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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Sep 10. 2018

자유로운 도시 파리에서

프랑스 여행기 04

금요일에 도착하여 4일을 파리에 머물렀다. 처음 와 본 도시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래도 ‘느낌’은 있다. 스쳐가는 관광객의 느낌일 뿐이지만 지난 며칠간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해 보려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파리는 ‘자유’다. 공항 입국부터 그 흔한 입국서류도 받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자유롭고 그래서 편안하다.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그 후 유학하면서 4년간 머물렀을 때도 늘 주눅든 느낌이 있었다. 미국의 법을 익혀야하고 따라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같은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미국 사람들은 합리적이지만 친근하지는 않았다. 중국도 마찬가지 였다.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성격이 급해서인지 몰라도 이방인을 압도하는 공기가 느껴졌다.

파리가 자유롭다고 느꼈던 건 이 곳에서는 그런 압박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들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아무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여행정보 사이트 안내와 달리 파리에서 불어를 몰라 답답했던 경험은 없었다. 영어로 의사 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람들이 불친절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완전히 깨졌다. 식당이나 어느 곳이나 친절했다. 일본 사람들 처럼 ‘고객’을 대하는 깍듯한 예의는 없어도 ‘친구’에게 말하는 것같은 친근함이 있었다.



길거리 의자에 앉아서 와인과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즐긴다. 기울어진 언덕도 상관없다. 바로 옆으로 사람들이 자나가거나 심지어 차가 부딪칠 듯 지나가도 자신들의 테이블에 집중한다. 상황은 분명 어수선한데 신기하게 충돌없이 질서가 잡힌다.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들이 사는 도시가 예술의 중심지인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같다. 골목길 사이 사이 벽에, 가로등에 그려 놓은 그림 조차도 이 도시와 너무 잘 어울린다.




퐁네프의 다리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잔디가 깔린 공원이 있었는데 누워서, 혹은 앉아서 너무나 평화롭게 저마다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그만 따라서 누워 보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뭉게 구름, 이렇게 한가롭게 누워 본 게 언제인가 싶었다.



며칠간 짧은 동안이었지만 나, 파리가 완전 좋아졌다.

오늘 드디어 부르고뉴로 향한다. 프랑스 시골의 정취는 어떠할지 맘껏 기대하면서...


덧 _ 파리에 몇년 째 거주하고 있는 분 말씀이 파리가 좋아 보이는 건 날씨가 좋기 때문일거라고. 가을 겨울에는 한달 동안 비오고 꾸물꾸물 해를 보기 힘든 적도 있는데 완전 우울해진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파리 사람들 느리다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콩깍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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