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욜수기 yollsugi Mar 05. 2021

[제레미 그랜트] 스타트업에서 주니어 실무자의 역할

NBA에서 스타트업 역할조직을 배웁니다 - 1

NBA에서 어떤 선수는 평균 25점씩 넣어줘야될 선수가 18점을 넣었다고 부진했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어떤 선수는 8점을 넣어 팀 승리의 주역이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팀스포츠에서, 특히 NBA에서 기여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선수의 Role이다. 팀에서 선수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모두 다르기에, 비단 코트 위에 당장 뛰고 있는 다섯명 뿐 아니라, 벤치에서 언제든 출격 대기 중인 식스맨, 롤플레이어들의 역할들도 뚜렷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Role에 맞는 활약을 펼친다면, 기여도는 따라온다.


스타트업에서 나날이 위계 중심 조직보다 역할 중심 조직이 각광받고 있다. 더 이상 모든 결정을 팀장이 내리지 않는다. 매니징이 역할인 직무도 있으나, 각각의 전문성, 그리고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이 Role이 NBA에서 각 선수들에게 부여되는 Role, 그리고 그 롤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모습과 비슷한 양상을 띈다고 보았다.

“주니어는 무엇을 잘해야 하나요?”

모든 주니어들에게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가’의 고민은 항상 수반된다. 커리어의 시작에서 본인의 성장, 속한 조직의 성장을 모두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주니어들이 하는 고민의 깊이는 깊을 수 밖에 없는 것. 나는 이 주니어들의 역할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NBA에서 일부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에너지레벨’에서 찾았다.

어떻게 소프트한 역량을 절대적인 수치로 ‘계량’을 하겠냐만은 주니어가 제공할 수 있는 '에너지레벨'은 분명 스쿼드 혹은 팀의 전반적인 워크프로세스에 엄청난 플러스를 안겨다준다.


운동능력의 기여와 실행력의 기여

에너지레벨 하면 떠오르는 선수, Bald Mamba 알렉스 카루소

그렇다면 그 에너지레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가 다음 질문이겠다. NBA에서는 운동능력에서 찾는다. 제레미 그랜트, 알렉스 카루소, 데릭 존스 주니어 등 운동능력만으로 팀에서 중용받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일차적인 스탯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 몸소 보이는 도전정신과 헌신, 집중력이 모여 '허쓸 Hustle'이라는 능력치로 치환된다. 그 허쓸을 잘해내는 선수, 투입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소위 에너지레벨 높은 선수로 인식한다. 대개 운동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이 에너지레벨을 담당한다.

여기서 질문, 에너지레벨은 그럼 '능력'인가? 에너지레벨이 높은 선수를 전문성 혹은 스페셜리티를 갖춘 선수로 인식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대신, 분명한 역할이 있는 선수다.

스타트업계에서도 마찬가지. 전문성과 역할은 분명 다르다. 전문성(스페셜리티)은 커리어라는 자양분을 먹으면서 자라난다. 처음부터 전문성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더더욱이 조직에서 ‘나의 전문성’과 ‘나의 역할’을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 역할이 반드시 특정 역량,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결부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제레미 그랜트 이야기

디트로이트의 제레미 그랜트는 원래 덩크 원툴의 선수였다.

당시 탱킹팀 필라델피아에서 2라운드 9순위로 지명. 3점이 약한 선수였고, 아니, 슛 자체가 약했다. 모든 평은 '운동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운동능력 좋은 윙디펜더. 그 마저도, 수비는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 포텐셜이 있다는 평가였지, 수비수로서 엄청난 인정을 받지도 않았다.


그랜트는 오클라호마로 트레이드된 후로 본격적으로 알려진다. 2시즌동안 평균 20여분 출전.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덩크와 수비로 먹고 사는 선수였고, 대개 슛 없이 덩크, 수비만 갖고 있어서는 커리어 롱런을 하기가 힘들기에 제레미 그랜트를 향한 시선 또한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빈 구석을 채우기 시작한다. 운동능력과 수비는 점점 탄탄해져갔고, 그가 슈팅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그의 플레이타임도 늘어난다. '운동능력좋은 수비수'와 '3점을 쏘는 운동능력 좋은 수비수'는 엄청난 차이를 갖는다. 팀에 꼭 필요했던 하나의 능력을 기르고, 본인이 기존에도 기여할 수 있었던 영역은 강화시킨 그였다.


나날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오클라호마에서 덴버로 트레이드된 후, 플레이오프에서 그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증명해보인다. 덴버에서의 짧고 굵은 시즌 후 디트로이트로 와서 이제는 1옵션 에이스가 된 그랜트. 아무리 디트로이트가 약팀이고, 주 득점원이 부재한 상태였다 해도, 그랜트는 팀의 1옵션이 되기에는 충분한 선수가 되어 있었다.


단, 트위너는 안된다.

앞서 말한 에너지레벨, 역할, 그리고 제레미 그랜트의 사례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을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NBA에서 트위너 유형의 선수는 설 자리가 없다.

때로는 알아듣기 쉬운 비공식적인 정의가 더 정확하다고, '트위너'를 나무위키에 검색해보면 이렇게 나온다.

정식 명칭은 아니나 흔히 쓰는 표현으로 두 포지션 중 어느 한 쪽도 믿고 맡기기 어려운 어정쩡한 선수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두 포지션에서 이도 저도 아닌 선수에게 붙이는 부정적인 표현.

스타트업계에서도 '트위너'는 환영받지 못한다. 이 트위너라는 것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사이에 어떤 노선을 택해야할지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있는데, '애매한 제너럴리스트', '뚜렷하지 않은 제너럴리스트'가 소위 트위너가 된다고 본다. 한 사람이 정해진 롤만 하기보다 여러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맡는 일이 흔한 스타트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애매하게 하는 사람보다는 하나의 일을 뚜렷하게 하는 사람을 훨씬 선호한다. (압도적으로!)


계속 '애매한', '뚜렷하지 않은' 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제너럴리스트 자체가 가치가 없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제너럴리스트라 그런 것도 있다.) 결국 한 끝 차이인데, 다시 그랜트를 불러와, 그가 받고 있는 평가에 비추어 강조하고 싶다. 커리어 초기의 제레미 그랜트는 트위너였을 수 있다. 운동능력이 좋고, 잠재력이 좋은. 하지만 자신만의 육각형을 천천히 채워나간 지금의 그는, '범용성'으로 가치를 올린 멀티 포워드다. 어떤 전략에서든, 어떤 팀 구성에서든 중용받을 수 있는, 조직에 필요한 멤버. 제너럴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쥬니어라면, 이런 제레미 그랜트의 행보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전 03화 PM, 플레이메이커가 되어라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스포츠팀 같다는 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