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조울증을 발견하다.
스스로와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서,
무거워서 방바닥에 질질 끌리는 것 같은 마음을
끄덩이 집어서 어깨에 둘러메고,
아침부터 러닝을 하고,
깨끗이 샤워를 하고,
그린 스무디를 갈아 마시고,
토스트도 굽고 계란도 굽고,
그렇게 예쁘게 혼자 아침을 차려먹다가,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요즘 어때? 괜찮아?"
엄마의 이 한마디에
씹고 있던 토스트가 목구멍에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꽉 막히면서
모든 걸 도로 게워내 버리듯이 울어버렸다.
예쁘게 스스로를 위해 차려놓은 아침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엉엉하고 목 놓아 울었다.
엄마는 단지 안부를 물었을 뿐인데.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아침부터 꾸역꾸역 내 안에 건강한 삶을 집어넣다가
모든 걸 토하듯이 그렇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당황한 엄마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었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예쁘게 꾸민 집도 있고,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도 있고,
사지 멀쩡하게 건강한 몸도 있고,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나는 세상 다 잃어버린 사람처럼 울어댔다.
그리고 그날,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되겠다 하며
스스로를 위해 기분전환으로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고
베트남 편도 티켓을 끊어 혼자 한 달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좀 갔다 오면 뭔가 변하겠지.
뭔가 기분이 좀 달라지겠지,
이런 내 마음이 고쳐지겠지 하는 기대를 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제자리에 돌아온 나는
일주일을 침대에서 거의 일어날 수가 없었다.
여행하며 느꼈던 즐거웠던 마음에 복수라도 하듯이
내 안의 또 다른 부분이 나를 무겁게 삼켜왔다.
가기 전보다 더 큰 무게로 마음이 가라앉았고,
꼭 해야 하는 연락 이외에는
침대에서 거의 꼼짝을 않고 씻지도 않고
미드나 돌려보면서 배달을 시켜 먹었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그렇게 했지만
그런 좋은 조건이 더 독이 되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어느 날은 다시 일어나
운동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밥도 차려먹었다.
그러다가도 또다시 무력감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날이 찾아오길 반복했다.
잘 살다가도
무기력과 우울로 돌아가는 자신을 탓하는 것도 지쳤을 때
나는 미루고 미루던 정신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고
의사 선생님은 스스로도 영문을 모른 채 무너져 내리길 반복하던 내 마음에
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게 2년 전 일이다.
나는 2년 전에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조울증을 마음에 품고
도쿄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내 하루하루를 기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