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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 21년차, 하나님을 믿게 됐다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 신앙간증문

by 진소은

기독교는 가짜라고 생각했다. 성경에 대해 아무리 들어도 불신했다. 하나님 만났다는 사람들은 착각 아닐까, 주입식 교육 아닐까, 기도 응답받았다는 건 우연 아닌가 등등... 와닿지도 않았고 이해도 안 됐다.


솔직히 모태신앙이 아니었다면 난 절대 교회에 안 다녔을 것 같고 오히려 기독교인들 손가락질하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런 내가 '하나님이라는 분이 진짜 계시는구나!'라고 믿게 된 건 20살쯤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부모님 따라서 당연히 교회에 갔고, 교회 가면 재미있고 친구들도 많아서 좋았다. 신앙은 전혀 없었다. 그냥 하나님을 너무 사랑하는 부모님을 보며 하나님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7살쯤, 엄마아빠한테 "하나님은 없어요. 다 거짓말이에요."라고 하면 엄마 아빠가 "내가 평생 믿어온 하나님이 사실은 없는 존재라고?" 하면서 충격받으실까 봐 말씀드리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그만큼 부모님을 사랑하니까 하나님에 대해 아무 생각 없어도 교회에 다녔다. 재미있기도 했고.

그런 내가 '하나님을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건 중학생 때였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간 여름 수련회에서 반주 없이 다 같이 ‘예배합니다.’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조용한 공간에서 바람소리+사람들 기도 소리+ 찬양소리+ 훌쩍이는 소리를 듣는데 문득 소름이 끼쳤고, '하나님을 만난다는 건 뭘까 나도 하나님을 만나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중고등학생 때 임원과 찬양팀을 하며 교회 생활을 열심히 했는데 기도도 하고 예배도 드렸지만 아직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기에 저기 저 멀리 계신 신에게 소원 빌듯 기도하는, 정말 그저 ‘교회 생활’하는 기독교인이었다.

그때 친한 친구 중에 신앙심이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하나님을 어떻게 만났냐, 하나님 사랑을 어떻게 느끼냐 물었고 친구가 열심히 답해줬지만 하나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나도 하나님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하나님 사랑을 느끼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대학 생활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학과 생활도 괜찮았고, 남자친구랑도 잘 지냈고, 집에도 별 일도 없었고, 친구들도 잘 사귀었다. 그렇게 딱히 부족함 없이 살다 보니 기도할 일도 많이 줄었던 것 같다. 그리고 타지에서 새로 간 교회는 아는 사람도 많이 없다 보니 종종 빼먹기도 하고, 교회 가서 예배만 얼른 드리고 돌아오기도 했다. 근데 희한하게 나는 너무 잘 지내는데 어딘가 마음 한 곳이 휑하고 허전했다. 마음속에 자꾸만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헛헛했고, 아무 문제없는 내 삶에 뭔가 비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싶었지만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1학년이 끝나갈 때쯤, 책상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책꽂이에서 QT책이 떨어졌다. 한 번도 하지 않아 거의 새 거 같은 책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전등에 불이 켜지듯 내가 잊고 살던 게 뭔지 깨닫게 됐다. 매번 습관처럼 출석하기만 하던 교회. 나는 형식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며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아, 나 하나님 사랑 알고 싶다고 했었지!' 고등학생 때 하던 기도가 떠올라 그때부터는 성경 읽고, 기도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습관이 되어 있지 않던 터라 늘 잊었고, 며칠에 한 번 겨우 떠올려도 내일로 미루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2학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습관처럼 교회에 출석만 했다. 그래도 1학년 때와는 달리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고 싶었고,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껴보고 싶었다. 생각날 때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했던, 하나님 사랑을 느끼게 해 달라는 기도를 다시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교회 여름 수련회 시기가 되었고, 고민하다가 남자친구랑 같이 여름 수련회를 신청했다. 사실 타지의 교회에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 꺼려지긴 했지만 왠지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다.


수련회 당일, 교회에 모였는데 남자친구랑 회비를 내고 자리에 앉았을 때 문득 이 교회에는 친한 친구가 없고 우리 둘 뿐이라는 게 떠올랐다. 조도 다른 조일 거고 잠도 모르는 친구들이랑 자야 하는데 그럼 남자친구도, 나도 혼자인 거다..!!! 회비를 내고 자리에 앉은 순간에 무언가에 홀려있다가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에 가고 싶다고, 괜히 신청했다고 엄청나게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등록을 해버린 터라 돌이킬 수 없이 수련회 장소에 가게 됐다. 설교 말씀은 참 좋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식사시간이나 숙소에 있는 시간이 오는 게 싫어서 어쩌다 보니 말씀과 찬양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수련회 첫날 저녁, 외롭고 불편해서 엄청나게 후회했다. 집에 너무 가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하나님 저를 여기 왜 오게 하신 건가요?? 저 정말 집에 가고 싶어요..'


너무 외로워서 자기 전에 남자친구랑 복도에서 따로 만났다. 남자친구도 낯설고 불편하다고 했다. 둘이서 복도 구석에 서서 괜히 왔다고 후회하는데 문득 우리 둘 다 이럴 거 뻔한데 예상 못하고 홀린 듯이 신청해서 온 게 좀 이상하다, 뭔가....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 같다, 이왕 온 김에 말씀 열심히 듣고, 우리 고민이 해결되는지 기대해 보자며 마음가짐을 바꾸기로 했다. (이때 우리의 고민은 '스킨십을 해도 될까요?'였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말씀 내용이 전부 나한테 주시는 내용이었다. 말씀을 듣는데 모든 말씀에서 여태 내가 일상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던 문제의 해답이 들려왔다. 내가 이 수련회에 왔기 때문에 내 마음의 고민들이 해소가 된 거다. '어딘가에 홀린 듯이 신청해서 여기 오게 된 게 하나님이 나를 여기 오게 하려고 행하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마침 우리한테 딱 필요한 스킨십에 관한 설교도 듣게 됐다. 분명 나 혼자, 또는 남자친구 혼자 들었으면 고민의 답을 알기도, 실천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그 말씀을, 그 공간에서, 마침 둘이 '같이' 듣게 하심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찬양하며 기도회를 하던 중에 '온 땅의 주인'이라는 찬양을 하는데 갑자기 확! 뭐가 내 마음에 확 들어오는 것처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게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시는데 나는 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너무 죄송해서 펑펑 눈물만 났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나서 엉엉 울면서 기도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먹먹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걸 체험하게 됐고, 하나님이랑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로부터 1년 후, 기도하던 중에 주신 마음으로 3학년이라는 늦은 시기에 대학교에 있는 기독교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는데 일주일에 2번 있는 예배와 모임을 통해 하나님에 대해, 성경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됐고 필요를 채워주시는 주님, 나를 위로하시고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능력 주시는 주님, 그리고 내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주님을 체험하게 되면서 하나님과 교제한다는 게 뭔지, 저 멀리 있는 신에게 소원 빌듯 기도하는 게 아니라 진짜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게 뭔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더 많이 알게 됐다.

기도하는 게 뭘까 기도하면 응답하실까 한참 궁금해하던 나한테 동아리 선배가 이렇게 말해줬다. “하나님은 초신자의 기도에 더 잘 응답하신대!” 별 다른 설명 없이 저렇게 말한 게 다였는데 저 말이 그대로 확 믿어지면서 이제 막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는, 꼬꼬마 신앙을 가진 내 기도에 하나님께서 더 잘 응답하신다는 사실이 너무 설렜다.

“하나님, 이제 막 하나님을 제대로 알아가고 있는 제 기도는 더 잘 들어주시는 거죠?”라는 믿음으로 기도했고, 정말 신기하게도 아주 작은 기도에도 아주 빠르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됐다.

하나님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고 신앙이 성장해 가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업그레이드되고 재정비되는 과정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나님을 막 알아가던 저때부터 몇 년간은 기적처럼 수많은 기도 응답을 받고 내 필요를 채우시고 나를 사랑하시고 다 예비해 주시는 하나님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차원의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성경도 가짜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하나님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다니 참 신기하다.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세요'라는 내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나님을 체험한 후로부터 내 삶이 참 많이 변다. 아직도 작고 약한 믿음이지만 순수했던 저때처럼 하나님을 더 많이 신뢰하고 사랑하게 되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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