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책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가 출간되었다. 볼륨 있는 에세이집은 1년 만의 출간이기도 하고, 글쓰기 에세이집은 '우너생' 이후 4년 만이다. 어쩌다 보니, 글쓰기 에세이집들 제목이 길어져서 축약어가 필요한데, 이번 책 제목의 축약어는 '글모기'로 정했다. 여름이면 언제 어디서나 왱왱거리며 질리지도 않고 피 뽑아대는 모기처럼, 매일 글쓴다는 의미(?)가 사뭇 마음에 든다.
사실, 이번 책은 최근에 나의 기획들로 만들어진 책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어느 날 찾아온 편집자님이 내게 '글쓰기모임' 책을 꼭 쓰자고 하여, 반신반의하듯 만들게 된 책이다. 당시 편집자님은 '함께 만들고 싶은 기획' 목록을 잔뜩 가져온 상태였는데, 그 기획 하나하나가 너무 정성이었고, 내 글들을 모르고서는 전해줄 수 없는 기획들이었다. 그래서 그 제안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는데, 그중 1순위로 나온 책이 바로 이번 '글모기'다.
나로서는 글쓰기모임을 하긴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의 '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그러나 편집자님이 볼 때, 나의 글쓰기모임을 해온 여정이 무척 흥미가 있어 보였고, 많은 독자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믿어준 듯하다. 여기에 나름대로 글쓰기모임의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글쓰는 법, 글쓰기모임하는 법 등 여러 '글쓰기 에세이들'을 더하니, 책을 만들기 전에는 믿기 어려웠던 근사한 책 한권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글쓰기모임은 내 30대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내게 소중한 거의 모든 인연들이 이 모임들로부터 만들어졌고, 파생되며 이어졌다. 40대에 조금 더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런 인연들과 더 깊은 삶의 동료가 되는 것이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 글쓰기모임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여정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각해보니, 내 삶의 개인적인 사생활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은 책들은 몇 권을 썼다. 그러나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 그 역사를 써낸 책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써놓고 보니, 글쓰기모임은 내 삶에서, 내 30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의 역사였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아즈마 히로키의 <지의 관객 만들기>를 보면서, 철학자가 이런 사업 이야기를 쓰는 것도 신선하다 싶었는데, 나도 비슷한 책 하나 써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와 커뮤니티, 나아가 관계망과 인연에 대해 누군가의 삶 하나를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이 닿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 책에는 부록으로 함께 글쓰기모임을 한 분들의 글들도 담겨 있다. 책을 빛내준 이 글들의 존재에도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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