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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Apr 23. 2021

보석 장식장과 쓰레기봉투

런던 갤러리 투어(3)-가고시안 갤러리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한적한 주택가 후미진 곳, 세계적으로 유명한 근/현대 갤러리 가고시안 런던이 있다. LA, 뉴욕, 파리, 바젤, 홍콩 등 세계적으로 핫한 미술 시장이면 어디에나 가고시안 갤러리가 있다.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데미안 허스트 등 20-21세기 예술계 최고 작가들의 작품이 이 곳을 거쳐갔다.

< 가고시안 갤러리 런던>


지금 런던 가고시안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의 ‘Fact Paintings and Fact Sculptures’ 전시 중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예술가이자 콜렉터, 기업인이다. 마약 복용과 엽기적 행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술가이다. 영국 현존 예술가 중 최고 자산가(2020년 기준 4300억 원)이기도 하다. 미술계 역시 승자독식 시장인데 데미안 허스트가 그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작가는 개인의 예술적 역량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가정신을 찬양하는 큰 손 후원자와 유명 갤러리의 서포트가 있어야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이렇게 한번 이름을 날리면 이변이 없는한 미술시장의 블루칩이 되어 작품 가격이 고공행진이다. 데미안 허스트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아직 그의 예술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난해하고 엽기적이라고 느껴지기만 한다.


< Fact Paintings and Fact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한 방 먹은듯한 작품을 만났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니 럭셔리 보석으로 가득한 장식장이 이곳저곳 있었다. 그 옆에는 쓰레기통과 검은 쓰레기 봉지가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 관람이라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았나 싶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다른 작품들을 한참 둘러보았다. 다행히(?) 몇 작품을 빼면 비교적 불편한 느낌 없는 하지만 그다지 끌리는 작품은 없는 전시였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여전히 쓰레기들이 놓여 있는 거다. 혹시나 해서 보안요원에게 물었다. ‘이것도 작품인가요?’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애꿎은 아저씨에게 물었다. ‘데미안 허스트 작품 이해가 되세요?’ 아저씨는 별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이해도 못하는 쓰레기(인 줄로만 착각한) 작품을 보느라  킹스크로스 역 9와 3/4역을 지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갤러리를 찾아간 꼴이 되었다.

Fact Painting and Fact Sculpture’ Damien Hirst @Gagosian Gallery London/ 042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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