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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사이

'함께 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

눈과 발이 되는 것을 넘어 꿈과 희망이 되는 것

by 헬시기버

오늘은 저녁에 마주쳤다.

늘 새벽 운동 길에서 만나던, 빨간 모자 어머님을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셨다.

항상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걸으셨던 분이셨는데,

오늘은 전동 휠체어에 앉아 천천히 이동하고 계셨다.


그제야 알았다.

어머님은 원래 거동이 많이 불편하셨다는 걸.


매일 새벽마다 아들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었던 건,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다리'가 되어 드린 시간이었음을.


그 모습을 떠올리니,

며칠 전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문득 스쳤다.


러닝 전도사인 안정은 님이 마라톤 대회에서 만났다는

시각 장애인 마라토너의 이야기였다.


그 마라토너는 페이스 메이커와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의 눈이 되어주는 동반자 덕분에

그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 남산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결같이 뛰는 시각장애인 러너들이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그때 들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 시간은 단 한 번뿐인 '자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날씨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빨간 모자 어머님의 아들도,

시각 장애인 마라토너의 페이스 메이커분도,

누군가의 눈이 되고 발이 되어,

그들의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다.


함께 꿈꾸고 희망을 나누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어

그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그와 함께 꿈꾸고,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면.


그저 그렇게,

조용히 내 자리에서

작은 빛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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