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리아>, 우주의 끝에서

by Jiwon Yun

※ 영화의 줄거리와 일부 주요 장면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실사와 클레이 스톱 모션이 결합된 이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마구 넘나든다. 시나리오는 기생충이나 어벤져스가 개봉했을 당시, 스포일러에 대한 경계심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불안과 긴장이 스포일리아라는 행성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국 창작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김과 박은 우주를 떠돌다 행성 스포일리아에 불시착한다. 뇌를 닮은 기묘한 행성에는 죽은 외계인과, 죽어가는 외계인이 존재한다. 그들은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되고 감당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존재들이다.


그토록 찾아 헤맨 우주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괴생명체 앞에서 김과 박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 평생을 좇아온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우리의 과제로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결국 김은 비밀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가 들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우주가 더 고등한 존재의 시뮬레이션이라든지, 거대한 생명체의 일부에 불과하다든지, 상상은 해봤지만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어떤 진실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보이저의 골든 레코드가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반가웠다. 우주에는 지구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외계 생명체는 그것을 듣고 지구인을 시끄러운 존재로 인식했다는 자막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뇌의 형태를 한 행성이 떠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들 사이를 살아가고 있다.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이 오히려 진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