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출간될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
1. 살아가는 모습이 제각각이듯 삶의 마지막도 같을 수는 없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여러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지만, 사망 원인으로 접근한다면 아래 네 가지로 볼 있겠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떠날 거라고 예상하는지, ①~④번에서 골라주세요.
①노화로 인한 자연사
②암 · 심뇌혈관질환 ·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 암이나 심근경색 ·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 폐렴 등 호흡기질환에 걸려 수년 동안 투병하다가 악화해 사망.
③사건·사고,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불확실성의 시대, 대형 사건·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기후 위기로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 팬데믹을 일으켜 목숨을 위협할 수 있음.
④자살
1-1. 당신이 그렇게 사망할 거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이나요?
2. 해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대부분은 집에서 죽음을 맞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국내 사망자의 70%는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당신은 병원에서 임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있나요?
3. 당신은 실제로든 TV에서든 목에 구멍을 뚫어 인공호흡기를 달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받는 환자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병원에서 누워지내다가 연명의료를 받기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진 것이죠.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만 연장된 채 지내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병원에서 임종하는 경우 대부분 이렇게 연명의료를 받다가 마지막 숨을 거둡니다. 당신이 만약 병원에서 임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가정한다면, 연명의료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요. 연명의료를 거부한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3-1. 당신이 소생할 수 없는 말기 환자의 상태에 놓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연명의료를 받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병원 임종의 대부분은 중환자실에서 이뤄지지만, 일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뤄지기도 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말기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치료를 하지 않는 대신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런 호스피스 · 완화의료 서비스는 환자와 가족의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당신은 호스피스 · 완화의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는 대로 써보세요.
5. 10년 전만 해도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다가 임종하는 게 병원 임종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2월, 국내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존엄사법’이라고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6. 연명의료결정법을 몰랐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존엄한 죽음, 존엄사, 웰다잉… 들어보셨지요. 이런 단어가 매스컴에 많이 오르내리게 된 건 연명의료결정법 때문입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존엄한 죽음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죠.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을 때 연명 목적의 치료를 받지 않도록 해줍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암, AIDS, COPD,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등 5개 질환에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존엄사’는 연명의료 중단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이 같은 ‘연명의료 중단(존엄사)’에 찬성합니까?
7.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이 법에는 허점들이 많습니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시기가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을 때인데, 임종기는 보통 사망 며칠 전부터 시작되는 짧은 기간입니다. 임종기가 아닌 때에는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가 없다는 뜻이죠. 선진국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범위가 임종기를 포함한 말기입니다. 국내에서도 연명의료 중단 범위가 말기로까지 확대돼 소생할 수 없는 환자가 불필요한 치료를 더 이상 받지 않고 편안하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큽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7-1. 연명의료 중단 행위에 콧줄 삽입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왔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콧줄이 연명의료에 포함돼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된 말기 환자에게 콧줄로 영양을 공급해 수명만 연명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콧줄 삽입을 연명의료 대상에 포함해, 이를 중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당신은 어떻게 보시나요.
8. 연명의료를 받지 않기 위해 미리 의사를 밝혀둘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서류를 작성해 관련 기관에 등록해 두는 건데요. 당신은 이 서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8-1.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신이 이 서류를 등록해 놨는데, 의식이 없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 반대하면 가족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의료진이 강행하기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때 가족과 상의해 당신의 의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가족과 상의해 이를 진행할 의사가 있습니까.
9. 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말기 환자를 만났고 여러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존엄한 죽음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찾아낸 답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존엄한 죽음은 무엇인지 묻고 싶은데요. 당신이 평소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이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국내에서 존엄한 죽음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1~8번 질문에 관한 설명이 당신의 이해를 도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엄한 죽음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10.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로 가서 생을 마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이들은 스위스에서 ‘의사 조력사망’로 삶을 마감합니다. 한국인 300여 명이 스위스 조력사망 지원 단체에 가입해 있으며, 최소 10명의 한국인이 조력사망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연명의료 중단(존엄사)’으로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 수 없으며 존엄한 죽음을 맞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조력사망 제도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실시 중이며 올 하반기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실시될 전망입니다. 회복할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죽음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나라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죽음에 관한 자기 결정권, 아픈 사람들만이 생각해야 하는 주제가 아닙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젊고 건강한 사람도 생각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계획을 세워놔야 합니다. 당신은 죽음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싶습니까.
10-1.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면서도 곳곳의 불확실성과 불안도 커졌습니다. 대형 사건·사고, 신종 감염병은 일상을 언제든 위협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언제든 삶에 침투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우리는 메르스와 코로나19를 겪으며 죽음이 가까이에 있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맞게 될 죽음의 모습과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어떤 자세로 맞을지는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당신이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가치와 신념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실행한다면 삶은 변화할 겁니다. 저는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은 가치와 신념을 삶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당신 삶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본질이다>
인간은 정체를 모르는 대상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서일 수 있다. 알 수 있는 건 언젠가 반드시 겪는다는 것, 그리고 그게 언제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각종 매스컴에서는 죽음에 대해 알아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대상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모순이라고 비난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맞게 될 죽음의 모습과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어떤 자세로 맞을지는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존엄사(연명의료 중단), 의사 조력사망, 안락사 같은 제도도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본질이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지 설계하고 준비한다는 게 핵심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런 방식으로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삶의 마지막에도 이런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더라도 삶의 주인으로서 끝까지 통제권을 놓지 말라는 의미다. 누군가의 눈에는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당사자는 마지막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통증을 조절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서 느낀 건 죽어가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갔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동기인 ‘존엄한 죽음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존엄을 정의 내려야 했다. 오랜 시간 말기 환자들과 만나고 여러 죽음을 목격하면서 존엄이란 무엇인지,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삶의 언어로 깨우친 존엄이란 내가 지향하는 가치였다. 그 가치는 나로 살아가게 하는 정체성이며, 이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은 채 이를 지키며 세상을 떠나는 게 존엄한 죽음이었다.
나는 당신이 언젠가 맞게 될 죽음을 당신의 삶 안에서 존중하며 당신의 일부로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삶은 변화할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게 분명하다. 죽음은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죽음을 존중하고 어떤 자세로 맞을지 설계하고 준비한다면 어떤 모습의 죽음이든 어떤 시점에 찾아오든 당신은 존엄을 지키며 삶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지에 존엄한 죽음에 대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뼈대’ 10가지를 담았다. 이 뼈대를 바탕으로 삶의 마지막을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존엄한 죽음에 대해 알아야 할 가짓수는 늘어날 것이다. 질문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당신의 일상은 변화할 것이며 삶의 마지막은 존엄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다.
★삶과 죽음의 존엄을 생각할 수 있는 책은, 이달 중순 출간될 예정입니다.
★출력해서 질문지에 답을 적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