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투비의 중성화 수술
이거 꼭 해야 될까?
자식 같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들이라면 모두 그렇겠지만, 투비 몸에 조금이라도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물리적인 고통뿐 아니라, 혹시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질 까 봐 안전을 위해 가르쳐줘야 하는 명령어들을 제외하고, 손을 주라던지, 바닥에서 굴러보라던지 하는 재주를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중성화 수술을 위해서 몸에 칼을 대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투비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던 노아는 이미 파리에서 일찌감치 중성화 수술을 마친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투비까지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동물병원에서는 앞으로의 자궁 관련 질환들을 대비하여 수술을 강력히 권했다.
그 당시에는 투비의 새끼들을 볼 생각도 없었고, 당연히 자궁을 들어내면 피할 수 있는 질병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여겨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투비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다. 이게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수술대 또는 진찰대에 눕히고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아이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모를 텐데...'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이런 상황판단 능력이 전혀 없는 환자와 떨어져서, 치료를 받는 모습조차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참 마음이 좋지 않다.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한참을 투비의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와서 했던 첫마디는 아직까지도 충격으로 뇌리에 박혀있다.
"투비 배가 너무 질겨서 수술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요..."
회복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비몽사몽 한 투비의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다시는 이 병원에 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게 해 준 한 마디었다.
투비가 앞으로 자궁 관련 질병으로 고생을 하지 않든, 귀찮은 생리로부터 자유를 얻었든, 투비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게다가 배가 질겨서 수술이 힘들었다는 의사가 어떻게 투비를 대했을 지에 대한 분노도 있었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처음으로 투비를 위한 황태채를 곁들인 보양식을 준비해주었다.
투비에게만 집중되는 관심을 곱게 바라볼 리 없는 노아님은 내 엉덩이가 바닥에 닿기 무섭게, 다리 틈새를 파고들어 본인을 예뻐하라고 칭얼대기에 바빴다.
'투비나 너나 참 고생이 많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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