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전축 앞의 작은 나

by Bloom지연

― prelude (프렐류드: 전주곡)

본 악장이 시작되기 전에 짧게 울리는 마음의 도입부.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은 되어 있었다.


어릴 적, 우리 집엔 전축이 있었다.

나보다 더 큰, 묵직한 롯데 전축.


엄마는 그 위에 CD를 올려놓으셨다.

“이건 백만인의 클래식이야.

킹레코드에서 나온 거란다. “


그건 마치 거대한 궁전의 문을 여는 열쇠 같았다.


투명한 디스크를 타고 미지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낯설면서도 깊었고,

투명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로 방안을 천천히 채워나갔다.


말로 닿지 않던 감정들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천천히 형체를 빚기 시작했다.


선율은 유려하게 흐르며

상상의 궁전 문을 하나, 둘 열어젖혔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

문득 이야기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나는 알게 되었다.


음악은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그리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Music is not just to be heard,

but another language painted with imagination.


― Bloom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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