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인중개사대표는 건축물대장상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실제 용도는 거주용인 물건을 공동중개로 계약하게 되었답니다. (대체로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등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는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작성했지만,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작성에서 고민이 생겼답니다. 참고로 확인설명서 작성 시 실제 사용조건과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다를 경우 건축물대장상 용도를 기준으로 확인설명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새내기 공인중개사대표는 계약일 전에 여러 번의 확인을 거쳐 계약서와 비주거용 확인설명서로 잘 작성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준비하고 당일에 계약을 진행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손님 측 개업공인중개사분이 확인설명서가 잘못되었다며 망신을 주듯이 말하는 바람에 순간 많이 위축되었다고 합니다.
손님 측 부동산 대표는 경력이 오래되었고, 연세도 많으신 어른이다 보니 할 말도 못 하고 자신이 계획한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되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상담내용보다는 억울함이 더 많은 듯했습니다.
저는 어르신이라 반박하지도 못했다는 새내기 공인중개사 대표에게 상대가 아무리 경력자라고 해도 본인이 확실하다면 공인중개사 대 공인중개사로서 할 말은 할 용기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실 저도 오래전 부당한 일로 연세 있는 개업공인중개사 대표와 언쟁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표님은 다툼에서 일의 옳고 그름이 아닌 젊은 사람이 자신에게 대든다며 제 말을 막았지만, 저는 제 생각이 옳다는 믿음과 상대부동산이 나이로 밀어붙인다고 내가 물러서면 내 손님에게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일이 마무리되고 난 후에 사과드렸고, 상대부동산 대표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가끔 이 일을 하다 보면 가치관에 혼란이 올 때가 있습니다.
타 부동산과의 협업은 어디까지인지,
내가 너무 고지식하게 일하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전화로 가능한 일도 많은데 무엇 때문에 사무소에 나오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실질적인 중개의 범위인지,
사무소에 방문하는 고객에게 어디까지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지 등등.
중개의 일은 몸이 편해 보이지만, 편치 않은 생각은 많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상담요청했던 새내기 공인중개사대표도 한동안 불합리한 중개 시장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저는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도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계속 가라고…. 그리고 많이 생각하고 움직이라고, 당신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중개 시장은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