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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연애

기분의 안녕

@가을의 연애



그녀의 이름은 김가을. 우리 회사 어플을 사용하는 회원이었다. 처음엔 닉네임인 줄 알았으나 실명이었다. 언니는 여름에 태어나서 김여름, 그녀는 가을에 태어나서 김가을이랬다. 당시 그녀는 언니와 자기을 자주 비교했다. 왜냐하면 같은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와 언니와 자기를 골고루 떠올리다가 낸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언니는 여름이라서 여름처럼 뜨겁고 화려할 테지만

- 자기는 가을이라서 가을처럼 쓸쓸하고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어른들 말씀이 이름 따라 산다고 하시더라고요." 잔뜩 원망스럽다는 투였다.


내가 말했다. "뜨거운 것도 매력적이지만 찬 것도 만만치가 않아요. 나는 내 이름이 가을이면, 바삭한 크래커처럼 담백해서 좋고, 짙게 붉어서 좋고, 높게 맑아서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요. 나는요? 너무 뜨거운 사람과 부둥켜안는 것보다 약간 차가운 사람에게 감기듯 안기는 기분이 더 좋더라고요." 그것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 남자는 결국 뜨거운 여름 언니와 사귀었기 때문이다. 그땐 삼각관계의 결말이 무척 아쉽기만 해서 그녀를 조금 책망했다. 그러니까 내 말대로 가을을 다르게 바라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알겠다. 그녀가 힘든 건 언니 때문도 아니고 남자 때문도 아니고 바로 '비교' 때문이었는데 난 위로를 한답시고 다시 비교를 사용했다. 그때 내가 그녀에게 '담백하고 맑은 가을'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고 '쓸쓸하고 외로운 가을'도 아름답다고, 남자가 그걸 볼 줄 아는 사람인지 기다려 보자고,  그렇게 시작된 「가을의 연애」가 진짜라고, 말해줬더라면 어땠을까.


- 2019.10



당장 쓸모는 없지만 언젠가 쓰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그걸 기분 전환 용도로 쓰곤 했습니다. 「기분의 안녕」은 그곳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단대표 이지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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