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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윤 JiYoon Park Apr 14. 2022

흘러간 이야기 속에서

돌아보고 또 나아가기

*해당 글의 저작권은 모두 글쓴이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4년 전, 2015년 봄부터 2017년 가을 사이에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담긴 클라우드가 사라졌다. 폰을 바꾸기 전에 사진들을 모아둔 한 계정인데, 해킹을 당하며 사진 파일들이 모두 날아갔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던 2018년 여름이었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던 시기라 아쉽거나 화가 날 시간이 없었고, 삭제된 그 사진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잊으며 한국을 떠났다.


그러다 몇 년 뒤 2016년 봄이 생각나서 어떤 사진을 찾게 되었을 때, 그 사진들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문득 기억하게 됐다. 물론 가족, 친구들과 공유한 사진들의 경우 그 사진들을 다시 볼 수 있으며, 사진이 너무 많아 이후에 다시 찾아보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다. 하지만 갑자기 그 사진들의 행방을 떠올리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2015년 봄부터 2017년 가을 사이라는 그 시기가 거의 빠짐없이 기록된 사진들의 부재를 체감하며,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득히 멀어진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고 영화를 사랑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가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책 '봉인된 시간'에서 "인간이 예술과 문학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간을 직접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며, 동시에 시간을 반복해서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 즉 생각이 나는 대로 시간 속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비교해 시간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시간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영화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월을 견디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루카 구아다니노)에서 올리버가 책을 읽다 적어둔 메모 중 이런 문장이 있다. "흐르는 강물은 만물이 변하기 때문에 그것들과 두 번 다시 마주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변화함으로써 유지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헤라이클레이토스 '우주의 파편들') 이 영화를 본지 벌써 4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기억나 영화에서 나온 음악들을 다시 듣게 됐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것들이 변했고, 내가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하지만 변한 것들 사이에서도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로 찾아와주는 좋은 기억들이 있으며, 그 과거들은 내 현재와 미래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함께해 준다고 생각한다.


얼마 , 내가 2 전에 만든 <아주 오래전에 Once Upon a Time>(2020)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 자체에 대해 후회하는 부분은 전혀 없고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만든 영화기에, 영화를 다시 보기가 힘든 면이 있었다. 개인적인 영화이기도 했고, 나는 영화 작업을    순간 당시 상황에 솔직하고 진실되려 노력하는 부분이 강해서인지 예전에 만든 영화들을 다시 보는  쉽지가 않다.(솔직히 지금은 다시  영화를 만들지 못할  같다.) 1 만에 다시   영화에 대한 감정은 현재 이렇지만, 10년이 지나서  영화를 다시 보면  그때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낄 거라 믿는다. 5 , 10  그리고 50   영화들이 내게 어떻게 변화된 형태로 찾아올지가 기대되는 새벽이다. 그리고 2015 봄부터 2017 가을 사이의  사라진 사진들의 빈자리를, 이제는 아득히 멀어진  시간들을 언젠가 다시 만날  있기를 바란다.  


2022년 4월

글. 박지윤


*해당 글의 저작권은 모두 글쓴이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커버 이미지: <콜미바이유어네임>(2017, 루카 구아다니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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