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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용 Oct 18. 2024

한국 SF라는 성운을 여행하기 위한 지도, SF어워드

- 기획회의 617호 "한국SF의 확장"  특집

SF라는 장르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지만 소위 수상작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해 볼 수 있다. SF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워드들이 존재한다. 명확한 비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중들이 인지하기 쉬운 방식으로 ‘SF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이 대표적이고,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주최하는 ‘네뷸러상’ 역시 유명하다. 그 외에도 가능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작품을 발굴해 시상하는 존 W. 캠벨 기념상, 무명 작가들의 책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 필립 K. 딕상, 중·단편소설만을 시상하는 시어도어 스터전상 등은 유명했던 편집자나 작가의 이름을 따 각각 그들의 업적과 비슷한 성격의 작품에 시상을 하는 대회다.


그런가 하면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선정하는 어워드도 존재한다. 자유주의 문학이라는 주제적 성격을 중시하여 시상하는 프로메테우스상이라든지, 젠더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거나 탐구하는 작품에 수여하는 아더와이즈상1)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SF 전문 잡지에서 주관하는 로커스상과 같은 어워드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팬들이나 작가 협회원, 비평가, 출판편집 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여 의미부여를 통해 작품들을 재조명하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미국 SF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일본에는 네뷸러상과 이름의 의미가 동일한 ‘성운상’이 있고, 최근 SF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급등하고 있는 중국 역시 ‘은하상’과 ‘성운상’이 존재한다.


(중략)


한국 SF의 변화를 기록해 온 ‘SF어워드’


그렇다면 한국의 어워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한국 SF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을까? 우선 한국은 미국 등과는 조금 다르게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서 여전히 등단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가지고 있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이미 발표된 작품에 시상을 하는 어워드보다는 신인들이 데뷔할 수 있는 ‘공모전’이라는 형식이 먼저 발전하고 주목을 받았다. 한국 SF의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난 2000년대 중반의 김보영, 김창규, 배명훈, 정소연과 같은 작가들 역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시행되었던 ‘과학기술창작문예’라는 공모전을 통해서 작가로 데뷔했다. 김초엽, 박해울, 천선란, 황모과와 같이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국 SF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이들 역시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한국과학문학상’을 통해 데뷔한 작가들이다.


(중략)


위와 같은 이유로 ‘SF어워드’는 한국 SF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SF어워드’는2014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한 과학문화 행사인 ‘SF2014, Science& Future’의 부속 행사로 처음 시작되어 2017년까지 과학관에서 주관하여 진행되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과학관의 지원이 없어져 2년여 동안 한국SF협회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SF어워드운영위원회’에서 운영을 맡아 진행하였고, 그러한 노력 덕분에 결국 2020년부터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다시 주관하여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SF어워드’는 심사 대상 기간에 발표된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출판만화와 웹툰, 영상물과 웹소설 작품들을 심사하여 대상과 우수상을 시상하고 있다.


어워드를 통해 나타난 특징


특히 소설뿐만 아니라 출판만화와 웹툰, 영상물과 같이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심사한다는 것이 특징적인데, 2019년부터 신설된 웹소설 부문을 포함해 동시대의 SF 장르문화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전방위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명실공히 한국 SF에 대한 지도와 같다. 현재 11회 시상식을 앞두고 있을 만큼 오랜 기간 꾸준히 대회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기록해 왔다는 것은 주목해 볼 만한 성과다.


(중략)


이처럼 한국의 ‘SF어워드’는 지난 11년 동안 말 그대로 한국 SF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들여다보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특히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SF 작품들을 전수조사하고, 심사 대상작을 공지한 뒤 누락된 작품이 없는지 제보받는 과정을 통해 그 해 한국에서 발표된 거의 모든 SF 작품들을 아카이빙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덕분에 현재 SF어워드 홈페이지에는 2018년도부터의 심사대상작(후보작)이 공개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해당 시기 한국 SF 작품의 발표 양상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중략)


그리고 어워드 수상작들이 다룬 주제를 살펴보면 한국 SF의 특징이 파악되기도 한다. 고전적인 장르 형식을 소환하는 작품에서부터, 사변적이고 현실에 대한 사고실험과 통찰들이 돋보이는 작품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의 SF가 팬덤의 문화를 넘어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는데, 2015년을 전후하여 SF의 수용자들이 늘어난 것이 단순 팬덤의 확장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SF 작품에 대한 친연성이 높아진 덕분이라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략)


해결해야 할 숙제들과 새로운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들은 남아 있다. 우선은 아동·청소년 부문의 신설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부문은 초창기에 중·단편소설 부문에 함께 속해 심사를 진행했었는데, 두 부문의 심사 기준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어 개별 부문에서 제외되었다. 더 명확한 심사와 제대로 된 의미 부여를 위해 부문을 분리하고 제외한 것이었지만 지금까지도 부문 신설이 되지 않고 있다. 예산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라곤 하지만, 한국 SF에서 도입기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서 많은 의미를 만들어 오고 있는 아동·청소년 부문에 대한 시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SF어워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맥락의 형성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소설들이 소외되면서 굉장히 큰 의미를 놓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故 김이구(보슬비) 선생의 뜻을 기리고 아동·청소년 SF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조직된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플러스알파’에서 2022년부터 아동·청소년 부문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시상하는 작업을 해주고 있지만, 좀더 확장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역시 다각도로 모색되어야 한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주관하는 현재 상황만으로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면 기관이나 출판사, 서점 혹은 플랫폼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분야의 각종 어워드들이 그러하듯 다양한 기관과 조직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제는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미국에 있는 다양한 주제별 어워드와 같이 개성 넘치는 어워드의 신설 역시 필요하다. 하나의 주제와 방향성을 가지고 작품을 발굴해 내는 과정은 분명 한국 SF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역량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략)






이 원고는 한국출판문화연구소의《기획회의》617호(2024.10.5) '#한국 SF의 토양' 특집에 실린 원고입니다. 본문 일부를 발췌해 실었고, 전문은 잡지 혹은 e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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