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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메 Nov 16. 2024

18. 소중한 한 끼, SM PLAZA 녹차식당

저녁식사, SM PLAZA 식당






 나에겐 정말 소중한 한 끼였다. 고작 중국 가서 먹은 한 끼가 이게 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중국을 여행하긴 하지만, 중국음식이 그리 잘 맞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 가서 태국음식, 파스타, 쌀국수, 스테이크, 햄버거 등등 우리나라에서 더 편하게 잘 접할 수 있는 음식을 먹는 건 조금 아쉽기도 했다. 중국은 사실 한메뉴를 주문해도 양이 많은 편이고, 중국식을 먹기에는 기름진 음식이 많은 편이라 그리 선호하진 않는다. 그렇다 보니 첫날은 대부분 한국 라운지에서 배부르게 아침을 먹  둘째 날, 셋째 날 정도에만 밥을 먹는다. 넷째 날에는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또 공항 라운지에서 식사하는 편이었다.

 이번 샤먼여행은 둘째 날에 토루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중국 가정식으로 먹었고, 셋째 날이야 말고 내가 제대로 먹는 소중한 한 끼였다. 뭔가 처량해 보이지만, 사실 그리 밥을 잘 챙겨 먹는 타입이 아니라서 이날은 나의 정말 가장 잘 먹었던 한 끼 이 기도 했다. 그래서 이날은 sm쇼핑몰에 가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하고 이리저리 골라보며 돌아다녔는데, 결국엔 깨끗한 공깃밥 하나에 우리나라보다 더 맛있었던 감자조림에 든든하게 한 끼 했었던 곳이라 한국식을 드시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던 식당이다.

 북경오리도, 중국의 생선요리도, 이리저리 메인 요리들을 먹어봐도 나는 그냥 아삭한 오이무침 하나랑, 가지요리 하나만 있어도 좋다. 다만 아쉬운 건 먹어보고 싶은 메뉴는 많지만, 하나만 해도 배부르니 여러 가지 맛보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쉬운 혼자여행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볶음밥 하나, 밥 한 공기, 요리 하나해서 느긋하게 식사해 보는 1시간이 행복했다.















3. 녹차 식당


내가 찾은 곳은 녹차라는 식당이었다. 저녁시간 즈음 되니 사람들이 몰리더니, 급기야 한 바퀴 돌고 온 순간 사람들이 가득 모여서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다행히 그리 많은 줄은 아니었기에 대략 10분 정도 대기 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바퀴를 돌지 않을 걸 그랬다.

 중국의 대부분 카페와 식당이 그렇듯, 위챗을 이용한 큐알로 메뉴판을 보아야 하고, 그 안에서 미리 주문을 한다. 그 후에 식사하고 나가기 전 위챗을 확인하고 비용을 계산하는 순서였다.

 뭔가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많이 주문해보고 싶지만, 혼자서 그리 많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었기에 중국 오면 내가 좋아해서 자주 주문하는 오이무침과, 맛있어 보이는 감자조림을 주문했다. 나머지 메뉴들도 맛있어 보이는 한식 요리 비슷한 사진들이 많았지만, 이 둘만 먹어도 나는 이미 배가 불렀다.

 요리는 생각보다 중국 스럽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정말 20년 전에 중국에 올 때만 하더라도, 중국특유의 냄새와 음식들의 기름짐이 정말 많았는데, 최근에 상해와 청도 샤먼에 다녀오면서 느낀 건 음식들이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불고기나 국요리, 비빔밥, 볶음밥 등 정말 다 비슷하다.

볶음밥은 하물며 우리나라의 맛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가게들도 있고, 가격은 저렴하면서 음식도 맛있어서 중국쇼핑몰 내에 체인점들을 잘 찾는다면, 우리나라 못지않은 정말 맛있는 요리를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녹차라는 식당 역시 한국인들 입맛에 맞는 메뉴들이 많이 보였다.

 오이무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라맛이 강해서 너무나 입이 뜨거워 아삭한 한입의 즐거움은 첫 순간이 가장 좋았고 먹으면 먹을수록 다 먹기는 힘겨웠다. 나름 마라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맛은 처음이라 감당하기 어렵구나. 감자요리는 한화로 5천 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감자도 정말 듬뿍, 간장조림 감자맛이라 포슬포슬하고 짭조름한 찜닭느낌으로 밥 한 공기 뚝딱 하기 좋았다. 중국에서 한국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요즘에는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적인 음식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은데, 우리나라 집밥보다 더 마음에 들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내가 구랑위까지 힘들었는지 배가 더 고팠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행복하게 먹은 한 끼라면 그걸로  좋지.








4. 기념품샵



 식사를 하고 나니 뭔가 몸도 느긋해지고 마음도 느긋해진다. 한국을 떠나와 여행 겸 고생했던 3일 만에 밥을 먹고 나니 뭔가 더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쌓인 듯했다. 위층에 위치한 식당가에서  밥을 먹고 내려와 그전에 쓱 둘러보았던 기념품샵에 들렀다. 어제저녁 중산루에서도 보았던 가게였는데, SM쇼핑몰에도 입점되어 있었다. 둘러보며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하나 골랐다. 개인적으로 여행하며 나의 기념품을 사본적은 없다. 기념품보다 그 순간 그곳에서 느끼는 생각과 기존에 다름을 찾을 때의 희열이 나는 너무나 좋다. 굳이 기념품이 없어도, 사진과 글로 남기는 순간들이 좋기에 한 번도 특별한 장소라고 기념품을 고른 적은 없었다.

 지난번에 청도여행을 다녀오며 중국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상하이 푸동지구에 왔고, 남방사람이라 일 년에 한 번은 꼭 자신이 좋아하는 청도를 찾아 여행을 한다고.. 그녀도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우린 둘 다 홀로였기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웠다. 중국인이 중국을 여행해서인지 그녀는 다니면서 한 번도 기념품을 사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호텔에서 일어나 밥 먹고 느긋하게 동네를 한 바퀴 산채 하며 다닌다고.. 뭔가 나는 외국에 와서 굉장히 바쁘게 관광지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녀의 모습은 참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나보다 나이는 15살 정도 더 많았지만, 여전히 여행이 즐겁고 또 즐거워 보였던 모습을 보며 나도 나중에 저랬으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더라. 그때 여유 있게, 삶에 무게에 짓눌려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무튼 기념품도 좋지만, 매년 좋아하는 장소를 찾듯 그곳을 담는 기억이 소중하다는 걸 더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에게는 지금과 내가 중요하지만, 아무튼 오지 못한 사람에게는 또 기대가 될 수도 있는 법. 나를 위한 선물은 아니지만, 함께 오지 못한 이에게 좋은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념품샵에 들르기로 했다. 샤먼을 나타내는 것도 좋지만, 받는 이의 취향에 맞는 선물도 참 의미 깊다. 물론 나중에 되면 어디에 있는지 모를 기념품이 될 수도 있지만, 받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다.











▶ 내가 추천하는 맛집, 녹차식당



SM쇼핑몰의 위층 식당가에 있는 음식점이다. 이날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정확히 음식점이 몇 층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휴대폰가게가 있는 층 위쪽에 있었던 녹차식당이다. 사실 어딜 가든 미리 먹거리를 선택하고 가진 않는다. 뭔가 샤먼에서 마지막 날이지만, 3일간 쌀밥을 제대로 먹은 게 아니라서 밥이 먹고 싶어서 찾았던 식당이었다. 깨끗하면서도 조금은 내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식당을 찾던 중에 발견한 녹차식당. 결론적으로 나의 선택은 정말 좋았다.









▶ 3일 만에 먹는 밥


사실 며칠 동안 여행하면서 나는 뭘 하고 다녀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밥 한 끼 제대로 못했을 때가 가장 크다. 샤먼에 와서 얼마나 걸었는지 나는 매일 3만보를 걸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걷고 또 걸으며 구경만 했었던 것 같다. 뭔가 앉아서 쉬면 더 피로해질 것 같고, 먹으면 뭔가 눕고 싶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나중에 미루다가 호텔로 들어와 그냥 쓰러져 잤던 이틀의 시간. 마지막 3일 차엔 내가 먹고 싶은 밥 한 공기쯤은 먹어도 괜찮잖아?







▶ 정말 저렴했던 한국식 메뉴


내가 먹은 건 감자조림과 오이무침이라고 하는 게 가장 편하겠다. 오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라 매콤한 소스인가 보다 하고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마라소스가 듬뿍 절인 오이였다. 아삭한 시원함이 참 좋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알싸한 마라맛에 결국엔 다 먹진 못했던 메뉴다. 여기에 밥과 잘 어울리면서 혼자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문한 감자조림. 정말 가격도 저렴했는데 너무나 맛있었다. 고기가 들어가거나 마라맛 느껴지는 중국요리보다 조금 달달하면서 포슬한 감자조림이랑 야채 먹는 게 왜 이리 맛있었는지, 샤먼에서 먹은 한 끼 이 자, 맛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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