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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Jan 23. 2023

사업하면 망하는 줄 알았어요

사업이라면 치를 떨던 사람이 개인사업을 하기까지

"나는 절대로 '사업'같은 건 안 할 거야. 절대."


30대가 되기 전까지 내 무의식을 지배한 생각이다.


다소 뻔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거지라고 놀림받던 10대를 지나 꽤 험난한 20대를 보냈다. 집 상황이 좋지 않아 명절 연휴에 친척들을 만나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세뱃돈으로 오랜만에 용돈을 받는 걸 기대했다. 급식비가 밀려 선생님께 불려 가는 게 일상이었고, 돈이 없어서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다녔으며, 대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와서도 공부가 아닌 아르바이트를 더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빚만 남기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보며 나는 다짐했다. 절대 사업으로 나와, 미래에 생길 내 가족에게 고통을 주진 않겠노라고.


아버지는 영업에 꽤 소질이 있으셨다. 아버지는 왕년의 인기 스타였던 가수 전영록을 떠올리게 하는 수려한 외모를 지녀 남녀노소에게 첫인상은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내게 그 외모를 물려주진 않으셨다). 그리고 사람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좋았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찾아오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PC가 세계 정복을 하던 무렵 아버지는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기업, 학교에 납품하는 일을 하셨다. 영업 성과가 좋아서 회사에 억 단위 매출 기여를 심심찮게 했다. 이때가 우리 가족이 잠깐이지만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롭던 시기였다.


아버지는 여기서 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기여한 매출에 비해 떨어지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해 1인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하니 성과는 나지 않았고, 기존 영업망을 새로 뚫어내긴 어려웠다. 그렇게 다시 집은 급속도로 어려워졌고, 나도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사춘기를 보내야만 했다.


결국 내가 2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아버지는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런 내가 사업의 'ㅅ'자도 생각하지 않는 건 당연했다. 내게 사업은 하면 무조건 망하는, 백해무익한 담배와 거의 동급의 존재였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내가 그리는 미래는 적당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고 지내는 삶이었다. 거기에는 뚜렷한 목표나 마일스톤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나 하나 소소하게 챙기면서 살자. 무엇을 책임지려고 하지 말자.

포기하면 잠깐이지만 삶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철옹성 같은 내 생각이 깨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계기는 '책'이었다. 서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제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커졌다. 사회적으로도 경제나 투자에 대해 관심이 뜨거워지던 때였다(비트코인, 동학개미 등). 경제, 부에 대해서 정보를 얻고 싶어 여러 책을 사봤었는데 그중 '부의 확장(천영록 저)'이라는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정 수익에만 기대지 않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성장을 만든다는 얘기는 그 당시 내게 충격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월급에 만족을 하고 있던 내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세상의 뒤편엔 다른 방법으로 성장을 이루어내고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처음으로 월급을 넘어선 수익에 대해 꿈을 꿨고, 사업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됐다.


두 번째 계기는 '직장'이었다. 내 30대 첫 직장은 일과 성장에 대해 얘기하는 콘텐츠 플랫폼 '폴인'이었다. 플랫폼 특성만큼 정말로 일과 성장에 진심인 사람들에 대한 콘텐츠가 많은데, 특히 창업가들에 대한 스토리가 많았다(창업가만큼 일에 진심인 사람이 있을까?). 가지각색인 창업가들의 스토리를 읽고, 그 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면서 사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창업가들 역시 태어날 때부터 창업 DNA를 가진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지독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더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책 한 권과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내가 갖고 있던 사업에 대한 형체 없는 두려움을 없애준 것이다. 

책은 내 마음속 바위처럼 단단하던 편견을 깨준 도끼였고, 직장은 사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녹여준 은은한 불꽃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래, 나는 퇴사하고 개인사업자가 되겠어!"라고 다짐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내게 가장 중요했던 목표는 바로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 키워드인 '월 천만 원' 수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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