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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진 Apr 29. 2019

이해관계자 마음속 사용자 드러내기


"사용자 입장에서 이건 좀 불친절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사용자가 기대한 건 이게 아니라고!"
"VOC(Voice of Customer)로 접수된 사항이에요, 이거 꼭 반영되어야 해요"
"처음엔 어렵겠지만 한두 번 써보면 익숙해질걸요?"
"어떤 (미친) 사용자가 여기서 확인 버튼을 마구 누르면 어떻게 되는 거야?"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위와 같은 논의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것입니다. 분명히 사용자 또는 고객 입장에서의 디자인 결정을 위한 대화입니다. 그런데 위이 대화 참여자들이 말하고 있는 '사용자(고객)'들은 같은 사람일까요?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대화에서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보다는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만일 같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사용자가 떠오를 때마다 제기되는 새로운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일까요? 혹은 요구사항을 수용할지 말 지 판단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대체  얼마나 많은 또 다른 사용자'가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도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사용자'를 전제로 디자인 의사결정을 한다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가능하긴 한 것일까요?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마음속의 사용자


조직 내에서는 다양한 부서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디자인 과정에 참여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부서 입장을 반영하는 서로 다른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다음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조직 내 역할 특성에 따른 '마음속 사용자'에 대한 몇 가지 유형을 정리한 것입니다. (유형적 특성을 예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마케팅 담당자 마음속의 사용자

"초보자도 처음 보자마자 뭔지 알 수 있어야 해요"
"그 기능이 있는지 사용자가 어떻게 알아요? 첫 화면에 바로 보이게 하면 좋겠어요"
"VOC로 접수된 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해요"

일반적으로 마케팅 부서 혹은 상품 기획부서의 담당자의 경우에는 판매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이들에게 사용자는 '소비자, 고객'이고 진열대에 경쟁 제품과 놓여 있을 때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주목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제품 구매를 선택하는 순간뿐 아니라 처음 제품을 사용하는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장점이 드러나는 것이 유리합니다. 즉, 제품의 첫인상, 초반 사용에서 제품 경쟁력이 드러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마케팅 부서 담당자들 마음속의 사용자는 초보자, 첫 구매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보자도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는 말은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마케팅 부서의 관점을 주로 반영하는 말입니다. 또한 고객 불만 접수 사항(VOC)에 관심이 많은 곳도 마케팅 부서입니다. 앨런 쿠퍼는 그의 책 About Face 시리즈에서 '사용자는 짧은 초보자의 단계를 거쳐 대부분의 시간을 중급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합니다. 즉 중급자에 초점을 두어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하며 초보자가 중급자로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도록 세심한 고려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개발자 마음속의 사용자

"어떤 정신 나간 사용자가 이걸 연달아 20번쯤 클릭하면 어떡하죠?"
"그래도 만들어두면 누군가 사용하지 않겠어요?"

시스템을 구현하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오류를 최소화해야 하고 시스템 영역의 한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 시스템 경계에 도전하는 사용자에 주목하게 됩니다. 또한 '유용한 기능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꽤 많은 개발부서와의 회의에서 '이미 개발해 놓은 게 있는데 이것도 넣어주면 누군가는 쓰지 않을까요?, 없는 것보다 낫잖아요!'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성능을 추구하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시스템을 구현하는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기능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이미 구현해 놓은 것을 탑재하는 것은 쉽고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효율적이고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면 이를 위해 화면의 선택지와 정보가 다소 많아지는 것은 충분히 지불할만한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필요로 하는 기능인지 또 어느 정도의 성능을 원하는지, 이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인지 주의 깊게 고민하지 않으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제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각 디자이너 마음속의 사용자

"간결한 이미지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워 보여도 한두 번만 사용해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시각 디자이너는 기능과 정보 요소에 미적인 질서를 부여하면서 시각적으로 최종 완성을 하는 역할입니다. 이 과정에서 늘 상충되는 가치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화면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용하다 보면 시각적 요소들이 많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화면을 복잡하게 하여 미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지나치게 작은 폰트, 너무 적은 정보량, 보편적이지 않은, 이해하기 어려운 시각적 표현들을 고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경우 시각 디자이너 마음속의 사용자는 다소 낯설더라도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디자인적 완성도를 이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사용자일 것입니다. 


임원

"제가 이 중에서 가장 일반 사용자에게 가까울 거예요, 제가 어려우면 사용자도 어려운 겁니다."

임원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조직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권자들입니다. 그러나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처럼 프로젝트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종종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일반인에 가까울 거야, 내가 어려우면 일반 사용자들도 어려운 거야'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 중에 단골로 등장하는 임원의 가족(아내, 아들, 딸)이나 지인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일반 사용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의 경험을 근거로 형성된 해당 임원의 자의적 해석과 의견이 조직 내에서 너무 영향력이 센 것이 문제입니다. 임원이 지나가면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디자인 의사결정에서 종종 중요한 변곡점이 되기도 하고 '특정 임원을 위한 기능'으로 덧붙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임원들은 조직의 책임자로서 성과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마케터와 같이 판매에 영향을 주는 고객과 초보 사용자에 주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UX 디자이너는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자를 대변해야 하는 주체입니다. 사용자에 대한 명확한 상을 정립하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띠고 있는 것입니다. 사용자에 대한 명확한 상을 정립하고 있지 못하면 사용자를 중심의 판단이 어려워지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UX 디자이너가 사용자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해관계자들 마음속의 사용자'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원활한 조율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잠재적인 변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이해관계자들 마음속의 사용자'를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해관계자 마음속 사용자를 바깥으로 드러내기


가급적이면 프로젝트 초반에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속 사용자를 빠르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밖으로 꺼내 놓으면 생각보다 임의적이고 부실한 근거에 의해 형성된 '마음속 사용자'의 모습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실하더라도 이것이 '이해관계자의 마음속 사용자'로 자리 잡은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이해관계자가 걱정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고,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의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습니다. 


"생각하고 계신 사용자의 모습이 있나요?" 

이 정도의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의 이해관계자 인터뷰에서 비즈니스의 목표나 기대하는 산출물의 이미지를 물어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누구를 사용자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인지, 누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파악된 초기 사용자 가설은 이후 사용자 조사 및 논의 과정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수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워크숍을 통한 마음속 사용자 드러내기

기획, 디자인, 개발 등의 논의 과정에서 위의 대화처럼 사용자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든다면 30분 내외의 짧은 워크숍을 통해서 각자 마음속의 사용자를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자, 각자의 마음속의 사용자가 서로 다른 것 같으니 일단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해 볼까요?"

참여자 모두에게 포스트잇을 나누어 준다 (127x76 size)

각자 5분 이내에 가장 중요한 사용자를 3명을 떠올려 포스트잇 한 장에 한 명씩 각각 작성하게 한다.

작성 항목은 '사용자의 이름 또는 특징을 나타내는 별명 / 역할 포지션 / 가장 중요한 사용자의 니즈 3개 / 대충 그린 사용자의 모습' 정도로 구성하여 한 장 안에 들어가게 한다.

모두 작성했으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작성한 '마음속 사용자'를 모두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작성한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고, 3분가량 서로 말없이 둘러보면서 투표할 대상을 '마음속'으로 정한다.

각자 투표권 3개를 가지고 중요한 사용자에게 투표한다, 자기 것에 투표해도 좋고 중복 투표해도 좋다.

가장 표를 많이 받은 포스트잇 3장을 뽑는다.

뽑힌 3명의 사용자 입장에서 기존에 논의하고 있던 내용을 바라보며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이 과정의 목적은 '제대로 된 사용자'가 아니라 '마음속 사용자'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투표 과정을 통하여 '모두가 동의하는 가장 중요한 사용자 3명'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꺼내놓은 사용자의 모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탄탄하지도 않겠지만, 각자 마음속의 사용자를 감추고 논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선명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추가적인 리서치와 논의를 통하여 얼마든지 사용자의 모습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목표 사용자 설정을 통하여 디자인 의사결정을 위한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일단 밖으로 꺼내고, 이후에는 이를 가지고 논의해 나가는 것입니다.



명확한 목표 사용자를 설정하기  


목표가 없다면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또는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자꾸 바뀌면 그 목표에 이르기가 어려워질 겁니다. 디자인에서의 목표는 사용자입니다. 이 사용자를 만족시켜야 비즈니스적 목표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목표 사용자가 불분명하다면, 또는 자꾸 바뀐다면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디자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이해관계자들 마음속의 사용자를 드러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드러난 사용자는 초기 사용자 가설에 해당합니다. 이로부터 출발하여 제대로 된 목표 사용자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사용자 조사 과정을 통하여 사용자의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나아가 목표 사용자를 만드는 과정을 사용자 모델링(User Modeling)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pxd story에도 발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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