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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Aug 20. 2023

어쩌다 마주하는 어이없는 일

손님의 배신


얼마 전 겪은 일을 몇 자 적어봅니다.     

불볕더위가 지속하던 어느 날 A 중개업소 실장님과 저는 손님에게 주택을 보여드렸습니다. 손님은 집이 맘에 들었는지 가족에게 한 번 더 보여주고 나서는, 전세금을 조금 더 낮춰준다면 계약 의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세사기 여파로 벌써 한차례 보증금을 조정해 나온 물건이라 저는 임대인에게 가격조정 얘기하기가 찜찜했답니다. 그래도, 이 손님은 임차인이 원하는 이사날짜와 딱맞아서 조금의 가격 조율은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임대인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하고 보증금을 조금 더 낮춰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의 목소리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일의 진전 없이 며칠이 지났습니다.     


얼마 후 임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틀 전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하기로 했는데, 계약하려고 하니 금액을 너무 많이 조정해달라고 해서 계약을 못 했답니다.

임대인은 계약이 무산되고. 임차인의 이사 일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불안했던 것 같았습니다.


금액조정을 좀 더 해줄 것이니, 지난 번 손님에게 연락해보라는 것입니다.

손님이 원하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정해 준다고 하니 얼른 저는 A 중개업소에 연락했습니다. A 부동산 실장님도 손님에게 연락해보겠다면서 들뜬 목소리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손님은 금액을 더 낮춰달라 하고, 수긍이 안 될 요구사항을 얘기하면서 결정을 늦추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임대인과의 통화에서, 뭔가 의심쩍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하려는 또 다른 부동산 손님이 있는데 제가 계약하려는 A 부동산 손님과 조건이 너무 유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마 하며, 임대인 전화를 토대로 추측한 결과 손님은 임장 한 집의 임차인에게 찾아가 임대인 연락처를 알아내고, 임대인과 직접계약을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A 중개업소는 어이없어하며 손님에게 사실을 확인하려 하자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답니다.

그리고, 손님이 어떠한 제안을 임대인에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임대인도 어느 순간 모른 척하면서 직접계약을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손님이 임대인에게 A 중개업소가 협박해서 무서워서 계약 못 하겠다고 했답니다. 그 말은 확인해보니 거짓이었습니다. 이사 일이 촉박한 것을 빌미로 오히려 임대인과 임차인의 애를 타게 한 그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더는 추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임대인, 임차인, 손님 모두가 두 중개업소를 배제하고 계약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한통속이라는 뜻이었고, 더는 말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계약을 했는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두 중개업소는 이 일로 정보를 제공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 것이 억울할 뿐입니다.

만일 계약했더라도 임대인과 새 임차인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있을까요? 벌써 서로의 추잡한 민낯을 한 번씩은 본 셈이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중개업 종사자라면 저와 같은 일을 겪었던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라도 임장 전 중개의뢰서를 작성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켜 최소한 손님이 임장을 아이 쇼핑쯤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며 이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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