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힘들었겠다.

이해하고 싶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

by 아이리스 J

많은 부부들이 연애할 땐

'당신 없인 살 수 없어.'

라는 생각으로 결혼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당신 때문에 못 살겠어.'

'라고 바뀔때가 있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평생을 살아가기로 약속하고 결혼했던 부부가

막상 현실이라는 파도에 올라타면,

그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은

어느덧 익숙한 '생활'의 무게로 변하곤 한다.

서로의 다름을 채워주던 매력은 도리어

갈등의 불씨가 되고,

당연하게 여기는 배려 속에서

고마움보다는 서운함이 먼저 고개를 들기도 한다.


결국 부부란 완벽한 한 쌍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견뎌내고 조율하며

'나'라는 개인의 고집을

'우리'라는 틀 속에 맞춰가는

길고도 치열한 성숙의 과정을 함께 걷는 동반자인 듯싶다.

연애할 때는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결혼했는데

결혼하고 같이 살다 보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람이 변한 걸까?

사랑해서 묶인 매듭이

어느덧 서로의 숨통을 조이는 족쇄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먼 타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남녀는 참 다르다.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그래서 한동안 인기가 있었다.

너무 다른 각자의 모습을 그 책을 통해서

이해를 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혼 생활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남자는

한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자에 대한 존재 의의를 느끼고

결혼생활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와 친밀감을 나누지 않아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면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한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

남편과 친밀하지 않은 것 자체가 고통이다.


나도 남편과 살아오면서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 느낀 적이 많다..

남편도 그러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하는 말

'우리는 그래도 다른 집들에 비하면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 같아.'

하는 말에 어이가 없었던 적이 있다.


부부간의 많은 문제가 부정적인 대화 방식에 있다고 한다.


박성덕 님이 쓰신 책 '당신, 힘들었겠다' 에서 언급하는

부정적 대화 방식 3가지가 있다,

1. 공격 vs 공격

두 사람이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부부는 배우자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증명해 줄 증거목록들을 꿰고 있다.

그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이 배우자의 못된 행동, 말,

성격 때문이라는 증거를 얼마든지 댈 수 있다.

그래서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배우자를 탓하고

배우자의 잘못을 폭로하기 바쁘다.


2. 공격 vs 회피

대화를 피하는 것은 배우자에게

인정받지 못한 배우자가 소극적으로 항의하는 것이다.

아내는 도망가는 남편을 그냥 내버려 두면

부부 관계가 끝나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외롭고 화가 난다.

회피하는 남편은 배우자가 이야기하자며 달려드는 게

부담스럽다.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싸우자고

덤벼드는 거 같다.

남편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아내가 저렇게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니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이라도

입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3. 회피 vs 회피

이런 유형의 부부는 서로

투명 인간처럼 살아간다.

서로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일상적인 대화는 하지만 속 깊은 대화 없이

각자 독립된 공간을 차지한다.

집안은 조용하고 남들 앞에서는 문제없는 부부이다.

평화를 가장한 분노가 집안에 가득하다.

한 공간에 조용히, 소리 나지 않게 공존하려니

티 나지 않게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배우자의 행동,

움직임, 하는 말 하나하나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부는 그렇게 속으로 멍들어간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부부가 되면

서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아내는 ‘남편’이 되기 어려워하는 남자를 이해하고,

남편은 아내가 감정을 표현하면

공격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첫 단계는 공감이다.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옛말에 '잡은 물고기엔 먹이를 주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다. 결혼하면

아내에게 소홀히 한다는 우스갯소리이다.

그렇지만 잡은 물고기도 관심이 필요하다.

잡힌 물고기도 상처받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지만

성인이 되고 난 어른도 나이가 들어도 똑같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른 사람이 주는 위안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과 사랑이라는

먹이를 먹고 살아간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남편들이 가장 듣고 싶은 단어는

'고마워'라는 말이고

아내들이 가장 듣고 싶은 단어는

'사랑해'라는 말이라고 한다.


어느 평범한 저녁.

현관문 도어록 소리가 들리고,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어깨가 축 늘어진 남편이 들어온다.

식탁 앞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운다.

아내는 오늘 아이와 씨름하며 겪었던 고단함을,

혹은 직장에서 느꼈던 소외감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남편 역시 상사에게 치이고

거래처에 고개 숙였던 비굴한 하루를 털어놓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서로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다.

'회사 생활이 다 그렇지 뭐.'

'남들도 다 그렇게 애들 키워'

이런 말이 보편적인 진리일지는 몰라도,

상처받은 개인에게는

가장 잔인한 외면이다.


우리는 정답을 듣기 위해 말을 거는 게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머문 자리를

당신도 한번 봐달라고 손짓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서로를 밀어내기 시작한 건

거창한 배신 때문이 아니다.

아주 작은 공감의 결핍이 쌓여

거대한 벽이 된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 벽을 허무는 방법 또한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지구라는 거친 생의 한복판에서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오늘 하루 겪었을 피로와 억울함,

그리고 당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외로움을 상상해 보라.

그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이 한 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당신, 오늘 힘들었겠다."


내일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울 것이고

삶의 문제는 여전하겠지만,

"당신 힘들었겠다"한마디 해준다면

그 말 한마디로 하루의 수고가 덜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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