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어제저녁에 토루여행을 위한 운전기사와 카톡을 마무리하고 아침에 호텔 로비에 7시 40분에 내려왔다. 전날 기사의 위챗톡을 통해 위치와 시간을 정하고 아침이 되어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픽업 시간은 7시 40분이었고, 이는 이미 많은 블로그를 통해 어떻게 픽업되고 진행되는지는 미리 확인해 두었다.
하지만, 7시 40분이 되어도 기사의 연락은 없었고, 이동하는 루트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7시 50분 되어 울리는 위챗전화, 그리고 톡을 통해 그를 만나기로 했다.
"이제 호텔 앞에 왔으니까. 나와."
알겠다는 말과 함께 호텔 앞으로 나왔는데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알려준 차량번호와 하얀 차를 찾는데 보이지 않아, 어디냐고 물어보고 난 다음 조금 뒤에 도착한 차량. 그렇게 차량에 올라탔다.
나 외에 이미 2명이 차에 탑승하고 있었다. 다행히 여자 2인이었고, 그들은 기사님에게 내가 한국인인 것을 들은 모양이었다. 혹시나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고 다행히 둘은 상해 옆에 있는 소주에서 온 모녀로,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대학생이 되는 딸과 업무차 출장 왔다는 엄마는 그렇게 나의 토루여행 동행이 되었다.
그렇게 나까지 3명을 태운 차량은, 하이창구를 지나가는 길에 2명을 태웠고, 토루로 가는 길목의 다른 인접도시에서 한 명을 더 픽업해 고객은 총 6인이었다.
우리는 이날 대략 10시 즈음이 되어서야 토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시간 반 가량을 차를 타고 샤먼을 지나, 고속도로를 지나 푸젠성 토루의 매표소에 닿았다.
1. 조금은 걱정했다.
사실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나 혼자서 중국 현지인여행사를 예약했기 때문에 혹시나 사기, 또는 그 외의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던 것도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버스를 몇 번 바꾸어 타고, 많은 사람들이 가는 투어 대신 조금 비싸지만, 6인-8인 정도 탑승하는 차량을 예약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생각보다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매우 친절했으며, 자신을 토루에서 태어나 지금 운전을 하고 있다는 운전기사와 이야기하며 오는 내내 화기애애한 중국 현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 걱정을 뭐 하려 했나 싶을 만큼, 샤먼에서 시작한 여행은 토루의 입구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2. 운수요 마을에 도착하다.
다 왔다는 말과 함께 차에 탑승해 있던 우리 6명은 다 함께 운수요마을에 내렸다. 이때부터는 운전을 해 준 운전기사분이 아닌 매표소를 지나, 신분확인 하는 곳에서 함께 탑승한 남자가이드 분이 우리 여섯 명을 데리고 운수요마을 투어를 함께 시작했다.
입구에서부터 보는 뷰는 농촌 시골마을 풍경이다. 관광객이 많은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인 만큼, 식사를 하려고 하는 식당들도 정말 많았다. (이런 모습이 생각보다 나에게는 의외였다. 자연만 풍성할 것 같지만 , 굉장히 개발된 시골도시느낌이랄까?) 아직 식사 시간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함께 첫 토루코스를 가고 있는 길이다. 차량에서 내려 5분 채 걷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회원루. 원형토루로 유명한 회원루부터 운수요마을을 걸으며 토루 여행을 시작했다.
3. 원형토루 회원루
웅장하다. 그 말이 첫인상이었다. 원형으로 된 꽤 큰 원형토루, 흙으로 지어진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압도당한다는 느낌이 있다. 책에서 본 토루를 내가 직접 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고,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대단한 역사와 건축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언어가 달라도 시선과 그 주변의 풍경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굉장히 잔잔한 동네에 거대한 원형 회원루겠지만, 그 당시에는 더 개발이 없던 시대에 이렇게 거대한 원형 토루는 어떤 의미였을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처음 대략적인 설명을 끝내로 내부로 들어가 본다. 책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 원형의 공간에 가장자리로 둘러싸여 있는 그들의 생활공간과 1층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그들의 생활상 판매매장을 만나볼 수 있다.
판매 중인 상품은 거의 다 비슷하다. 10위안의 작은 토루 조형물부터 마그넷 그리고 중국 전통 빵 같은 먹거리와 소소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게 그들의 판매물품이었다.
나보다 연세가 훨씬 많은 70대 이상의 노년층부터, 아직 귀여운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까지 몇 대가 걸쳐 삶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건축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오래된 삶이나 지금의 생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 청결한 모습도 아니었고, 단순히 지나는 관광객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도 참 궁금했던 토루 속의 삶의 모습.
건물은 2층부터 주거공간이기 때문에 따로 입장할 수는 없었다. 1층에 하늘만 열린 둥근 천장이 세계의 중심 하늘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내리쬐는 태양빛이 가득했다.
회원루는 승계루와 비슷하게 내부원형 공간에도 건물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사실 넓고 밝은 느낌이 들진 않았지만, 뭔가 더 벽과 벽이 가까워서 그런지 잔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4. 토루박물관 토루지광문화원
우리는 첫 번째 회원루에서 30분 정도 설명과 함께 시간을 가진 다음 밭을 지나 또 맞은편 3-5분 거리에 위치한 토루박물관으로 유명한 토루지광문화원을 찾았다. 푸젠성토루 자체가 중국에서도 굉장히 이색적인 문화유산의 공간 아닌가? 그래서 가는 곳마다 학생들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늘이 있는 곳, 건물이 전체적으로 색다르게 보이는 곳에는 학생들의 모두 모여 그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조금 더 안으로 걸어 큰 건물 옆을 지나면, 그제야 토루지광문화원의 진짜 입구를 만난다.
이곳은 기존의 토루가 아닌, 토루를 찾는 관광객에게 토루의 형태와 건축적인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곳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위층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각형 형태로 만들어진 토루박물관은 저층공간에는 신을 모시는 공간,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2층은 전시공간, 그리고 그 위로 만든 거주공간까지 모두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당연히 위로 올랐을 때 뷰 역시 전체적으로 마을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토루의 장소를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으로 지은 건물이지만, 토루의 느낌이 고스란히 있다. 옛날모습을 가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오래된 건축의 느낌을 잘 살린 토루박물관, 이곳도 여행코스의 일부로 30분 정도 돌아보며 곳곳에서 사진으로 토루와 나를 담을 수 있었다.
▶ 도심과 떨어진 농촌 마을
샤먼에서 한 시간 반 버스를 타고 도착한 푸젠성 난징은 또 다른 모습의 농촌이었다. 고층빌딩과 사람들이 북적이던 샤먼을 빠져나와 만난 토루마을. 우리가 흔히 아는 농촌지역의 느낌 고스란히 가진 또 다른 장소였다. 하늘과 푸릇푸릇한 벼, 그리고 나지막한 토루형태의 집들이 모여있는 운수요마을의 첫인상은 잔잔하고 편안한 자연이 가득한 시골동네 그 모습 그대로였다.
▶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의 근원
토루는 중국인들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은 전통 건축 양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새처럼 쌓아 올린 동그랗고 네모난 흙집 그리고 중간의 중정을 향한 맑은 하늘을 우러러보게 하는 지붕의 모습이 웅장함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갇힌 듯 하지만, 항상 바뀌는 하늘의 모습과 소통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가진 운수요마을의 회원루를 찾았다.
▶ 의미 있는 동네를 담는 풍경
사실 이곳이 그냥 시골이었다면, 이리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토루라는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난징이기에 더욱 이색적인 풍경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도 또 한 번 와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도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담을 기회는 작품으로도 많이 표현되는 듯했다. 내가 갔던 날. 곳곳에 앉아 자신이 바라보는 토루와 풍경을 담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야외에 나와 이렇게 특별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 있는 장소구나 나는걸 새삼 느낀다.
▶ 토루를 마음껏 볼 수 있는, 토루박물관
토루는 사실 1층 공간이 관광지 겸 판매시설로 오픈되어 있고, 여전히 2층부터는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개인들이 이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운수요마을 초입에 위치한 토루박물관은 사람들에게 모든 토루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편하게 위층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사실 여기가 박물관으로써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모르고 본다면, 일반 토루와 별반 다를 수 없는, 조금 증개축을 했구나 싶을 만큼 깨끗한 느낌이 들뿐이었다. 잘 지어졌고, 그들의 공간이 구성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토루박물관인 만큼, 천천히 둘러보며 토루를 만끽해볼 수 있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