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성복
[0518]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