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에 빠진 요즈음
요즘 응답하라 1988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다.
거의 10년 전 드라마로 한창 유행할 때에 우리 집 거실에도 주말만 되면 다들 둘러앉아 보고 있었던 드라마인데,
나는 한참 뒤 타지에 와있는 지금에서야 그 매력을 알게 되었다.
화려한 연출이나 부가적인 양념 없이, 그저 단백한 일상 이야기로 어떻게 한 번에 울고 웃기게 하는지
보는 내내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지만, 보고 나서 전혀 피곤함이 없는, 머리에는 시원함과 가슴에는 따뜻함만 남게 되는 그런 기분 좋은 드라마였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끼고 있다.
아무튼 요즘 오랜만에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여유로운 토요일 오전, 조용히 간식을 세팅하고 응팔을 열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메신저가 울려서 보니, 반가운 한 일본인 친구가 급 저녁 약속을 제안했다.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친구라 웬일이지 하며 조금 망설이다가, 그래도 도쿄에 왔으니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보통 한 달 전~몇 주 전부터 미리미리 약속잡고 예약하는 게 일본 문화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렇게 갑자기 약속을 잡게 된 것은 좀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극중 거침없고 씩씩한 덕선이 캐릭터에 열중해서 그런지 나도 평소보다 덜 고민하고 시원하게 예스맨이 되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모이게 된 다섯 명이서 참 얼떨결에 잘 놀았다.
친구들과 다트 게임도 하고, 장난도 치다가, 일상 얘기 고민거리 얘기하면서 보낸 잠깐의 시간이 또 참 소중해서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1980년대나 2024년이나 사람들은 여전히 변화를 겪어가며 울고 웃고 성장해가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라, 조언을 해준다거나 멘토가 되어주는 대신에, 드라마 한편 추천 해주었다.
바로 응답하라 1988.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친구들이 이 드라마를 나랑 똑같이 울고 웃으며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은 위로나 가슴 따땃함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