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의 파리에게

by 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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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동안 불어를 전공하며, 나는 파리를 마음속 한쪽에 조용히 간직해 왔다. 교과서 속 짧은 문장들, 듣기 시험에서 흘러나오던 프랑스어의 리듬, 사진으로만 보던 에펠탑과 루브르, 그리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소박한 바람까지.


그때는 파리라는 도시가 그저 하나의 로망이었고,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모를 작은 꿈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일상은 여러 방향으로 바쁘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파리에 대한 마음만은 잊히지 않았다.

어느 날은 갑자기 번뜩였고, 어느 날은 아주 미묘하게 떠올랐지만 그 장소는 늘 내 마음 안에서 특별한 무게감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지금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계획을 세웠다기보다, 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여행을 비로소 현실로 옮겨 적는 듯한 기분이었다.


파리는 그렇게 내게 왔다. 그리고 나는 그 도시가 가진 온도와 질감, 공기, 빛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몇 년 동안 마음속에서만 상상해 오던 장면들을 이번에는 내 발걸음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글은 화려한 정보도, 관광지 위주의 소개도 아니다. 파리에서 보았던 풍경들,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도 오래 남았던 잔상들을 가만히 기록해 둔 개인적인 에세이다.


여행 중에 지나쳤던 작은 장면들, 센 강 위로 비쳐들던 빛, 카페 앞에서 잠시 멈춰 있던 순간, 호텔 방 창문 너머로 들리던 저녁의 소리.

파리는 특별한 무엇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마음 어딘가에 오래 머무르는 도시였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니지만 엽서처럼 한 장씩 꺼내 읽히는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 만난 도시의 공기와 풍경, 길 위에서 느꼈던 설렘과 작은 위로들이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잔잔하게 닿기를 바라며

나는 이 여행의 첫 장을 이렇게 펼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