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첫 만남
우리는 교회 고등부에서 처음 만났다. 새해가 다가오면 교회 각 부서에서 한 해를 이끌어갈 임원을 선출하는데 그 해에 내가 고등부 임원이 된 거다.
임원 카톡방이 만들어지고, 기존에 고등부에 있던 친구들에 이어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부 임원이 된 고1 후배들이 초대됐다. 어떤 친구들인지 너무 궁금해서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는데 그중에 한 남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프로필 사진이 잔디 깔린 축구장에서 축구하는 사진이었는데, 찍어주는 사람이 바닥에 누운 채로 대충 찍은 건지 수평이 약간 기울어진 채로 푸릇푸릇한 잔디가 화면에 가득 담겨있고 사람은 저 멀리 아주 조금 보여서 '아, 골키퍼가 골대 앞에 서 있구나!'하고 형체만 확인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대충 찍은 사진...(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가 진짜 그냥 편하게 찍어준 사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일까. 얼굴도 안 보이는 그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나는 그 남자애한테 관심을 갖게 됐다. 카톡방에서 인사 외에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고 어떤 애인지도 모르는데!
프로필 사진만 봐도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때 어린 나이에도 프로필 사진을 보며 느낌적으로 와닿았던 게 아닐까 싶다. 내 남자가 될 거라는 느낌~? ㅎㅎㅎ 다른 임원친구들 프로필 사진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당시 내 프로필 사진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 프로필 사진만 기억이 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드디어 임원회의 날이 되어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회의에 갔다. 다 같이 모여서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데 내가 제일 궁금해했던 그 남자애는 자리에 없었다. '뭐지? 왜 00 이는 없지?' 궁금한 마음에 친구한테 슬쩍 물어봤더니 사정이 있어서 그 애는 좀 나중에 합류한다고 했다. 진짜 대실망이었다...ㅜㅜ
임원들끼리 친해진다고 엠티도 가고 아침기도회 후 햄버거 먹으러도 가고 임원회의하면서 피자도 시켜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임원활동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거야! 어느새 다른 친구들이랑 친해지느라 그 애 생각은 점점 흐릿해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한 3달이 흘렀나? 어느 때와 같이 고등부 임원회의실에 모여있었는데 문이 열리면서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키와 체격도 내 스타일인 남학생이었다. 나랑 같이 이야기 나누고 있던 고1친구가 "어 00이다!"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래서 그 애가 처음 문 열고 들어와서 제일 먼저 바라본 쪽이 내쪽이었고, 그 애는 친구랑 인사한 후 날 보고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 어 안녕...!"
나는 피부가 하얀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안경 안 끼고 쌍꺼풀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애가 문 열고 들어오던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이 생각밖에 없었다.
'애가 참 괜찮다...ᰔ'
그때 난 그 남학생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지금 내 남편이 그때 그 남학생이라는 걸 문득 상기할 때면 신기하고 놀랍고 감사하고 또 신기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