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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메 Oct 28. 2024

2. 노을이 아름다운.

지메이구 투어

 밤이 더 아름다운 십리장제 산책로




샤먼에 도착한 첫날, 호텔에 짐을 풀었다. 자꾸 내 방 에어컨에서 잡음이 생겨 잠시 로비로 통화를 했다. 크게 예민한건 아니지만, 뭔가 하나의 소리에 꽂히게 되면, 그게 사라지기 전에는 무한 신경을 쓰는 편이라, 소음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계속 에어컨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내 귀를 거슬려 로비에 문의 했더니 잠시후에 메이드가 올 거라는 말에 전하를 끊었다. 중국사람들도 꽤나 행동이 여유로운 편인데, 이날 나는 빨리 처리하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고, 호텔에서 해준다고 했으니 기다려야했다. 방이 어찌될지 몰라, 호텔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짐도 풀지 못한 상태로 나는 방안에서 창밖만 30분째 바라보고 있었다.

 " 언제쯤 와주시나요?"

 " 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전화가 오고 나서 10분 뒤에 메이드가 들어왔다.

 " 여기가 소리가 많이 나요. 아까전에는 심했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졌네요."

라고 얘기하자, 메이드는 "소리가 있네요. 방을 바꿔줄텐데 키를 다시 받아야 하니 기다려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또 그렇게 30분을 대기했다. 방을 바꿔준다고 했으니 침대엔 더이상 누울수가 없고, 짐은 더더욱 풀수가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 나는 겨우 방을 새로 옮기고, 그제서야 짐을 풀었다.

소음은 조금 나아졌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고, 뷰는 조금 더 좋았지만, 욕조가 사라진 방이었다. 나쁘진 않았지만, 더이상 여행와서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나는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샤먼호텔의 로비에 섰다.

 드디어 도착한 샤먼에서 첫 여행지로 정한 건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가보고 싶었던 지메이구를 들르기로 했다.

 샤먼에서 교육지구라고 불릴 만큼, 학자촌으로 유명한 곳이라, 샤먼에 가면 꼭 가봐야지 했던 지메이구. 호텔 근처에 위치한 지하철을 타고, 드디어 지메이구로 향해본다.










1. 샤먼 지메이구



샤먼시에 위치한 지메이구는 샤먼다오 섬 서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지메이구라는 명칭은 지메이구 구시지가 위치한 조그마한 반도인 지메이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지메이구는 샤먼시의 교육도시로써, 근대부터 지메이학촌 이라는 교육기관 밀집촌이 위치해 있었던 지역으로, 당시의 영향을 바아 여전히 샤먼 교육 중심지로, 샤먼시 상당수의 명문대가 위치하고 있다.




2. 십리장제



1955년에 만들어진 해안방파제인 십리장제는 길이가 길어 십리라고 불려지지만 실제 길이는 2820m이며, 방파제와 함께 조성되었다. 십리장제는 특히 저녁 해질무렵의 노을로 매우 유명한 곳으로, 방파제 바로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와 행림대교가 노을과 잘 어울려,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브이로그, 기념촬영지로 사랑을 받는 장소라고 한다.





3. 야경에 예쁜 산책로



 역사를 나와 사람들이 이동하는 루트는 크게 3곳이다. 직진하여 다리를 건너 가는 지메이대학이 있는 장소, 그리고 우측으로 가면 마침 운영을 개시한 포장마차처럼 푸드트럭들이 줄 지어 있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이 십리장제로 가는 초입이자, 맛있는 간식 먹거리를 판매하는 먹거리 명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좌측으로 가면 사람들의 자동차나 자전거가 세워진 주차장과 버스정류장이 있어, 크게 3구역으로 나뉘어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샤먼 집미학촌 역에서 내려 지하철의 멋스러움을 둘러보고 내가 찾은 곳은 십리장제였다. 지하철역 바로 옆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 곳을 자연스레 따라가면 십리장제를 만날 수 있다. 여행하면서 모를 때 가장 유용한 건 사람들이 많은 곳을 한번쯤은 기웃거려 본다는 것. 내가 유명 관광지에 왔다면, 사람들 역시 보고 싶은 유명한 것이 있고, 현지인들이 많은 곳에 왔다면, 현지인의 유명한 장소가 있는게 분명하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뒤편으로 사람들을 따라, 십리장제로 들어서는 좁은 입구에 들렀다. 들어서는 길에 작은 푸드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는 미식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음료수부터, 꼬치메뉴, 간단한 탕후루 등과 같은 먹거리가 일렬로 줄지어 있어 작은 간식 하나 사들고 가볍게 요기할 수 있었다. 매우 길다랗고 먹거리가 굉장히 많은 건 아니었지만, 지하철 역과 있는 근거리의 먹자골목촌으로 간식을 사들고 유명한 십리장제로 가는 길목에서 색다른 간식거리를 사기 좋은 장소였다.

 중국에 가서 보는 먹거리중 나에게 참 색다른 것은 어묵꼬치였다. 편의점에서도 우리나라 커피 컵 사이즈 만한 곳에 어묵꼬치를 몇개씩 담아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뭔가 불에 굽는 닭꼬치와 달리 가볍게 먹는 따뜻한 국물과 어묵의 맛도 참 이색적인 맛. 우리나라에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긴 꼬챙이에 끼워진 어묵을 먹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종이컵에 각양각색의 어묵꼬치들을 담아 먹는 모습이 나는 그리 재미있어 보였다.


 간식거리를 지나, 사람들이 가는 길목으로 줄지어 십리장제로 향했다. 저녁 노을이 지면 너무나 이쁜 곳으로 손꼽히는 샤먼의 야경명소이자, 주말을 찾는 사람들이 데이트 하러 많이 오는 장소라 그런지, 북적이는 인파에 깜짝 놀랐던 십리장제로 가는 길.

 다들  지하철역에서 구매한 한송이 꽃다발과 풍선, 그리고 가벼운 맥주와 먹거리를 사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 한강 피크닉 같은 느낌이 물씬 들더라. 벤치도 있지만, 잠깐 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날씨가 선선한 날에 앞에 지나는 대교와 바다, 그리고 석양을 보며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도 너무나 행복하겠다 싶은 장소였다.

 사실 내가 들른 시간은 해질녘이 아니었기에, 은은한 노을을 바라보진 못했지만, 사람들이 십리장제를 찾아 모습을 담는 행복해하는 모습이 어느나라 이든 다 똑같은 마음이라는게 느껴지더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서 시간을 담아내는 모습. 이전에 칭다오 여행을 하며 만난 중국인 20대 여성분과 이야기하며 들었던 이야기 중 요즘 중국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유명한 관광지에 똑같은 포즈와 똑같은 뷰로 사진 찍는걸 좋아한다는 얘길 들은 적 있는데, 그래서 일까? 다들 비슷한 장소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그들의 모습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어디든 요즘은 sns가 발달되어 있어서, 사진을 담아 공유하는게 일상이 아닌가? 나도 아마 누군가가 있었다면, 다양한 포즈를 담아 사진을 찍어보았겠지만, 홀로 떠난 샤먼이었기에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만 나는 담아본다.


 한강산책길을 걷듯, 십리장제는 바닷가 길을 따라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 피크닉 장소 같은 곳이라, 간식거리와 맥주 한병 사들고 와서 이야기 하며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샤먼의 십리장제였다. 샤먼의 노을을 만나는 십리장제, 다음엔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에 밤을 만끽하러 들러봐야겠구나.











▶ 샤먼 집미학촌역


집미학촌역에 내려 만나는 벽의 샤먼, 샤먼은 곳곳에 사진으로 장소를 추억할 수 있는 모습이 많다.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역사 내에서 만나는 '샤먼사랑해'라는 문구, 사랑이 샘 솟는 샤먼의 첫 인상.

▶ 십리장제 가는 길의 먹거리


십리장제로 들어서는 길 초입에 이렇게 먹거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역사 인근에 카페와 음식점 까지는 조금 걸어야 하기 때문에 십리장제로 갈 예정이라면 이곳에서 가벼운 간식거리를 구매하는 것도 좋다.

▶ 십리장제


사실 내가 맨 처음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물이 가득 있는 모습이 아니라, 샤먼이 섬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갯벌 같은 모습에 돌이 곳곳에 있는 모습이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대교를 지나며, 저녁 시간에 십리장제를 지나는 날 보니, 밤에 저곳에 앉아 노을지는 대교를 바라보고 있으면, 또 색다른 샤먼의 밤을 즐길 수 있을 듯 했다. 십리장제는 낮보다는 밤이 더 매력적이라고 하니, 노을이 지는 5-6시 이후에 가보는 것을 추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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