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비소식에..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
비가 싫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지는 비를 좋아한다했구나, 미안. 일단 나는 비를 싫어한다. 영국의 날씨가 일년에 열흘이라도 더 맑았더라면 영국 사람들의 인상이 바뀌었을거라는 말도 있지않는가.사실 없는 말임 근데 뭐 비슷한거 있으니까 그걸로 퉁쳐주삼^^
빛의 캘리포니아, 어둠의 브리티쉬.
흐린 날씨는 사람을 가라앉힌다. 하늘이 나의 기분을 그리는 일기장도 아니고 날씨는 나의 탓이 아닌데. 하루하루의 하늘은 집 밖을 나서는 발걸음의 기분을 점지어준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기분이여 하늘에 따라 바뀌어라 얍. 운명도 하늘이 점지어준다는데 하루뿐이 없는 나의 기분마저 지가 뭔데 결정짓느냔말이다. 고작 날씨하나에 굴복하는 것이 싫다. 날씨가 주는 영향은 사실 크지 않지만 운명에 굴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끔 찾아오는 날씨 우울증은 내가 나약하다는 증거만 같았다. 너는 오롯이 너의 감정을 책임지지 못하고 날씨 탓을 하는구나, 너의 우울은 너의 몫인데 고작 날씨에 휘둘리는구나. 우울이 내게 말을 건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우울들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할 슬픔이다. 그래, 우울을 극복해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것이라 가끔은 이렇게 곁에 두는것도 답이라 생각한다만은. 날씨가 주는 우울이 스쳐지나가는 소나기라면 나의 우울은 장마다. 잠시 머물다 가는것도 아니고 하루 온종일 내내, 일주일 내내. 끈적이며 온 몸가죽에 달라붙어있다. 날이라도 맑으면 하늘이라도 보며 우울을 바싹 말려볼텐데 한창 진행중인 장마가 사람을 물에 잠겨들게 한다. 어떤 멸망은 소리없이 찾아온다. 쿵 소리 없이 한 번의 흐느낌으로. 그렇게 찾아온 장마다. 날이 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