
애들이 한글은 알까, 본인 이름은 쓸까, 말은 잘할까 너무 궁금해서 다음 주가 너무 기다려졌다.
천사 같은 꼬꼬마 아이들을 생각했다고나 할까?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